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여행] 최희영 기자의 글로벌 공감 탐색,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Book review - 여행] 최희영 기자의 글로벌 공감 탐색,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 전찬일(영화, 문화콘텐츠 비평가)
  • 승인 2019.03.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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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기념비적 융·복합 문화 여정으로 손색없어

 우선 자료를 빌려 전해보자.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2018년 연말 ‘2019 전 세계 유망 여행지’ 19곳 중 한곳으로 우즈베키스탄을 선정·발표하면서 국내 여행자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단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상대적 미지의 나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단다.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라운더바우트, 2019년 1월 이하 『우즈꽂』)는 그런 상황을 충실히 알리기 위해, 여행 작가이자 우즈베키스탄 전문월간지 《UzKor Economy》의 취재팀장인 최희영이 2018년 1년 동안 6차례 그 나라를 여행하며 기록·집필한, 아주 아주 특별한 여행 무크다.

 그녀는 오지 중의 오지라는 아랄해 '배들의 무덤’을 두 차례나 찾았을 만큼, 지난해 내내 우즈벡에 푹 빠져 살며 이 무크를 썼다.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넓은 판형으로 펼쳐 보이며, 발로 쓴 생생 여행기를 ‘힐링 투어’ 편과 ‘비즈니스 투어’ 편으로 나눠 자세히 소개했다. 우즈벡이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일명 카레이스키)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라는 점까지 고려해, 마지막 3부 「Theme 3. 우즈베키스탄과 고려인」을 통해서는 18만 명에 달한다는 우즈벡 고려인들에 대해, 양적으로 많진 않아도 질적으로 깊이 있는 정보들까지 담았다.

 사적 인연을 밝히면, 최희영은 내 ‘인생 친구’의 배우자다. (이런 개인적 정보를 드러낸다고 두 사람이 싫어해도 하는 수 없다.) 그 친구는 상기 《UzKor Economy》의 편집주간이자, 글로벌 리더 인물 열전 1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우즈코이코노미, 2017년 12월)의 저자다. 조철현! 그는 위 열전을 선보이기 전, 언론 홍보 사이트로 당일자 분야별 담당기자 리스트, 출판, 홍보, 편집 대행 등을 안내하는 ‘여산통신’과, 책 소개 전문 케이블 방송 ‘온 북 TV’ 등을 만들어 대표로 경영했었다. 『우즈꽂』은 고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와의 연관성에서 읽으면 한층 더 풍성해질 인문적 여행서요 교양서다.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래도 『우즈꽂』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하련다. 총론을 읽고 각론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치와 같다.

 『우즈꽂』은 우선 양적으로 만만치 않다. 아무것도 기록돼 있지 않는 백지들이 심심치 않게 들어가 있긴 해도, 460여 쪽에 달한다. 대통령 열전보다 무려 100쪽 이상이나 많다. 일종의 ‘개론서’ 내지 총론답다. 그만큼 풍성하다. 양적으로만 풍성한 게 아니다. 질적으로도 풍요롭고 알차다. 인터넷 서점에 소개돼 있는 다른 우즈벡 관련 저서들에 비해 최근에 출간된 덕에, 「프롤로그 : 팩트 체크」 편에서는 “2018년 2월 10일 자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를 발표”해 “여권과 항공권만 있으면 30일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2017년 9월의 자유화 조치로” 그동안 “한국으로 달러 송금하지 못해 사업할 곳 못 된다”는 등의 정보도 오보임이 드러난다.

 프롤로그를 거쳐 1부 「Theme 1. Welcome to Uzbekistan!」을 읽다 보면 우즈벡을 가고 싶어 안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히바-부하라-사마르칸트-타슈켄트에 이르는 대표적 관광 코스를 비롯해 톈산산맥 하늘 아래 첫 동네 페르가나밸리, 힐링 타운 지작, 아미르 티무르 제국의 본향 샤흐리삽스, 고대 불교 유적지 테르메즈 등등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꽂힌 곳’은 아랄해 ‘배들의 무덤’ 무이낙이다. 196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70%쯤인 68,000km²였으나 60년도 채지나지 않아 그 10분의 1로 줄어들어 전 지구적 재앙의 대표적 경우가 돼버렸다는, 2017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UN 총회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사막화 된 지도 한 장을 제시하며 호소한 연설 이후 세계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는 아랄해 현장!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배들은 모래 사막 위에 정박했고, 동네 앞 둑까지 바닷물이 찰랑대던 무이낙은 사막 한 가운데의 외로운 빈촌으로 전락했다.”

 저자도 밝히듯 2부 「Theme 2. 양국 교류 현장」은 ‘비즈니스투어’ 중심으로 엮었다. 의료와 관광 교류 등 양국의 민간 경제교류 내용들을 담았는데, 정부 차원의 대기업 교류보다 민간 교류 사례가 이 파트의 핵심이다. 가장 관심 있게 탐독한 3부에서 는 150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과거와 현재를 밀도 있게 정리했다. 3부 마지막 편 「150년 디아스포라의 2018 아랄해 합류」를 읽으면서는, 최희영이 그랬듯,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잖은 한국인들의 ‘이산離散’에 무관심한 채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시인 동주는 일찍이 시가 잘 써진다고 부끄러워했거늘, 그것도 20대의 어린 나이에, 엄연히 우리 역사의 주요 일부에 그렇게 무심해왔으니 어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디 그런 부끄러운 무심함, 망각이 한둘이겠는가만은.

 와중에 어느 대목에서는 먹먹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2018년 11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함께한 ‘아랄해 국제 포럼’이 열린 카라팔크스탄 의회 부의장의 인사말(446쪽)에서였다. 그 공화국 주민들은 모두가 고려인들을 ‘존경’한다는 게 아닌가! 그 지역의 고려인들이 “우리의 고유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며 수 십 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분들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인의 근면성과 진솔함을 모범적으로 보여왔기 때문”이라면서. 고려인들은 ‘난민들’이었다. 한데 그 지역 주민들은 그 난민들을 존경한다는 거 아닌가. 바야흐로 우리는 어떤가! 사실 2부와 3부를 관통하는 <최희영의 만난 사람> 16인은 예외 없이 어떤 감동과 반성, 교훈 등을 두루 선사한다. 반기문 전 총장만이 아니다.

 『우즈꽂』은 분명 ‘발로 쓴 생생 여행기’다. 허나 이 여행 무크는 단언컨대 부지런한 발과 손, 예리한 눈을 넘어선다. 객관적이면서도 냉철한 지성·이성에, 조철현이 동지 최희영에게 역설한 ‘가슴’(69쪽)까지 곁들여졌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융·복합적 문화 여정으로 손색없다. 저자도 피력했듯 막상 책으로 엮고 나니 드러났다는 여러 부족한 점, 전문가들이 보면 얕다고 할 부분들에도 불구, 주저 없이 여행서를 ‘강추’하는 건 무엇보다 그래서다. 『우즈꽂』을 가히 ‘기념비적’이라고 평하는 것도 그래서고….

 

 

* 《쿨투라》 2019년 2월호(통권 5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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