[새 시집 속의 詩] 유용주 시인의 「詩聖」
[새 시집 속의 詩] 유용주 시인의 「詩聖」
  • 유용주
  • 승인 2021.08.0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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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聖

유용주

여기까지 왔으니 이름은 지어야지 친구는 비닐 장판이 깔린 냄새나는 당직실에서 천하를 주유했다 밤엔 후레쉬를 들고 함께 순찰을 돌았다 시인이 낮은 음성으로 江碧烏愈白 山靑花欲然하며 杜甫의 작품을 읊조리자 고물 자동차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진 소설가는 양 손 가득 술을 들고 왔다 휘돌아 흐르는 푸른 강이 보이고 기러기와 절벽은 찾을 수 없었지만, 어디선가 분명 붉은 꽃이 피어나고 흰 새가 날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서 있는 둔덕에는 느티나무가 일곱 그루 있었는데, 가지에는 술병을 딸 수 있는 오프너가 고무줄에 매달려 졸고, 배가 나온, 수염이 성성한 노인이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 시집 『내가 가장 젊었을 때』 중에서

 

유용주 시인
1991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등,
시선집 『낙엽』,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 『아름다운 사람들』 등,
소설집 『죽음에 대하여』, 장편소설 『마린을 찾아서』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거창 평화인권 문학상 수상.

 

 


 

* 《쿨투라》 2021년 8월호(통권 8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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