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밭 문둥이 어른들은 몰라요
장종권
문둥이는 사람 생간을 먹어야 나을 수 있다네요. 보리밭에 숨어 있다가 학교 다녀오는 우리들 생간을 빼먹는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우리는 하교길 들판에 보리밭만 나타나면 미리부터 먼 길로 돌아 걷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어른들은 하교길 우리들을 지켜주지 않았을까요. 보리밭 근처에 한 분만 계셔주면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어찌하여 보리밭 농사를 그만두지 않았을까요. 어른들은 이 공포스러운 소문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요. 지금도 답답합니다.
장종권 시인은 김제에서 출생하여.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로 등단했다.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외 다수가 있으며,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가 있고』, 장편소설로 『순애』가 있다.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미네르바문학상을 수상했다. 계간 《리토피아》 주간, 계간 《아라문학》 발행인,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이다.
* 《쿨투라》 2022년 4월호(통권 94호) *
저작권자 © 쿨투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