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오늘의 영화 - 기생충] 부조리한 계급세상 퍼즐 맞추기
[2020 오늘의 영화 - 기생충] 부조리한 계급세상 퍼즐 맞추기
  •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
  • 승인 2020.09.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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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2019)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서구와 할리우드를 대변하는 영화상들을 수상하는 글로벌 인증절차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중이다. 국내외 평단의 찬사와 흥행 성과 속에 2020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4관왕의 성과를 이뤄낸 이 작품은 한국영화 100년사를 기념하는 상징적 지표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생충’은 생물학적인 보통명사로만 통하지 않는다. “기생충 봤어요?” “기생충의 어떤 점이 좋은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건 숙주의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라기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열풍과 동시에 계급사회의 속성을 기생충 메타포로 보는 사회적 파장을 증명해준다 .

  이런 성과는 지난 20여 년간 봉준호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을 통해 붙여진 ‘봉테일’(디테일이 강하다)이란 칭호가 ‘봉장르’로 글로벌 인증을 받기에 이른 하나의 여정처럼 보인다. 그 여정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그리고 글로벌 제작 시스템을 보여준 <설국열차>와 <옥자>에 이르기까지 계급문제와 그에 따른 문제를 풀어내는 서사로 지속된다. 그런 주제의식 속에서 관찰자적 시점으로 드라마를 구성해나가는 봉준호식 장르서사는 반복과 차이의 퍼즐판 맞추기처럼 보인다. 특히 그의 영화아카데미 졸업작이자 데뷔작이기도 한 단편 <지리멸렬>로부터 예고된 부조리한 계급세상을 관찰담은 <괴물>, <마더> 등을 통해 가족사에 방점을 찍으며 재현되었다. 이어 SF 재난영화 <설국열차>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계급차별론을 풀어낸다. 그 무대가 되는 빙하기를 폭주하는 1001칸 세상에서는 꼬리 칸 빈자와 앞 칸 부자의 처참한 계급차별과 그에 따른 대립이 펼쳐진다. 그런데 <기생충>에서는 부자와 빈자, 세 가족1의 공생과 갈등이 호화스러운 대저택이란 하나의 공간을 주 무대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숙주와 기생충의 역학관계를 세 가족 구성원의 상하동선이 부각되는 강렬한 시각적 미장센으로 재현된다. 이런 미장센은 피라미드식 계급 구조의 메타포이자 그 자체의 표상 기호로 작동한다.

ⓒCJ엔터테인먼트

  대저택 공간에서 주로 펼쳐지는 위장취업으로 시작된 서사 도입부에서부터 지배적인 강자의 악함을 고발하면서 지배받아온 약자의 선함을 해피엔딩 서사로 봉인해온 장르적 관습은 깨어져 나간다. 반지하에서 피자상자를 접으며 이웃집 와이파이에 기생하며 근근히 살아오던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박사장(이선균) 집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업하면서 스릴러 퍼즐맞추기 같은 위장술이 생존술로 전개된다. 기택의 장남인 기우(최우식)가 명문대생으로 위장해 박사장의 딸 다혜(정지소)의 고액 과외교사로 취업하면서 가족의 희망이 시작된다. 아들의 정신상태와 미술교육에 골몰하는 사모님 연교(조여정)의 고민을 간파한 기우는 동생 기정(박소담)을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아동 미술치료를 공부한 ‘제시카’로 소개한다. 기정/제시카는 박사장의 기사를 해고시키는 성추행극 위장술로 대리기사 경험이 있는 기택을 기사로 취업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번에는 음모극을 기택이 주도하여 살림살이를 맡아 박사장 가족보다 더 오래 이 공간에 머물러 온 가정부 문광(이정은)을 그녀의 아킬레스건인 복숭아 알레르기 공격으로 내쫒게 만든 후 자신의 부인 충숙(장혜진)을 가정부로 취업시킨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들의 위장술에 모두 넘어간 박사장 가족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이다. 기택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모두 협동하며 이뤄낸 온가족 위장취업 성공담은 강자 속이기용이란 명분의 블랙유머 코드에 힘입어 흥미진진한 퍼즐게임처럼 전개된다.

  여기에서 일관되게 재현되는 수석(‘산수경석’) 소품은 계급가족론 퍼즐 맞추기의 의미심장한 상징기호로 작동한다. 기우에게 위장취업 기회를 제공한 친구가 선물로 가져온 이 소품은 처음에는 그들에게 재물과 행운을 가져다 줄 징표로 제시된다. 충숙은 반지하 집에 모셔놓은 수석을 정성껏 닦아 모셔 놓는가 하면, 드디어 돈을 벌게 된 이들이 오붓하게 나누는 반지하 가족식탁 장면에서도 이 수석은 후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포스터에서 눈을 가린 인물들 중 자세히 보면 기우는 바로 이 수석을 들고 있으며 실제로 막판의 난투극에서 공격용 도구로 변신한다. (서구용 포스터에서는 수석을 핵심 이미지로 확대해서 마치 거기 기생하는 작은 벌레처럼 인물들을 배치한 이미지도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이렇듯 블랙유머 특유의 유연하게 풀려나가던 전반부 서사에 불길한 조짐이 서서히 예고되면서 보다 스릴러 서사에 충실한 계급 퍼즐판이 후반부로 이어진다. 박 사장 가족이 아들의 생일맞이 캠핑을 떠난 빈집에서 기택 가족은 자신의 본래 신분으로 가족파티를 즐기게 된다. 거실 테이 블 위에 온갖 고급 양주와 안주를 늘어놓고 먹고 마시며 지배층에 붙어살던 기생충이 아닌 상류층 되기를 즐기는 순간이다. 빗속에서 자신의 짐을 찾으러 왔다는 전직 가정부 문광의 급작스러운 방문과 함께 드러난 지하 벙커 공간과 거기 숨어 살아온 그녀 남편 근세(박명훈)의 등장으로 피지배층이란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족의 폭력적 대결은 반전용 구성점으로 작동한다. 이어서 폭우로 캠핑 계획을 접은 박사장 가족의 귀가 통보가 전해온다.

  연교의 짜파구리 요리 준비 요청과 함께. 여기에서 연교와 아들을 중심으로 수행되는 ‘미제’가 강조되는 인디언 캠프 구입과 미국식 가든 파티 등은 한국 상류층의 또 다른 서구 콤플렉스 코드를 제시해준다.

  박사장 가족이 갑자기 집에 돌아올 경우, 바퀴벌레처럼 재빨리 숨으면 된다, 는 충숙의 예고가 적중하는 순간이 실제로 발생한다. 이제 그들은 사모님의 주문한 짜파구리를 요리하는 충숙을 빼고 모두 거실 테이블 밑으로 숨어든다. <지리멸렬>에 나왔던 바퀴벌레, 그 벌레를 재료로 만든 단백질 양갱을 배급받아 먹으며 생존했던 <설국열차>의 꼬리 칸 인물들이 숨어서 앞 칸으로 이동하듯이. 이 대목에서 지하를 갖춘 복층 구조의 저택은 거실로 압축된 공간 속에서 피라미드 계급구조의 부조리한 공생을 다면적 공간의 미장센으로 재현된다. 숨겨졌던 지하 벙커에서 가정부 부인인 몰래 준 음식으로 연명해온 근세가 박사장에게 “리스펙!” 반복하는 모습은 모순에 길들여진 또 다른 부조리한 공생의 메카니즘을 드러내준다. 

  이렇게 위장된 공생은 후각을 통해 그 정체가 드러날 조짐을 보여준다. 빈자의 냄새는 부자의 후각에 감지된다. 시청각 매체인 스크린에서는 맡을 수 없는 기택 가족의 냄새는 박사장 가족의 대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를 적셔 먹는 홍차 내음에 뇌자극을 받아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묘사에서 비롯된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는 여기에서 계급인식 효과로 작동된다. 상관관계가 없는 신분으로 위장취업한 기택네 가족의 냄새가 같다는 것을 후각을 통해 알아챈 아들 다송의 대사들, 그리고 고용인을 점잖게 대접하면서도 지하철 냄새가 나는 하류층을 구분하는 박사장의 후각은 계급의 경계선을 입증해낸다. 그런 점에서 아들 생일을 축하하는 가든파티가 살인극으로 돌변한 후, 저택을 떠난 박사장에 이어 언젠가 그 저택을 소유하고야 말겠다는 기우의 계급상승 욕망과 계획은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돼요.”)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을 입증한 셈이다. 처음에는 기우의 위장취업을 축하하며 그의 계획을 칭찬하고 격려하던 기택이 결국,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바꾸는 것도 그런 욕망을 뒷받침해 준다. 이렇듯 <기생충>은 압축적 경제성장이 낳은 한국형(수저론식) 계급가족론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프레임을 통해 글로벌 세상에 공명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한국영화의 성과이기도 하다.


1흔히 이 영화를 부모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기택과 박사장 가족을 대상으로 ‘두 가족’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반전의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저택의 지하 벙커를 중심으로 한 가정부와 그녀의 남편도 또 다른 가족으로 본다는 점에서 세 가족으로 볼 필요가 있다. 

유지나 _ ginarain8@gmail.com
영화 평론가. 파리7대학 기호학과 문학박사(영화기호학). 저서로 『유지나의 여성영화 산책』 『한국영화, 섹슈얼리티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음.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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