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Theme] 2022 자연과 하나되다
[4월 Theme] 2022 자연과 하나되다
  • 김곡미(연암대 교수)
  • 승인 2022.04.0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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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식물 키우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격리와 단절에서 해방되고 마음의 평안함을 얻고자 함이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풀멍’, 식물 키우기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식물덕후’ 등 신조어의 활용도 늘고 있다.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식물을 키우며 기쁨을 찾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신조어 식집사부터 식물과 재테크를 합친 식테크까지 식물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중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식물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식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애정을 쏟는 가운데 인간관계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식물에게서 배우고 시간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달하고 획기적인 전자기기의 개발 속에서도 개개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앞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건축의 아름다움을 식물의 모티브에서 찾고, 아파트공간이나 사무실의 공간구성을 다양한 식물로 채워넣는 2022년 식물 트렌드 컬레버레이션을 찾아보자.

몬스테라 알보

식집사

식집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 ‘집사’와 ‘식물’의 합성어로,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한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식집사 중 대부분은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즐기기까지 한다. 매일 매일 식집사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식물들은 나날이 잘 커간다.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분갈이하여 식물을 번식시키고, 식물의 형태를 아름답게 매만져주며, 때로는 자식을 키우는 마음처럼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 집사들의 공통점은 식물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지 지식을 쌓고 지혜를 모은다. 보통은 한두 개부터 수십 개의 식물을 키우며 사람이나 동물과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한 감정이나 기쁨을 식물에서 찾는다. 식물은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물을 주면 조용히 자라지만 잠시라도 무관심해지면 금세 시들거나 말라버린다.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 식물은 누군가가 잘 돌보아주어야 하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식테크

키우기 어려운 희귀식물을 길러서 잎 하나도 비싸게 팔 수 있는 ‘식테크’가 인기다. 식물과 재테크를 합친 식테크의 대표적인 식물은 원산지가 멕시코인 몬스테라 알보Monstera Deliciosa Borsigiana이다. 몬스테라 알보는 몬스테라의 변이종으로써 인테리어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녹색 잎에 흰색 톤의 무늬가 자연스럽게 퍼져있는 희귀종으로 일반 녹색 식물들보다 성장이 느린 편이다. 기본 개체 수가 적고, 현재는 수입 금지 식물로 지정되어 있기에 몬스테라 알보의 희소 가치가 많이 올라갔으며 최근 식테크로 주목받고 있다.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리고 잎맥 사이에 타원형의 구멍이 뚫린 특징이 있다. 잎의 밝은 흰색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 속도가 늦지만 이미 줄기에서 나타나는 줄무늬 색상으로 다양한 문양과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줄기와 연결된 잎의 형태나 색상이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매겨주고 있으며 무늬가 골고루 퍼진 ‘산반’은 잎의 대부분이 흰색 톤인 ‘고스트’나 흰색 절반, 녹색 절반의 ‘하프문’보다 더 인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매겨지고 있다. 줄기의 색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잎은 구멍이 나거나 갈라지는 자유로운 형태로 집 안 인테리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음료에 넣어서 먹거나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활용이 되고 때로는 변비 치료제로 사용이 되고 있기에 식테크 가치가 높은 편이다.

친환경 식재료

환경에 민감해진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전자에서 개발한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은 미니 냉장고 크기의 기계이며 최근에는 더 작고 스마트한 ‘틔운 미니’가 출시되었다. LED 조명이 내장된 기계에 식물 키트와 씨앗 키트를 넣고 전원을 꽂아 버튼을 누르면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루꼴라·메리골드·허브·청경채 등의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내가 직접 키운’ 야채로 만든 음식 이야기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바이러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구가 위생적인 환경에서 직접 식물을 키우면서 해결하였고 이제는 ‘사먹는 야채’보다 ‘키워 먹는 야채’로 친환경을 위한 반려식물 생활을 즐길 수 있다.

ⓒSOONA CELEBRATION
ⓒSOONA CELEBRATION

플랜테리어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를 연결한 단어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며 실내장식을 자연친화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실내 곳곳을 식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의 치유를 느끼며 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

트레디션tradition과 모던modern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특색인 이곳은 한국 전통의 오브제로 꾸며진 입식 리빙 공간이다. 한국적 브랜드의 특별한 컨셉촬영이나 서예, 도예, 다도, 보자기 공예, 캘리그라피, 북토크 등 특색있는 수업이나 문화인들의 모임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의 오브제가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한 감성을 지니고 있고 사람들에게 플랜테리어에 대해 100%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모던하고 현대적인 느낌과 귀족적이고 클래식한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 공간에서 서구적인 아름다움과 화사하고 우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5개의 대형 샹들리에가 공간의 하이라이트이며 오브제와 채광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이 가능한 화이트 캔버스 같은 장소로 특별한 목적의 컨셉촬영이나 웨딩 등 다목적 공간모임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트렌드를 파악하면 앞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건강과 재화까지 만들 수 있는 식물키우기에서 중요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자.

우선 식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식물을 잘 키우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그린핑거green fingers’, ‘화초를 잘 기르는 손’이라고도 하는데 식물을 어루만질 때 생기는 감정이 식물이 자라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식물을 키우며 사람에 대한 감정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 또한 식물 키우는 이로움이라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식물 특성과 재배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어려움도 있지만 차근차근 식물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지속적으로 식물을 가까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긴다.

2022년 자연과 하나되는 생활 속에서 우리 모두는 식물처럼 정직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일 또 다른 식물을 채워 넣기 위해 분주히 베란다 공간을 마련하며 그린핑거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김곡미
연암대학교 교수.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 박사.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초대작가. 농림축산식품부 디자인 전문위원. 전 LG생활건강 수석디자이너

 

 

* 《쿨투라》 2022년 4월호(통권 9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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