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흥영화 기획전] ‘충무로의 마지막 자존심’, 태흥영화사의 빛나는 발자취: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
[태흥영화 기획전] ‘충무로의 마지막 자존심’, 태흥영화사의 빛나는 발자취: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
  • 박영민(본지 기자)
  • 승인 2022.05.05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의 기획 전시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가 4월 14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우리 곁을 떠난 고故 이태원 대표를 추모하며, 그가 설립한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태흥영화사가 기증한 2,179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영화사의 전설이자 충무로의 마지막 자존심인 태흥영화사의 빛나는 발자취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 첫날인 14일 오전 11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태흥영화사의 방충식 사장, 이태원 전 대표의 아내 이한숙 여사, 아들 이지승 감독과 태흥영화사의 전성기를 함께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배창호 감독, 이명세 감독, 김수철 작곡가,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지난 2월 영상자료원 원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으로 대외행사를 맞는 김홍준 원장은 “〈장군의 아들2〉 연출부와 〈서편제〉 조감독으로서 이태원 전 대표님과 인연을 맺었고, 첫 장편 연출작인 〈장미빛 인생〉(1994)도 태흥영화사와 함께했다”며 “태흥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해 널리 알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태흥영화사 故 이태원 전 대표

  한국영화의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사는 ‘미완의 창립작’ 1984년 〈비구니〉를 시작으로 2004년 〈하류인생〉까지 36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지난 2018년 37번째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비구니〉가 제작된 1984년부터 〈하류인생〉이 제작된 2004년까지 태흥영화사가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태흥 20년’의 위대한 유산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

  1980년대는 영화 제작 자율화와 할리우드 직배가 시작되며 기존의 충무로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90년대로 접어들며 대기업과 금융 자본이 영화 산업에 들어와 ‘기획영화’의 시대가 열렸고,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며 전통적인 충무로 제작 시스템이 무너졌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도 충무로 스타일을 고수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영화사가 태흥영화사이다. 〈무릎과 무릎 사이〉(이장호, 1984), 〈장군의 아들〉(임권택, 1990), 〈서편제〉(임권택, 1993) 등의 영화를 내놓으며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였고,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규형, 1987), 〈개그맨〉(이명세, 1989), 〈경마장 가는 길〉(장선우, 1991), 〈장미빛 인생〉(김홍준, 1994) 등을 제작하며 신진 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또한, 〈화엄경〉(장선우, 1993), 〈춘향뎐〉(임권택, 2000), 〈취화선〉(임권택, 2002)으로 해외 영화제의 문을 두드린 태흥영화사는 한국영화 세계화의 초석을 다진 진정한 선구자였다.

신진 감독들과 새 영화를 만들다
신진 감독들과 새 영화를 만들다

  태흥영화사 기증자료 85점 최초 공개

  이번 기획전에는 태흥영화사가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제작, 배급과 관련된 2,179점의 자료 중 85점이 대중에게 최초 공개되었다. 태흥영화사의 고난과 영광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물론 당대의 한국영화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전시는 ‘연표로 보는 태흥영화사’, ‘〈비구니〉, 실패를 딛고 우뚝 서다’, ‘임권택과 함께 새 역사를 쓰다’, ‘신진 감독들과 새 영화를 만들다’, ‘칸을 꿈꾸다’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감상존’에서는 태흥영화 36편의 주요 장면을 편집한 오마주 영상과 태흥영화사 소장 트로피 38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취화선〉)과 제4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화엄경〉)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미완성작 〈비구니〉(1984) 스틸
미완성작 〈비구니〉(1984) 스틸

  〈비구니〉 전체 영상 공개

  약 20% 분량이 촬영된 후 불교계의 반대로 제작이 무산된 〈비구니〉 필름이 2014년 태흥영화사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그후 2017년 송길한 작가 특별전을 계기로 한국영상자료원과 전주국제영화제와 협업하여 디지털 복원한 〈비구니〉의 전체 영상을 공개한다.

  주인공(김지미 분)이 출가하기 위해 산사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삭발 의식,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낯선 트럭운전사에게 몸을 보시하는 장면, 괴로움과 번민을 떨치기 위해 엄동설한에 전라의 상태로 물에 뛰어드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눈 날리는 추운 겨울 길게 늘어선 피난민 행렬과 폭격 장면은 뛰어난 영상미와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와 공동 기획으로 태흥영화사 제작 작품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장남〉(이두용, 1985) 등 8편을 만날 수 있으며,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5월 10일부터 6월 5일까지 〈장군의 아들〉 등 20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