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빛’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Gallery] ‘빛’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 이정훈(본지 객원기자)
  • 승인 2022.03.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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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대홍수 후의 아침〉, 캔버스에 유채, 1843년 전시, 테이트미술관 소장

해외소장품 걸작전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이하 《빛》)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 2, 프로젝트 갤러리 1, 2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21일(화)부터 시작되었으며, 올해 5월 8일(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전의 성공적 개최 이후 ‘해외소장품 걸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유수의 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두 번째 해외소장품 걸작전 《빛》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로,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 110점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범위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해 현대까지, 전 세계 43명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윌리엄 블레이크,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클로드 모네, 바실리 칸딘스키, 백남준, 쿠사마 야요이,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등 18세기부터 동시대의 작가들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빛을 탐구해온 작품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존 브렛,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캔버스에 유채, 1871년, 테이트미술관 소장
존 브렛,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캔버스에 유채, 1871년, 테이트미술관 소장

《빛》은 중국 상하이 푸동미술관에서 개관 전시로 개최한 후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순회 전시로, 국내 전시에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소장한 백남준의 〈촛불TV〉가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빛은 광원과 같다.”라고 말한 백남준의 〈촛불TV〉를 시작으로, 신을 상징하는 종교적 ‘빛’과 근대 물리학의 문을 연 ‘빛’, 인상주의의 탄생, 그리고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암시하는 TV까지 미술사는 물론 문명사, 인류사, 과학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빛’이라는 주제는 천상의 숭고미를 드러내는 종교화는 물론, 근대 물리학의 토대가 되는 광학적 색채 실험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원근법을 기초로 하는 회화, 색채 물리학적인 빛의 산란 효과를 이용한 인상주의 실험, 광원 오브제를 활용한 조각과 몰입형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기법을 개발하며 도전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는 큰 틀에서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각기 다른 시대의 작품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하여 나타나는 빛의 물리적이고 미학적인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 <우주 먼지입자>, 스테인리스강, 반투명 거울 필터 유리, 강철줄, 전동기, 조사등. 2014년, 테이트미술관 소장

이번에 전시되는 주요 작품 중 하나인 클로드 모네의 〈엡트 강가의 포플러〉는 굽이굽이 흐르는 엡트강을 따라 크게 줄지어 자라있는 나무를 그린 23점의 작품 중 하나였다. 그중 11점은 특별히 바닥을 평평하게 개조한 배에서 그린 풍경을 담고 있다. 나무가 곧 베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모네는 자신이 이 연작을 완성할 때까지 나무를 남겨두도록 돈을 지불하기도 했다. 거칠게 그려진 붓질은 이 작품을 즉흥적으로 속도감 있게 작업했음을 시사한다. 연작 중 이후 광범위한 재작업 흔적이 보이는 작품들도 있으나 모네는 보다 느슨한 느낌의 이 작품을 가장 좋아했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스윙〉은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표상 차원을 넘어, 음악을 들을 때처럼 보는 이가 직접 참여해 경험하는 예술이 되길 바랐던 그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회화도 음악만큼 추상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은 칸딘스키는 물질세계를 연상케 하는 모든 요소에서 자유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에게 있어 색은 예술을 표상성에서 자유롭게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인식 가능한 문양에서 세부 묘사를 삭제함으로써 그의 작품에서는 필선이 구조적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스윙〉은 이러한 접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 제목에서 음악과 움직임에 대한 명백한 암시를 읽을 수 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예술을 영적 영역에 다다를 수 있는 대안적 통로로 여겼는데, 이는 관찰적 세계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더욱 강력해진다.

바실리 칸딘스키, 스윙, 보드에 유채, 1925년, 테이트미술관 소장, 1979년 구입

이번 전시는 이처럼 ‘빛’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근대 미술부터 현대의 설치미술까지 다루는 큰 스케일의 전시는 관객들에게 예술 작품을 경유해 거대한 ‘빛’의 흐름을 선사한다. 미술사의 커다란 흐름을 조망하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작품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큰 스펙트럼을 통해 다양한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빛들이 새로운 기운으로 퍼져나갈 봄, 《빛》 전시를 통해 미술작품에 스며든 빛의 따스함과 만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쿨투라》 2022년 3월호(통권 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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