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K-콘텐츠의 새로운 비평을 펼쳐나가는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KOCCCA: 임대근 콘비협 회장
[INTERVIEW] K-콘텐츠의 새로운 비평을 펼쳐나가는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KOCCCA: 임대근 콘비협 회장
  • 손희(본지 편집장)
  • 승인 2022.03.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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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인이 한국 문화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눈부신 K-Culture의 활약은 한류산업에 이바지함은 물론 국가의 문화자긍심도 우리 삶의 자존감도 드높여주었다. 이번호에는 K-콘텐츠의 빛나는 업적 속에서 새로운 문화콘텐츠 비평을 이어갈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이하 콘비협) 임대근 회장을 만나보았다.

1. 콘비협 소개와 2022년 활동 계획

손희(이하 손) 안녕하세요? 출장 중이라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총회에서 제2대 콘비협 회장에 선출되셨는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콘비협은 우리 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연구와 활동을 해왔습니다. ‘문화콘텐츠, 새로운 비평 선언’을 내세우며, 2019년 2월 창립한 콘비협이 벌써 3주년을 맞았는데요, 콘비협에 대한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임대근(이하 임) 네, 감사합니다.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는 말씀하신 대로 지난 2019년 창립됐습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문화콘텐츠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는데, 이게 주로 산업이나 기술의 영역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좀 거칠게 말씀드리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서 돈을 좀 벌어보자, 아니면 디지털, 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 같은 개념들이 강조되면서 문화콘텐츠와 신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는 것이죠. 물론 이런 입장은 문화콘텐츠를 이해하고 또 그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생각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화콘텐츠가 기획, 제작, 유통, 수용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콘텐츠가 가치 있고, 어떤 콘텐츠가 더욱 의미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할 마당은 부족했습니다. 콘비협은 이런 상황에서 비평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건강한 문화콘텐츠비평을 활성화함으로써 그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비평가들의 뜻을 모아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콘비협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는 공감, 공생, 공유의 가치를 위하여 비평의 연대와 성숙한 시민네트워크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데요, 현재 대학 교수로서 국내외 여러 문화예술 활동을 주도하고 계신 회장님이 바로 콘비협의 캐치프레이즈에 부합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2대 회장에도 선임되셨겠죠. 《쿨투라》 독자들에게 회장님 소개도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융합인재학부)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영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게 계기가 돼서 중화권 영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중문화의 교류,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담론 분야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게 있어 교육과 연구는 중요한 두 영역입니다만, 중국이라는 주제도 그렇고 영화나 문화콘텐츠라는 주제도 그렇고 대중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대중 비평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간혹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하고 방송에 나가기도 합니다. 한중일 영화를 중심으로 수다를 떠는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폭넓게 보면 저는 이런 활동이 일종의 비평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콘비협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요, 그동안의 주요 활동과 회장으로서 진행할 2022년 콘비협의 활동계획도 궁금합니다.

지난 3년간 콘비협은 문화콘텐츠비평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협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회원과 회원 사이, 회원과 대중 사이의 소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를 위해 ‘월간 콘비협’이라는 이름으로 월평회를 꾸준히 열어왔고, 협회 홈페이지에 비평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금강역사영화제 등과 협업하여 포럼과 강연을 열었고, 전주국제단편영화제에서 협회 이름으로 우수영화에 시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와 함께 인디 게임 비평집을 발간하기도 했고요, 《르몽드디플로마티크》와 공동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K-문화콘텐츠는 어디로?’라는 주제로 16회의 연속 비평을 게재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어진 임기 동안 협회의 법적 지위를 튼튼하게 하고, 젊은 세대 비평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면을 비롯한 비평 공간을 확대하고, 비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도 운영하려고 합니다. 협회는 또 우리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 문화콘텐츠 이슈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수많은 문화콘텐츠의 옥석을 가려 좋은 콘텐츠에 상을 주는 제도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2.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소개와 활동

회장님은 콘비협 회장뿐만 아니라 2007년 창립하여 문화콘텐츠라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넓혀온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도 맡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단체가 문화의 장르 간 융·복합적 이론 비평 및 실천 비평을 선도해나간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기도 한데요. 실질적으로 융합과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는 우리 학계에서 문화콘텐츠연구를 대표하는 학회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는 말 그대로 문화콘텐츠에 대한 학문 연구의 결과를 가지고 토론을 주로 하는 곳이고, 협회는 비평의 공간이라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비평이라는 측면에서 두 단체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는 지방과 국가, 지역, 세계로 이어지는 문화콘텐츠의 영역과 상호작용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오늘날 한국 문화콘텐츠가 세계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연구의 결과는 언제든 비평의 장으로 환류되면서 융합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에서 주최한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국제학술대회의 백미는 사실 정식 발표나 토론보다는 그 뒤에 이어지는 오찬이나 만찬 시간입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모인 학자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입니다. 저는 꽤 많은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했지만, 그때마다 많은 해외 학자들로부터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오래전 일이긴 합니다만 〈대장금〉을 비롯해서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 유행할 때마다 서로 앞다퉈 드라마를 봤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기억납니다. 식사 자리가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학술 토론의 장으로 바뀔 때마다 저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으뜸 분야 중 하나가 문화콘텐츠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곤 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해외 학자들을 만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온라인도 유용한 도구이긴 합니다만, 여유 있는 대면 교류가 가져다주는 뜻밖의 깨달음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좀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현장이 서로 보완되는 형식의 교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콘비협과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는 문화전문지 《쿨투라》와도 상통하는 점이 많아 보입니다. 동시대 문화의 중핵으로서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적인 미학을 제시하고자 2006년 창간한 《쿨투라》와도 연대MOU한다면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쿨투라》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전문 잡지로서 위상을 확고히했다고 생각합니다. 콘비협과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입장에서도 대중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있는 《쿨투라》와의 협업은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화콘텐츠에 관해 저희가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지식이 《쿨투라》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질 기회를 갖게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곧바로 《쿨투라》와의 협업을 통해 서로가 가진 장점을 함께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어 보도록 고민하겠습니다.

3. K-콘텐츠와 ‘문화 대통령’

회장님야말로 오늘 한국 문화콘텐츠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회장님께서 바라보시는 오늘의 한국문화콘텐츠 전망도 듣고 싶습니다.

한국 문화콘텐츠는 드라마와 K-POP 등의 분야에서 세계 대중이 좋아하는 하나의 분명한 기호로 정착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재패니즈팝, 홍콩의 캔토니즈 팝이 아시아를 비롯해서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오늘날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기는 이를 능가합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사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는 우리만의 독특한 지역성, 그러니까 로컬리티가 세계성, 즉 글로벌리티와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한국 문화콘텐츠는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기초 콘텐츠가 튼튼합니다. 기초 콘텐츠가 문화콘텐츠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생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국 문화콘텐츠는 역사적인 흐름, 산업적인 흐름을 중요하게 보고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손 이제 한국의 문화는 세계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작년 한해만 해도 윤여정 배우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에서 시작해 BTS, 에스파로 이어지고, 〈D.P.〉, 〈오징어 게임〉으로 마무리된 K-Culture는 눈부셨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인이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고 있는 지금, 한국의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각 정당에서 내놓는 문화산업 · 콘텐츠 산업 정책도 국민들의 시선도 다양합니다. 《쿨투라》 이번호 테마가 〈문화 대통령〉인데요. 콘비협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의 대통령,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문화 정책은 크게 규제와 자율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됩니다. 민주화 이후에 우리 문화 정책은 많은 규제를 철폐하고 자율의 방향으로 변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속성상 무언가를 규제함으로써 효과를 내려는 욕심도 계속 이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 1일부터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책이었습니다만, 결국 청소년들이 게임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중국에 “위에서 정책이 나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정책도 시민의 ‘대책’을 모두 잡아낼 수 없습니다. 문화는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창조의 과정 속에서 꽃을 피웁니다. 새 정부는 각계의 문화적 상상력이 마음껏 꽃피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규제는 거두어들이는 정책을 펴나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동시대 문화를 애독하는 《쿨투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쿨투라》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곧 문화를 아끼고, 예술을 즐기며, 콘텐츠를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문화와 예술,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쿨투라》에도 아낌없는 관심을 계속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쿨투라》 같은 잡지가 그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을 때, 우리 문화콘텐츠의 생태계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콘비협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튼튼한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쿨투라》 2022년 3월호(통권 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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