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쿨투라 어워즈] 또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넥스트 레벨’: 오늘의 음악 SM의 변곡점, 8인조 그룹 에스파
[2022 쿨투라 어워즈] 또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넥스트 레벨’: 오늘의 음악 SM의 변곡점, 8인조 그룹 에스파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2.0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M 엔터테인먼트

  I’m on the Next Level
  절대적 룰을 지켜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광야로 걸어가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2022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음악’ 부문에 〈Next Level〉의 에스파가 선정되었다. 〈Next Level〉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의 OST 〈Next Level〉을 에스파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그루비한 랩과 에너지 넘치는 베이스리프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으로 재탄생했으며, 파워풀한 보이스와 버라이어티한 곡 진행이 돋보인다. 또한 가사에는 에스파와 아바타 ‘ae’의 ‘SYNK’를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Black Mamba’를 찾기 위해 ‘광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세계관 스토리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2021년 전 세계를 ‘디귿 춤’ 열풍에 빠뜨린 에스파의 〈Next Level〉이 2022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음악’ 부문에 선정되어 안진용 기자가 수상자 에스파를 조명했다. - 편집자 주

  “저희는 8인조 그룹이에요.”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문장부터 수긍해야 한다. 2020년 11월 데뷔한 이들은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으로 구성돼 있다. 분명 4명이다. 그런데 이들은 8인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스파의 가상 아바타 ‘아이ae’가 존재한다는 설정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에스파라는 그룹이 가진 콘셉트를 아주 단순화시켜서 표현하자면 ‘각 멤버들이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가상의 공간(광야)를 구현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정도다.

  이는 ‘메타버스metaverse’(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세계) 세계관이다. 그들이 1년여 전 처음 이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불과 1년여 사이 메타버스는 정치·사회·경제를 막론하고 화두가 됐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이제는 한발 앞서 나간 에스파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이런 세계관에 대해 에스파의 멤버 윈터는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난다는, 에스파만의 독보적 색깔과 세계관을 갖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고, 카리나는 “AI 세계관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수업 받듯이 교육 받고 완벽히 이해를 한 상태에서 활동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저희는 완전히 이해가 된 상태”라며 “저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바타들이기에 따로 호흡을 맞춰보지 않아도 잘 통한다. 저희는 8인조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파는 ‘아이돌의 명가’라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이다. 그동안 S.E.S.,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 내로라하는 걸그룹들이 SM을 빛내왔듯 에스파는 그 명맥을 잇는 신규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첫걸음을 의미하는 첨병이다. 이들은 SM의 모든 아티스트를 연결한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흥행을 일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어벤져스〉에 비유하면 좀 더 이해가 쉽다. 히어로 집단인 ‘어벤져스’는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이 영화화 되면서 첫 삽을 떴다. 이후 〈캡틴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의 독립 히어로 무비가 잇따라 제작됐고 2012년에 와서야 이들이 한데 뭉쳐 지구를 구하는 〈어벤져스〉로 거듭났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각 히어로의 서사가 큰 메시지 아래 하나로 뭉치자 파괴력은 배가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SM이 배출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서사가 SMCU 아래로 융합된다. 최근 가수 보아,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 에스파의 카리나와 윈터 등 7명이 포함된 프로젝트 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가 출격한 것 역시 SMCU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올해 1월 1일 열린 〈SM타운 라이브 2022: SMCU 익스프레스@광야SMTOWN LIVE 2022: SMCU EXPRESS@KWANGYA〉에 참여한 SM의 1세대 HOT의 멤버 강타는 “미래에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계속 꿈만 꾸다가 드디어 현실이 됐다”며 “후배들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면서 더 강한 결속감으로 뭉치게 된 것 같다. 무대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여러분에게도 SM타운의 음악을 들려드리며 따뜻함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HOT 이후 SM의 약 25년을 총정리하는 서막을 여는 중책을 에스파가 맡은 셈이다.

  에스파는 그들만의 내러티브도 차곡차곡 구축해가고 있다. 불과 데뷔 1년 3개월밖에되지 않은 이들은 이미 여러 히트곡을 보유하고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들은 데뷔곡 〈Black Mamba〉에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블랙맘바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리고 블랙맘바를 찾기 위해 나서는 여정을 담은 곡이 〈Next Level〉이었다.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가 /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라는 내용은 바로 블랙맘바에 대응하기 위한 에스파 멤버들의 다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데뷔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니 1집 타이틀곡 〈Savage〉는 에스파와 아바타 아이가 조력자 나이비스naevis의 도움으로 광야KWANGYA로 나아가 블랙맘바와 맞서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에 대해 윈터는 “우리가 광야로 가서 블랙맘바와 만나게 되고, 조력자인 나이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고 말했고, 지젤은 “전투기술과 조력자가 추가되고 추가임무를 수행해간다”며 향후 점차 살을 찌워 갈 그들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에스파는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그룹이다. 물론 다른 그룹도 세련된 음악과 다양한 퍼포먼스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앞세운 에스파는 VFX와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극대화해 그들의 세계관을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로 구축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는 단순히 무대 위 걸그룹 활동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폭을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카리나는 “독특한 세계관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이라며 “CG나 애니메이션 효과 등을 활용해서 보는 분들이 세계관에 더 몰입할 수 있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SM이 새롭게 시도한 ‘카우만’ 영상으로 SMCU를 다채롭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에스파와 SMCU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카리나가 언급한 ‘카우만’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지난해 6월 SM을 이끄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는 ‘SM Congress 2021’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직접 진행자가 돼 에스파와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수만은 에스파의 세계관을 담은 시네마틱 영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SMCU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앞으로 세계관을 펼칠 것이고, 그 세상에 에스파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이 유니버스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카우만CAW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카우만은 Cartoon(카툰), Animation(애니메이션), Web-toon(웹툰), Motion graphic(모션 그래픽), Avatar(아바타), Novel(노블)의 앞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SMCU를 표현할 콘텐츠를 혼합한 장르를 의미한다. 그 시작이 SMP(SM Music Performance)라고 밝힌 이수만 프로듀서는 “K-팝은 비빔밥과 비슷한 ‘섞어 비빔’이다. 비빔밥을 먹어보면 SMP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문화를 에스파가 하는 것이다. 카우만이라는 장르로 에피소드를 만들고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하자고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파를 필두로 세운 SM의 실험을 K-팝을 비롯해 전 세계 음악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고도화된 콘텐츠가 쏟아지는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노래 한 곡, 퍼포먼스 하나로는 롱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팬덤이 동참하고 공감할 세계관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리고 SM은 이 실험의 주체로 에스파를 택했다.

  현재까지는 팬덤 뿐만 아니라 시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SM의 주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에스파가 데뷔하던 2020년 11월 전후 3만 원선이었던 주가는 〈Savage〉를 발표하던 2021년 10월 경에는 8만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여러가지 환경과 제반 여건까지 고려해야 한다지만, 에스파의 등장이 SM이라는 회사의 변곡점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보내주신 관심 만큼 좋은 노래와 무대로 보답하겠다. 이번 활동을 통해 에스파가 한층 넥스트 레벨로 올라간 느낌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지난해 〈Savage〉를 발표하며 에스파 멤버들은 이 같이 포부를 밟혔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Savage〉는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0위로 첫 진입했다. 그리고 그들은 또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넥스트 레벨’을 밟고 있다.

 

 


안진용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저서로 『방송연예산업경영론』(공저)이 있음.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