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나희덕 시인의 「수탉 한 마리」
[새 시집 속의 詩] 나희덕 시인의 「수탉 한 마리」
  • 나희덕(시인)
  • 승인 2022.02.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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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한 마리

독약을 마시고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흰 천을 벗기며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지고 있네.
잊지 말고 그분께 빚진 것을 꼭 갚도록 하게.*
의술의 신에게 진 빚을 갚아달라는 친구를 향해
크리톤은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소크라테스의 몸이 잠시 떨다가 멈추었고
크리톤은 그의 입술과 두 눈을 고요히 닫아주었다
수탉 한 마리의 빚을 남긴 친구를 위해

*플라톤,『파이든』,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숨, 2012, 234쪽

- 나희덕 시집 『가능주의자』(문학동네)에서

 

 


나희덕
시인은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이 있다. 최근 시집 『가능주의자』를 출간한 시인은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가능주의자」)라며, “마음이 기우는 재로/ 피와 땀과 눈물이 흐르는 대로 가보면 / 통증과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는 영혼들 곁”이었고, “시는 영원히 그런 존재들의 편”(「시인의 말」)이라고 말한다. 백석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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