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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

봄기운이 맑고 아주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발목을 묶은 푸른색 바지와 낡은 운동화에
조금 크다 싶은 초록색 티셔츠를 입을 거에요
그렇게 그렇게 가볍고 상쾌한 걸음으로
바람을 맞으러 갈 거에요
볕 좋은 날 강가에 앉아 양팔로 어깨를 감싸고
두 시 방향으로 눈을 비스듬히 올려 시선을 고정하고
엄마를 따라 따스하고 슬픈 얼굴로
아빠를 따라 무심하고 속 깊은 얼굴로
오래도록 오래도록 시간도 멈춰 세우고
마냥 그렇게 그렇게 하릴없이 있을 거에요
어린 여행자 몽도를 생각하며 마냥 그렇게 그렇게

이상록 달에서 피아노를 치는 꿈을 꾸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지구별 착륙보다 더 경이로운 업보業報로 인해 지금은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에서 십대의 순박한 영혼들의 소리를 채보하고 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며, 시기하고 질투도 하면서…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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