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다채로운 색깔과 함께한 순간을 담다
[북리뷰] 다채로운 색깔과 함께한 순간을 담다
  • 해나(본지 에디터)
  • 승인 202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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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 『박경화의 색채에세이 그리고 아모르파티』

  수필가 박경화가 에세이집 『박경화의 색채에세이 그리고 아모르파티』를 펴냈다. 런던 CMB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미지 컨설턴트(Colour&Style)자격을 취득한 저자는 패션 업계, 미디어, 기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며 ‘한국 최초의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그런 저자는 2019년에 펴낸 에세이집 『다른 과거를 위하여』에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아련함을 유려한 문체에 담아내기도 했다. 전문 분야와 감성적인 수필에서 각각 자신의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 저자는, 이번에 펴낸 책을 통해 두 분야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수필들을 선보인다.

  『박경화의 색채에세이 그리고 아모르파티』는 저자가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월간 《수필문학》에 열 달동안 연재한 「색채에세이」를 엮어 펴낸 책이다. 요하네스 이텐을 중심으로 그 이후에 나온 색채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책을 먼저 펴낼 계획이었으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섬세한 언어로 편안하게 다룬 「색채에세이」 연재 글을 엮은 책으로 먼저 독자들과 만나고 싶어서 출간 순서를 바꾸게 되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다정한 언니의 어조로 색채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의 곳곳에서 그런 그녀의 온기가 느껴지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미술에 관한 전문 지식을 다루더라도 그것을 최대한 독자들이 읽기 편안한 문장들로 풀어 썼고, 전체적인 이해를 돕는 정보더라도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에는 최대한 각주로 보냈다. 또한 색채에 관한 지식을 그저 정보로서만 다룬 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저자의 내밀한 일상이나 생각들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자연의 신비는 차디찬 색깔들끼리 만나서 어우러지고 부딪치면서 가장 따뜻하고 고운 봄의 색깔들을 예비하게 한다. 봄의 꿈을 젊고 푸르게 숙성시키는 계절이 여름이라면 가을은 인생의 완숙기처럼 무르익는다. 그러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가을 잎의 쓸쓸한 혼들은 우리를 깊은 우수에 잠기게 한다. 자연은 새로운 계절의 등장 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는 것처럼 다음에 올 또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 무대를 비워주는 시간도 잊지 않는다. 옛사랑은 눈물처럼 흘러가고 새로운 사랑은 미소처럼 다가오고….
- 「사계절 이론」, 본문 102페이지

  사람의 자연색은 인격과 상관없다. 인상이 강한 clear 사람에게는 흐린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옷의 항목과 달리 존재감이 큰 청바지의 경우는 더구나 선명한 색상이 아니면 그가 가진 본래의 맑고 선명한 인상을 살리지 못한다. 반대로 부드러운soft 사람에게는 너무 짙은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부드러운 사람에게는 채도가 낮은 파스텔(흐리거나 탁한) 느낌의 색상이 어울린다. 그에게는 인위적으로 염색을 흐리게 만들거나 심지어 여기저기 찢어서 헌옷 같은 느낌을 낸 청바지도 멋지게 어울린다.
-「맘보바지 다음 청바지」, 본문 193페이지

  저자는 자신과 함께 세월을 보낸 색채들을 통해 아련한 장소들을 소환해낸다. 모교인 고려대학교 교정의 백주년 기념관에서 단아한 남색으로 눈길을 끌었던 유리창의 빛, 어머니 옷을 맞춰 드렸던 명동의 근사한 가게와 브라운색 옷깃의 포근함, 하얀 정적이 인상적이었던 명동성당 등, 색채라는 문을 열면 그 안에서 다정한 풍경들이 독자들을 맞이하러 나온다. 또한 색채는 그리운 사람들을 불러내기도 한다. 저자가 글을 쓰게된 이유였던 엄마와 막냇동생, 공부하는 아빠,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같이 사는 관계’를 가르쳐주었던 언니와 오빠들, ‘내다 버리는 버릇이랄까 본능’ 때문에 싸우지 않고 잘 지내온 남편 등. 각각의 색채와 어울리는 저자의 친근한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흰 빛을 소복하게 덮은 날들이 많은 계절, 풍부한 이야기와 색채들의 온기로 가득한 수필집이 곁들여진다면 그 풍경을 더 멋지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컨설턴트이자 수필가인 박경화는 고려대학교 영문과,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영어교육 전공)를 졸업했으며, 런던 CMB에서 토털 이미지 분석가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색채연구소 교수를 역임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교양영어,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색채 강의를 했다. 또한 패션업체의 패션 전문 코디네이터 교육, KBS 앵커 및 아나운서의 이미지 컨설팅, 기업체 사원 연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과 이화여자대학교 정보과학대학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도 전문분야에 대해 강의했다. 펴낸 책으로 전문서적 『박경화의 이미지 컨설팅』과 『나를 연출하는 이미지 컨설팅』, 수필집 『다른 과거를 위하여』가 있다.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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