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생충〉의 전례 없는 성공 이면과 한국영화산업: 26회 FICA에서 만난 전양준 BIFF 집행위원장
[INTERVIEW] 〈기생충〉의 전례 없는 성공 이면과 한국영화산업: 26회 FICA에서 만난 전양준 BIFF 집행위원장
  • 파노스 코츠자타나시스(《아시안 무비 펄스 Asian Movie Purse》 편집인)
  • 승인 2022.03.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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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가 지난 2월 1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중동부의 작은 도시 브줄에서 열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아 영화제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꼽히는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는 그동안 프랑스 영화 애호가들에게 한국영화를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제28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명예황금자전거상은 이란의 배우 레이라 하타미와 일본의 감독 후카다 코지에게 돌아갔으며, 황금자전거상은 장률 감독의 〈야나가와〉(중국), 심사위원대상은 후지모토 아키오 감독의 〈바다 저편에〉(일본), 심사위원상은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한국)이 수상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상영작으로 선보인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혼자 사는 사람들〉(한국)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공승연), 카이로국제영화제 브론즈피라미드 신인감독상-국제경쟁(홍성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공승연),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공승연),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홍성은)을 받았으며, 이번 28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상에 이어 넷팍상Network For The Promotion Of Asian Cinema까지 함께 거머쥐었다.

  또한 마크 하즈상에는 샤르바누 사다트 감독의 〈고아원〉(아프가니스탄)이 수상했으며, 후지모토 아키오 감독의 〈바다 저편에〉(일본)는 비평가상과 이날코INALCO 심사위원상도 수상하여 주요 부문 3관왕을 차지하였다.

  쿨투라는 2019년 제25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개막식에 참가하여 취재하였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였다. 그간의 영화제 소식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2020년 제26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의 영화제 스케치와 《아시안 무비 펄스Asian Movie Purse》의 파노스 코츠자타나시스Panos Kotzathanasis 편집인이 진행한 인터뷰를 싣는다.

- 편집자 주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브줄은 마치 스위스의 시골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도시로, 인구는 만 오천여 명정도이고, 주민들의 대다수가 르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다. 그러나 영화제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만은 아시아 영화와 아시아 문화를 주민들이 모두 함께하면서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갖는다.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는 부부인 마르틴느 테루안느Martine Thérouanne 집행위원장과 장 마르크 테루안느Jean-Marc Thérouanne 공동위원장이 영화제 운영에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할 정도로 작은 규모이다. 한 가지예로, 내가 처음 브줄에 기차로 도착했을 때 장 마르크 공동위원장이 기차역으로 직접 나를 마중 나오고, 내가 떠날 때는 마르틴느 집행위원장이 기차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등 영화제가 삶의 전부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의 추천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한국영화와 한국영화인들을 소개해 온 이 부부에게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여했다.

  나는 2020년 3월 처음으로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서 방문했는데, 영광스럽게도 개막식에서 명예황금자전거상Honorary Golden Tricycle Award을 수상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다른 세 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후보작 전편을 영화관에서 관객들과 함께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리셉션을 비롯해 심사위원들과 영화제 주요 게스트들이 함께하는 오찬이나 만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일주일 내내 영화제의 가족적인 분위기에 동참했다. 약 3억여원의 초저예산으로 이렇게 아시아 영화제를 만들어 오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으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오랫동안 예술감독으로 일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도 자주 찾았던 바스티앙 메르손느Bastian Meiresonne가 영화제와 계약조건이 너무 맞지 않아서 도저히 계약을 갱신할 수 없어 영화제를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안타까웠다.

  영화제 기간 중에 《아시안 무비 펄스Asian Movie Purse》의 파노스 코츠자타나시스 편집인이 내게 적극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해 만나기로 했다. 나는 나의 거취 문제를 피력하는 등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다소 놀라운 내용들을 그에게 진솔하게 말했다.

- 전양준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기생충〉, 한국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 그 밖에 더 많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이전에 〈오아시스〉, 〈박하사탕〉에서 이창동 감독과 같이 일하셨는데요 경험해보니 어떠셨나요?

  A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의 공동 제작자로서 제 역할은 작품의 해외 마케팅 전략을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아트하우스 영화에 관심이 있는 해외 투자를 끌어오고, 해외 주요 국제영화제가 감독님의 작품을 주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죠. 〈박하사탕〉의 경우 프랑스의 유지씨 인터내셔널UGC International과 일본의 NHK가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종국에는 NHK로부터 13만 달러를 투자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박하사탕〉은 칸의 감독주간Directors’ Fortnight에 초청됐고, 카를로비바리영화제를 포함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최우수감독상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상Best Director and the Marcello Mastroianni Award을 수상했고, 칸에서는 국제비평가연맹International Critics Association이 주관하는 특별 상영도 진행했습니다. 

  Q 특히, 프로듀서로서의 경험이 있으시니까 여쭤봅니다. 이창동 감독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배우들에게 가혹한 편인가요?

  A 이창동 감독님의 장점은 굉장한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에게서 최선을 이끌어 내는 능력에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비슷한 장점을 보인 하워드 호크스Howard Hawks와 비교될 만하죠. 문소리 배우가 베니스에서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상-신인 여우상Marcello Matrioianni Award for Emerging Actress을 수상하고, 전도연 배우가 칸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창동 감독이 배우들에게서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감독이라는 걸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배우들에게 너무나 엄격하다는 소문은 아마도 문소리 배우가 〈박하사탕〉 촬영 중에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소리 배우가 당시에 이전의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한 신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반복된 리허설과 재촬영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특히 서구사회에는 한국영화산업은 폭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로 대부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도로 여성 감독들의 훌륭한 영화들이 부산과 해외에서 상영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벌새〉나 〈남매의 여름밤〉 같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왜 그런 길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A 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250편 가량의 장편영화들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주류 상업영화가 150여 편, 그리고 100여 편이 넘는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포함됩니다. 주류 영화계에서는 성평등과는 거리가 먼 남성 중심적인 관점이 팽배해 있고, 여성 감독들의 진입이나 활동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류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들에게는 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 감독들은 독립영화계에서 기회를 찾게 되고, 최근에 그 분야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역량 있는 여성 감독들이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부터 여러 기관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되면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이는 해외로 나아가는 관문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부합되는 사례가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입니다.

  Q 일반적으로 영화산업이 여성 영화인을 지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A 다양하고 재능 있는 여성 감독들을 길러내는 것은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적어도 모든 초청작의 30%를 여성 감독의 영화로 채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Q 금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영화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그런가요?

  A 〈기생충〉의 전례 없는 성공의 이면에는 한국영화산업의 위험한 상황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은 한국영화산업에 있어서 처참했는데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적자를 냈기 때문입니다. 주요한 원인은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투자금을 쏟아 붓는 한국영화산업의 시스템적인 결함에 있습니다. 〈기생충〉은 재능 있는 감독과 훌륭한 시나리오, 그리고 창의적인 제작자와 환상적인 연기의 조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줍니다.

  Q 넷플릭스 역시 한국 제작사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컨셉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더 나은 건가요 아니면 해로운 건가요?

  A 넷플릭스는 이미 7백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 플러스, 그리고 아마존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도 곧 한국 시장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 스트리밍 플랫폼들 모두가 한국영화 제작에 활발한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가 판권이 창출하는 대부분의 수입은 모두 미국 회사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Q 전반적으로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그대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무엇이고, 변화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한국영화가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정도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본의 지배에 집중하는 대신, 산업 안에서 창의성을 무엇보다도 최상위에 두어야 합니다.

  Q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무엇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생충〉의 엄청난 성공은 상업적인 흥행작과 아트 하우스 작품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온전한 재능 덕분입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프란시스 코폴라Francis Coppola, 마틴 스코세지Martin Scorsese 감독 같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Q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들도 어느 순간에 영화를 찍기 위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이것이 감독들에게 이득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간 것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봉준호 감독의 국제공동제작과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작업을 한 것은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두 개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두 작품 모두 영어 대사로 구성될 예정이고, 국제적인 배우가 캐스팅 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인데 한국 작품이 될 것이고, 탕웨이Tang Wei 와 이병헌 배우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Q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의 목적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현재 부산국제영화제가 당면한 안건은 관객들의 관심을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아시아 전 대륙의 영화로 넓히고,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재능 있는 여성 감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페스티벌 앱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Q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와의 갈등은 이제 과거의 것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그리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님을 잃고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영화제가 부위원장님의 빈 자리를 극복했다고 느끼시는지요?

  A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광역시, 영화진흥위원회와 좋은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지금부터 2년 후에는 야당인 보수 정당이 승리할 수도 있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할 겁니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떠나고, 세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그의 역할을 나눠 맡아 그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고 김지석 부위원장이 아시아 영화인들과 쌓은 20년 이상 축적된 작업과 아시아 영화에 관한 정통한 지식을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Q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계시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 아시아의 유일한 메이저 영화제라는 현재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과는 달리, 20여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 저는 몇 년 동안이나 테오 앙겔로풀로스Theo Angelopoulos 감독과 잔느 모로Jeanne Moreau 배우를 초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두 분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영광이었고, 여전히 제 인생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일 중 하나로 제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Q 집행위원장 계약이 끝나시면 어디에 계실 것 같으세요? 부산에 계속 계실까요? 아니면 영화산업의 다른 분야일까요?

  A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저의 임기는 2021년 2월 말에 종료됩니다. 임기는 그대로 끝날 수도 있고 연장될 수도 있겠죠. 제가 만약 결국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게 된다면 저의 영화 인생은 아마도 또 다른 곳에서 영화제 운영자로서 계속될 것입니다. 

  (인터뷰 2020. 2. 17 Asian Movie Purse)

 

 


 

* 《쿨투라》 2022년 3월호(통권 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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