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축제의 완전한 회복 “전주는 영화다”: 《이창동 특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축제의 완전한 회복 “전주는 영화다”: 《이창동 특별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 양진호·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5.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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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8일(목)부터 5월 7일(토)까지 열흘간 열린다. 총 18개 섹션, 230여 편 규모로 500회차 상영이 계획된 이번 영화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열리는 첫 영화제로, 고강도 방역을 이행하며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화하여 팬데믹 이전의 규모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3년만에 전주돔에서 열린 개막식은 배우 장현성과 유인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전주돔은 팬데믹의 여파로 2년 동안 설치되지 못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프라인 영화제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듯 개막식 티켓은 예매 시작 3분만에 모두 동이 났고, 거리두기 없이 객석을 가득 메운 전주돔에서는 팬데믹 이전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개막작 〈애프터 양After Yang〉에서 ‘양’ 역할을 맡은 저스틴 H. 민, 특별전으로 전주를 찾은 이창동 감독, 태흥영화사의 전성기를 함께한 임권택 감독 등 국내외 영화인이 개막식을 빛냈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레드카펫을 밟는 게스트들을 맞았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설치되는 전주돔에서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내년에 건립될 전주독립영화의집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한 뒤 “전주는 영화다”를 외치며 개막을 선언했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이다.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족처럼 지냈던 안드로이드 ‘양’의 인공지능 속에 남겨진 추억을 쫓아가는 SF영화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TV+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해 이름을 알렸다.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작은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Full time〉으로 정해졌다. 〈풀타임〉은 비정규직으로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극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국제경쟁 등 섹션에도 주목할 만한 영화가 다수 포진했다. 시장에서 젓갈 장사로 일하는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소녀가 등장하는 〈비밀의 언덕〉, 원칙에 충실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사랑의 고고학〉 등은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인간의 내면을 고찰한다. 특히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출품작 반수 이상은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왼쪽 상단부터 배우 장현성, 유인나/ 이준동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배창호 감독/ 연상호 감독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3가지 특별전을 선보인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창동 감독의 삶과 영화를 엿보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특별전이다. 영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버닝〉 〈시〉 〈심장소리〉 등 8편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된다. 특히 단편 〈심장소리〉는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전 세계 최초 상영이다.알랭 마자르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도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올해로 감독데뷔 25년을 맞는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의 활력을 이루는 데 한쪽 귀퉁이에서 같이 노력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며 “좀 더 오래 관객 속에 질문이 남고, 자신의 삶과 방금 본 영화가 연결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관객) 각각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질문과 의미로 확장되기를 바랐다”는 말을 전했다. 또 “한국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초록물고기 GV/ 저스틴 H. 민 배우/ 개막작 〈에프터 양〉

연상호 감독이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특별전은 관객들에게 장르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연 감독이 프로그래밍한 작품은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벨벳〉(1986),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1997), 가타야마 신조의 〈실종〉(2021)과 자신의 작품인 〈돼지의 왕〉(2011), 〈부산행〉(2016)이다. 연 감독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장르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들로 프로그래밍을 했다”며 “세 작품이 각각 개성이 있지만, 연결되는 점도 있어 함께 보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연 감독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는데, 전주영화제 정체성과 잘 맞다”며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창작자가 영화제에 참석하기로 한 데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공헌한 태흥영화사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한 특별전인 ‘태흥영화사 회고전’ 역시 흥미롭다. 1980~90년대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태흥영화사의 공로와 지난해 10월 별세한 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를 기리는 의미 또한 담았다. 회고전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을 비롯해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1999),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1995),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1994),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1988),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이두용 감독의 〈장남〉(1984) 등 태흥영화사를 통해 국내외 관객에 소개된 8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태흥영화사는 유신 시대를 거치며 암흑기에 놓였던 한국영화계를 견인하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영화의 세계화에 기여한 영화사다”면서 “이번 회고전을 통해 지난해 타계한 故 이태원 전 대표를 추모하고 그가 설립한 태흥영화사가 한국영화계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제 카탈로그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발행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J 매거진》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며, 전주 영화의거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하는 ‘골목상영’ 프로그램,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 기획 등 전주 시민과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을 붙들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 영화제 중 제일 먼저 팬데믹을 맞은 데 이어 엔데믹의 시작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맞이하게 됐다”며 우리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국내 영화제 개최의 척도와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일종의 책무가 생겼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올해 영화제 현장에서는 예년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축제의 완전한 회복을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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