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국제영화제] 돌아온 칸의 계절, 한국 영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경쟁 부문 초청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돌아온 칸의 계절, 한국 영화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경쟁 부문 초청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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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Festival de Cannes Media Library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73회 영화제가 경쟁 부문 없이 온라인으로, 74회 영화제가 7월로 연기되어 열린 것과 달리 올해 영화제는 팬데믹 이전과 같이 5월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 《쿨투라》 편집부는 개막부터 폐막까지 영화제 전 일정을 칸에 머물며 현지 소식을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의 개막작 〈파이널 컷Final Cut〉은 〈아티스트〉(2011)로 84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은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신작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저예산 좀비 영화를 찍던 이들이 실제 좀비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메인 포스터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1988)의 마지막 장면을 담았다. 집행위원회 측은 “〈트루먼 쇼〉는 플라톤의 동굴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며 “진짜 현실과 흉내낸 현실 사이의 경계를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속임수와 카타르시스 사이에서 픽션이 가진 힘을 생각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칸을 찾는 한국영화와 영화인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총 5편이다. 공식 부문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경쟁 부문 레드카펫을 밟으며,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 단편경쟁 부문에,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비경쟁 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이름을 올렸다. 비공식 부문으로는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비평가주간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칸을 찾는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에 이어 〈헤어질 결심〉으로 네 번째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미망인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팬데믹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하는 영화제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다른 영화들도 많이 보고 누구보다 오래 기립박수를 치려고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4년 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영화 〈브로커〉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칸을 누빈 송강호의 7번째 칸 진출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초월해 이뤄낸 이번 작업을 높게 평가받음으로써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이 함께 보답을 받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문수진 감독의 〈각질Persona〉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 공식 부문에 초청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예술사 졸업작품으로 자아가 페르소나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각질〉은 제46회 앙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제32회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학생경쟁부문에 동시 초청되어 세계 4대 에니메이션 축제 중 두 곳에 동시 초청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월드스타’로 떠오른 이정재 감독은 첫 연출작 〈헌트〉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이정재 감독은 “데뷔작의 첫 스크리닝을 칸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영광”이라며 “칸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데뷔작 〈도희야〉(2014)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정주리 감독은 그녀의 두 번째 작품 〈다음 소희〉로 비평간주간에 초청받았다. 비평가주간은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만을 대상으로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10편 내외의 작품을 상영한다.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 분)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배두나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배우 오광록은 주연을 맡은 데이비드 추 감독의 프랑스 합작 영화 〈서울로의 귀환All The People I'll Never Be〉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아 칸에 참석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비평가주간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비평가주간 대상 등 4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뱅상 랭동 ©Stéphane Lavoué 재스민 트린카©©Andrea Gandini 요아킴 트리에©©Kasper Tuxen
노미 라파스©©Saerun Noren 제프 니콜스©©Ben Rothstein Focus Features 디피카 파두콘©©House of Pixel
레드 리©©Loic enance AFP 레베카 홀©©Daemian and Christine 아시가르 파르하디©©Duchili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21편의 경쟁작

  올해 경쟁 부문에는 지난해보다 세 편 적은 총 21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특히, 황금종려상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이 무려 네 명(다르덴 형제, 고레에다 히로카즈, 크리스티안 문쥬, 루벤 외스틀룬드)이나 포함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6)로 이미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가 이번에는 〈토리와 로키타〉로 세 번째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로 루마니아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RMN〉과 〈더 스퀘어〉(2018)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역시 평단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또한 올해 2월 제72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불〉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한 클레르 드니 감독의 〈정오의 별〉과 〈폭력의 역사〉(2005), 〈코스모폴리스〉(2012) 등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 〈레토〉(2018)로 칸영화제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차이콥스키의 아내〉도 감독의 첫 황금종려상 수상에 도전한다. 이외에도 〈경계선〉(2018)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은 알리 아바시 감독의 〈홀리 스파이더〉, 〈처음으로 만난 파리지엔〉(2017)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레오노르 세라이예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 〈걸〉(2018)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황금카메라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도 이목이 쏠린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의 주인공 뱅상 랭동이다. 2009년 이자벨 위페르 이후 13년만에 프랑스 배우로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뱅상 랭동은 〈아버지의 초상〉(2015)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우 레베카 홀(영국), 디피카 파두콘(인도), 노미 라파스(스웨덴), 재스민 트린카(이탈리아)와 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이란), 레드 리(프랑스), 제프 니콜스(미국), 요아킴 트리에(노르웨이)가 심사위원을 맡아 올해 심사위원단은 다섯 명의 배우와 네 명의 감독이 5:4의 남녀 성비로 구성되었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38세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티탄〉으로 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단독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고,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가 감독상을 받으며 프랑스 영화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올해 프랑스 배우 뱅상 랭동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프랑스 영화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 혹은 또 다른 결과가 나올지 전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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