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쿨투라 어워즈] 캐릭터 변주를 통해 서사를 비트는 방식: 드라마 〈D.P.〉의 한준희 감독
[2022 쿨투라 어워즈] 캐릭터 변주를 통해 서사를 비트는 방식: 드라마 〈D.P.〉의 한준희 감독
  • 김은경(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 승인 2022.02.01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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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7일, 드라마 〈D.P.〉가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제목 ‘D.P.’는 군에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ersuit를 뜻한다. 현실에 대한 지독한 응시와 천착, 그로 인한 문제 제기와 공감성 있는 메시지는 당연시 여겨지던 우리 발밑에 수많은 풍광과 편견을 뒤흔들고 되새김질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찬사와 함께 일국의 병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사에 관한 공감으로 관심은 확장되어 갔다.

“그들을 데려와라 무사히.” 드라마 〈D.P.〉의 포스터 속 문구다. 징병제 나라인 대한민국, 여기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입대한 청춘들이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이라는 복무 기간 동안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한다. 괴롭힘과 성폭행, 총기난사 등의 군대 내 가혹행위, 이 때문인지 군복무 중 사망의 70% 이상이 ‘자살’이라는 통계는 작금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지 짐작케 한다. 폐쇄된 부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가정사나 군대 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출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 〈D.P.〉는 이러한 논란의 그림자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들을 체포하는 작중의 주체이자, 작품의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 분)는 이러한 비극적 모순의 중심에 서 있다. 탈영병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가며 그는 군대라는 조직이 묵인해 온 그 어둡고도 쿰쿰한 그늘을 마주하게 된다. 군대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밑에 짓눌린 이들의 지난한 역사에 관하여 더는 방관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 합니다.”

실제 D.P. 출신의 원작자 김보통의 체험에서 출발한 웹툰 〈D.P 개의 날〉에서 시작된 드라마 〈D.P.〉는 사회적 반향과 함께 치밀한 완성도로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2022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드라마’ 부문에 선정된 〈D.P.〉의 한준희 감독을 직접 만나보자.

김은경(이하 김) 군생활은 드라마적 소재로 극히 드물게 다뤄져 왔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암묵적으로 수긍하며 애써 외면했던 군의 민감한 사안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웹툰 〈D.P 개의 날〉은 현실 집약적인 부분들을 가감 없이 투영하고 있어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로 제작하기까지는 여러 결심이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언제 처음 이 작품을 영상화하겠다고 결심하셨나요?

한준희(이하 한) 처음 웹툰 〈D.P 개의 날〉을 본 것은 2015년, 그러니까 6년 전이었습니다. 영화 〈차이나타운〉을 마무리한 당시 상황으로서는 판권을 비롯해 여러 여건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업에 착수한 것은 영화 <뺑반>을 끝낸 2019년부터입니다. 이후 기획과 각색 등을 준비해서 2020년 가을에 촬영을 시작했죠.

웹툰을 보면서 에피소드의 분량상 영화의 구조보다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보여주는게 더 어울릴 것 같아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OTT를 통한 시리즈물로 기획했고요. 마침 넷플릭스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원작자이자 드라마의 공동집필자인 김보통 작가님께 제안을 드리자 흔쾌히 응해주셔서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죠.

원작자와 공동집필 하셨는데 작업 과정은 어떠셨나요?

드라마를 만들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자주 만나서 작업했습니다. 예를 들어 각 에피소드의 시작하는 부분들이나 새로운 인물들의 개입에 관해 숱한 논의를 필요로 했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의견을 던지곤 했지요. 제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작가님이 제시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화면 위에서 납득할 수 있겠다 하는 심정으로 결과를 도출해냈던 것 같아요. 특히 김보통 작가님이 더 많이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시고, 제가 더 집중하고자 했던 장면들을 재현하는 데에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드라마 연출로는 첫 작품인데 어떠한 생각으로 임하셨는지요? 영화와 드라마의 장르적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영화든, 좋은 드라마든 결국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두 시간이나 컴컴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한다면 그에 걸맞는 환경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시리즈 가령 드라마 6부작이나 8부작 혹은 10부작이나 50부에도 각각에 걸맞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고 그 이야기가 어떤 규격 속에 표현되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D.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인물의 사연 속에 그 면면을 관통해 가는 주인공의 형상은 6부작 시리즈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화가 가지는 특유의 재현 감각들이 드라마 〈D.P.〉에서 십분 발휘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프롤로그는 마치 초단편 영화 한 편을 연상케 했고, 1부 초반부에서 보여준 주인공 안준호의 입대 전 서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화 속 영웅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원작에는 없는 주인공 안준호의 전사가 내재하고 있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신화가 가지는 보편성은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가장 가깝게 비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러한 힘이 이야기의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라는 말이 일견 어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서사들은 결국 구조 안에서 태어나고 구조 안에서 끝을 맺지요. 이러한 과정에서 부여되는 다양한 디테일들이 이야기의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합니다. 〈D.P.〉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회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유사한 구조 속에 담아내고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그것은 군대 안의 계급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우리 사회가 담보로 하고 있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군생활에서 빚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이러한 지점들은 그 주체인 인물들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D.P.〉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서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D.P.〉의 인물들은 우리에게 낯익은 어떠한 기시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정형화)의 주인공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응하며 조금씩 조금씩 어긋나는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사건을 통해 주인공과 충돌해 나가게 됩니다. 이렇듯 캐릭터의 변주를 통해 서사를 비트는 방식이 드라마 〈D.P.〉의 주요 구조입니다. 

특히 저는 주인공 안준호의 주변 인물이 이러한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옆에 있으면서 서로 같이 빛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했습니다. 박범구(김성균 분)라는 캐릭터가 그렇고, 웹툰에 없는 한호열(구교환 분)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한 인물들을 만들면서 이들의 행위와 행동들이 제가 원하는 의도에 닿기를 바랐습니다. 

〈D.P.〉는 높은 수준의 영상적 완성도를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환되는 조석봉(조현철 분)의 심리와 이를 치밀하게 드러내는 계단씬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조석봉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왜 저렇게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의 심리를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불쌍하게 동정을 바라는 인상은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의 완성도는 저보다는 촬영감독님의 고민 속에서 맺어진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앵글이나 사이즈에 대한 의견은 물론 저 역시 공유하지만 많은 부분을 촬영감독님이 책임지시고 정말로 좋은 앵글로 담아주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부분인데, 시즌2에 관련한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현재 집필 중에 있습니다. (웃음) 빠르면 올해 촬영을 들어갈 계획이고요. 아마 공개는 내년인 2023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청자분들 만큼이나 저 역시 빨리 시즌2의 촬영이 시작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매일 촬영 현장 나가는 게 가장 재밌습니다. 현장 나가서 찍는 일이야말로 제 본업에 가장 충실한 것이니까요.

 

 


김은경
20년 간 방송대본을 썼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극작 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방송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시간여행 서사를 연구중이다.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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