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리뷰] 즐겁고, 진지한 '매스?게임!(MASS?GAME!)'
[무용 리뷰] 즐겁고, 진지한 '매스?게임!(MASS?GAME!)'
  • 박영민(본지 객원 기자)
  • 승인 2019.02.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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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무용평론가 故 김영태 선생은 “사각 이동 조명 안에는 인간·사물·우주와의 관계망이 그의 상상력의 값진 열쇠였다. 장은정은 ‘관계’에서 모든 사건의 방정식을 재치 있게, 우회적으로 풀어나갔다. 장은정의 안무 입문은 숨어 있던 흑보석 하나를 발견한 기쁨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평했다.

“그냥 춤꾼이 아니라 창작 속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바른 춤작가다”라고 평가받는 안무가 장은정. 매 작품마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창조적인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새로운 신작 <매스?게임!MASS GAME!>이 지난 1월 26일(토)에서 27일(일)이틀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한국 현대춤에서 응축된 힘과 몸을 매개로 춤 예술의 아름다움을 자유자재로 연출, 섬세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특별함을 갖게 만드는 안무가 장은정은 전미숙, 황문숙, 육완순에게 춤과 춤의 마음을 배웠으며, “일상의 위대함을 위하여”라는 모토로 늘 화두를 던지며 예술을 지향하는 작업자이다. 현재 그녀는 무용 무대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커뮤니티공연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번 <매스?게임!>은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주제의식에서 키워드만을 발췌한 듯한 선명한 이야기의 흐름은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 춤형식과 움직임의 구조 또한 유쾌하고 역동적이다.

우리 사회는 식민과 분단, 전쟁과 산업화, 독재와 민주화 등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성장과정이 강제한 전투적(!)인 속성은 우리에게 ‘빨리빨리’의 모토와 함께 일체감과 단일함의 집단성을 요구했고, 이견이나 다름 또는 다양성은 방해이자 이단, 심지어 적으로 간주했다. 이런 문화사회학적 현상은 우리 개개인의 몸으로 흡수되고 각인되어, ‘표준화된 몸’ 또는 ‘기준되는 몸’이라는 관념을 낳았고‘바른 몸’, ‘올바른 몸’이라는 가이드를 남겼다. 일체화된 군무에 열광하고 통일성과 집단성이 지배하는 예술 논리는 그동안 많은 대안과 파열을 만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공연예술계에 깊이 뿌리 내린 미학적 틀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소위 ‘미달된몸’과 이질적이고 소수자적인 몸들은 폄하되고 훼손 되기까지 한다.

각기 다른 구조를 지닌 신체들은 그 자체로 극한의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대칭과 비대칭, 수축과 이완, 정지와 흐름, 부분과 전체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신체언어들이 무용수 개개인에 어울려 구성되지만, 점차 시스템(권력-힘)에 의해 거세되고 축소되고 일그러져 극한의 통제로 이끌려간다. 이는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학습된 집단의 표준관념을 표현, 하지만 일그러진 몸들이 힘에 대항한다.

버려졌던 몸들이 시스템을 멈춰 세운다. 그리하여 지워진 몸이 스스로를 발현하며 자유의 물결을 일으킨다. 춤이 연대가 되고 상생이 되며 거대한 자연이 된다. 이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통제하는 이분 논리를 강요하는 진영적 집단성 또한 넘어선다.

결국 감시와 통제, 속도와 효율, 결과와 성과는 사라지고 오직 스스로의 자유의지만 발현, 이는 다양함이 공존하고 상생, 연대하는 아름다움이 귀결된다. 이처럼 안무가 장은정이 선보이는 <매스?게임!>은 이런 집단주의 속에 침몰된 개개인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위트 있고 다이내믹한 구성으로 의미있게 복원시켜내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 《쿨투라》 2019년 2월호(통권 5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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