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행] 프랑스와 독일을 가로지르는 라인강 줄기따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도시 기행] 프랑스와 독일을 가로지르는 라인강 줄기따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2.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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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뜨 베니스
쁘띠뜨 베니스

프랑스 그랑테스트의 주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알퐁스 도데의 대표작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알자스-로렌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이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도시이다. 그런 탓에 라인강을 사이에 둔 프랑스와 독일의 치열한 다툼의 역사가 녹아있는 스트라스부르는 지금까지도 두 나라의 문화가 함께 살아 숨쉰다. 과거에는 스트라스부르가 프랑스와 독일의 부딪힘을 상징하는 지역이었다면, 현재는 유럽의회 제1의사당이 위치한 ‘화해’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거대하고 섬세한 경이, 노트르담 대성당

라인강의 지류 일L’Ill 강을 따라 둘러싸인 스트라스부르의 구시가지 그랑딜Grande-Île은 ‘커다란 섬’이라는 뜻으로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스트라스부르의 랜드마크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하고 있다. 꽃할배가 다녀가며 더욱 인기를 끈 노트르담 대성당은 1176년 건축을 시작해 1439년 완공 후, 1880년까지 증축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곳만의 특징은 우선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외벽 색깔이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검게 바래기도 했지만, 검붉은 자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한 첨탑이 대칭 구도로 두 개인 일반적인 고딕 양식의 성당들과 달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서쪽 파사드 쪽에 첨탑 하나만 있다. 설계상의 문제와 정치, 경제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무려 700여 년의 긴 세월동안 지어진 역사적인 대성당은 두눈으로 보면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1874년 함부르크의 성 니콜라이 교회가 지어지기 전까지 200여 년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위용에 고딕을 싫어했던 괴테조차도 “수천 개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딕”이라며 찬사를 던졌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회랑 벽면을 가득 메운 스테인드글라스와 화려한 장미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독일 르네상스의 걸작인 천문시계가 있다. 신학과 천문학, 역사와 수학, 음악과 성서가 모두 담긴 당대 기술의 집약체인 이 천문시계는, 네 사람의 인형(아이, 소년, 어른, 노인)이 15분 간격으로 등장하며 매시 정각에는 구세주 예수가 나타나 죽음의 신을 몰아낸다. 시간의 횡포를 은유하며 삶의 덧없음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매일 12시 30분에는 열두 제자가 예수를 축복하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데, 성당 최고의 볼거리로 손꼽힌다.

둘러보는 내내 자연스레 녹아있는 프랑스와 독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높은 첨탑, 화려한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세밀한 조각과 예배당 정면의 회중석은 프랑스에서 만개한 고딕 양식으로, 성당 좌우 날개와 성가대석, 움푹 패인 제단은 독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아름다운 성당을 “거대하고 섬세한 경이”라 평하며 극찬했다.

크리스마스마켓ⓒWikimedia
크리스마스마켓ⓒWikimedia

크리스마스의 수도

성당을 나와 그랑딜 중심으로 향하다 보면 구텐베르크 광장이 나온다. 금속활자를 이용한 활판 인쇄술로 유럽의 역사를 바꾼 구텐베르크가 활동하기도 한 스트라스부르는 당대 유럽 인쇄술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프랑스 혁명 장군 장 밥티스트 클레베Jean-Baptisted Kléber의 이름을 딴 클레베 광장에 도착한다. 

클레베 광장
클레베 광장

클레베 광장은 라파예트와 쁘레땅 백화점 등이 위치한 스트라스부르 최고의 번화가인데,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해 ‘크리스마스의 수도Capitale de Noël’라고 불린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전나무의 발상지가 스트라스부르인 만큼 광장 중앙에는 30m 높이의 초대형 트리Le Grand Sapin가 설치된다. 수천 개의 조명이 반짝이는 트리 주변으로 오두막 모양의 상점들이 설치되는데, 아기자기한 기념품은 물론, 마켓을 둘러보며 요기할 수 있는 타르트 플람베와 뱅쇼 등의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부쉬 드 노엘과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의 또 다른 장점이다.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쁘띠뜨 프랑스

그랑딜에서 강가를 따라 서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동화 속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쁘띠뜨 프랑스Petite France에 다다르게 된다. 과거 이곳에는 매독에 걸린 군인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었는데 독일어로 매독을 ‘프랑스인의 질병’으로 불렀고, ‘쁘띠뜨 프랑스’라는 이름은 귀여운 어감과 달리 매독에 걸린 프랑스인을 조롱하고 경멸하는 의미를 담아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쁘띠뜨 프랑스에는 알자스-로렌 지역 특유의 건축 양식인 꼴롱바쥬colombage가 잘 보존되어 있다. 독일 가옥의 영향을 받은 알자스 전통의 목조 골재 건물들이 강변을 따라 줄지어 이어지는데, 외벽에 나무가 드러나는 집은 돈이 없어 마감재를 살 수 없었던 가난한 집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는 종교 탄압을 받던 개신교인들이 많이 거주하며 무두질에 종사하였는데, 그 영향으로 가옥 대부분이 가죽을 말릴 수 있는 넓은 지붕을 가지고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17세기에 세워진 보방댐Barrage Vauban을 만난다. 보방댐은 강물의 수위를 조절하여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댐 내부에 조각들을 전시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보방댐을 찾는 이유는 댐 위에 올라가서 쿠베르 다리와 쁘띠뜨 프랑스지구를 조망하기 위해서이다. 쁘띠뜨 프랑스에서 바라보는 풍경 하나하나가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답지만, 그 중 최고는 단연 보방댐 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다. 이외에도 운하의 상하류 수위 차를 조절하기 위한 갑문이 있는데, 유람선이 지나갈 때마다 갑문을 여닫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유럽의회
유럽의회

유럽의회와 꼴마르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를 나와 유럽지구로 발걸음을 돌리면 유럽의회 제1의사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띤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떠올리게 하는 제1의사당은 유럽 의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곳이다. 제1의사당 내부는 건물 내 사이 공간에 식물을 배치하여 모던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곳은 방문객을 위한 안내가 잘 되어있다. 화살표만 따라가면 하나의 유럽을 향한 유럽연합의 역사를 빠르게 훑을 수 있고, 미디어에서만 접하던 본회의장의 내부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 유럽의회 외에도 유럽 지구에는 유럽 평의회와 유럽 인권재판소 등 20개가 넘는 유럽연합 관련 기관이 밀집되어 있다.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시간을 두고 둘러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스트라스부르 근교에 위치한 꼴마르도 스트라스부르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유리 궁전 스타일의 독특한 설계로 유명한 스트라스부르역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꼴마르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도시이다. 주변 도시 대부분이 전쟁의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꼴마르는 한번도 폭격으로 손상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도시의 모습이 중세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특히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로슈강La Lauch이 흐르는 쁘띠뜨 베니스Petite Venise는 꼴마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또한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Frédéric Auguste Bartholdi가 나고 자란 생가와 생마르탱 성직자회도 쁘띠뜨 베니스와 가까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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