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칸 프레스 100명에게 묻다: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
[기획취재] 칸 프레스 100명에게 묻다: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6.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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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5회 칸영화제 기간동안 프레스 센터에서 25개국 100명의 기자를 만나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설문을 받았다. 프레스 센터를 돌아다니며 만난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한류와 K-콘텐츠에 꽤나 관심을 보였고, 성심성의껏 설문에 답변해 주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영화를 접한 기자부터 최근 방탄소년단과 K-POP의 활약으로 한류를 떠올리는 기자까지 한류와 K-콘텐츠에 대한 다양하고 의미있는 답변들이 모였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이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점은 한류와 K-콘텐츠는 더이상 세계문화 변방에 자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와 콘텐츠는 당당히 세계 주류문화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가 주는 이질감도 이제는 전 세계인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은 구글폼과 종이설문을 병행하여 영문으로 진행했다. 각국의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을 짚어보자.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

Marco Albanese, Fatma Altundag, Charlie Angela, Mariam Bakuradze, Nidu Barua, Mehmet Bastuem, Barbara Belzini, Athénaïs Bertoli, Pier Maria Bocchi, Jérôme Boeuf, Julia Bortot, Adele Brigand, Khoo Byeng, Dibya Chattersee, Cirode, Jennifer Clrc, Jacqueline Coley, Aurelien Colombi, Constance, Euan Cook, Ryan Crowell, Thomas Cunningham, Elodie Dan, Manohla Dargis, Brunella De Cola, Flavia Dima, Djelloul, Adriana Dvorakova, Paolo Elias, Anthony James Faure, Rodrigo Fonseca, Omar Franini, Jean-Michel Frodon, Hyejeong Grenier, Dolthice Greuling, Mikwang Ha, Itsuko Hirai, Niogret Hubert, Hyejung Jeon, Joffrey, Sona Karapoghosyan, Hyun Kim, Jun Kim, Emrah Kolukisa, Nestan Kvinikadze, Angéla Le Clainche, Roxane Le Toumelin, Hyangjin Lee, Corentin Lê, Angelique Lherault, Maéva, Virginie Mangin, Soerjana Maureen, Beka Maisuradze , Mengxuan, Michael Meyis, David García Miño, Pragya Mishra, Victor Moreno-Cid Tejon, Muraro, Ryu Noh, Masha Novikova, Inae Park, Janice Park, Vicky Parker, Joan Parsons, Rebecca Perkins, Marine Pérez, Piple, Raphaelle Pireyre, Roy Quaedackers, Qi , Kazimd Golam Rabban, Aude Ramonet, David Valero Romero, Jorge Rosa, Zeynep Sahin, Leiko Sakura, Alena Shilova, Daham Sonda, David Speansk, Maryam Tahmasebi, Nell Teixeira , Joann Titmarsh, Victoria Toleva, Viktor Toth, Matthieu Touvet, Caroline Tracanelli, Mindy Tu, Nymphéa Turpault, Paul Uhler, Thabourey Vincent, Silvestre Lopez Partillo Vollegas, Xunyi, Louis Ytes, Andrea Zitouni 총 100명(익명 3명 포함)


국가

나라

  제75회 칸영화제 기간동안 프레스 센터에서 25개국 100명의 기자를 만났다. 프랑스 기자가 전체의 1/3을 차지했고, 이탈리아와 영국, 미국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중국 기자가 5.3%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류’라는 키워드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연령대는 역시 20대 이하였다. 이들이 약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였고, 40대 30대 50대 60대 이상 순으로 설문에 참여했다.

 

1 ‘한류’하면 떠오르는 것

What comes first to your mind when you think of Hallyu(Korean wave)?

 

  칸에서 진행한 설문의 영향인지 ‘한류’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영화를 꼽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무려 46.3%의 인원이 영화를 선택했고, 음악(24.2%)과 드라마(14.7%), 음식(5.3%)과 뷰티(3.2%)가 뒤를 이었다.

2 ‘한국영화’하면 떠오르는 감독

What is your favorite Korean director and what is the reason?

3 ‘한국영화’하면 떠오르는 작품

What is your favorite Korean movie and what is the reason?

 

  해외 기자단에게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 감독은 올해 〈헤어질 결심〉으로 칸을 찾은 박찬욱 감독과 3년 전 〈기생충〉으로 이곳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었다. 두 감독을 선택한 비율이 같았는데, 이러한 성향은 기자단이 뽑은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에도 이어졌다. 여기서 재미난 점은 봉준호 감독의 경우 〈기생충〉(30%) 한 작품이 압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올드보이〉(12%)와 〈아가씨〉(10%)로 표가 나뉘었다. 박찬욱을 선택한 이유로는 특유의 미장센과 묘한 분위기가 주로 언급되었고, 봉준호의 경우 장르를 융합하는 기술과 쉽고 정확한 메시지 전달력이 함께 언급되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12.9%),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8.1%)과 〈밀양〉과 〈시〉로 칸에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8.1%)도 유의미한 득표 수를 기록했다.

4 ‘한국드라마’하면 떠오르는 작품

What is your favorite Korean drama and what is the reason?

  드라마 쪽에서는 지난 겨울 달고나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23.7%)이 역시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해외 기자단에게는 최근 몇 년 동안 OTT 시장, 특히 넷플릭스에서 강세를 보인 〈빈센조〉(14.6%)와 같은 작품들이 고르게 표를 받았다. 또한 올해 〈브로커〉로 칸영화제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은 이지은의 대표작 〈나의 아저씨〉(12.1%)는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5 ‘한국배우’하면 떠오르는 인물
Who is your favorite Korean actor/actress and what is the reason?

  ‘한국배우’하면 떠오르는 인물로는 올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 송강호가 2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칸에서 설문을 진행하다보니 역시나 국제영화제, 특히 칸에 소개된 적 있는 배우들이 고르게 표를 받았고, 넷플릭스에서 얼굴을 비춘 이들의 이름도 곳곳에 자리했다. 올해 칸을 찾은 배두나(14.3%)와 이정재(11.7%),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9%)이 득표율 상위권을 형성했다.

6 ‘한국음악’하면 떠오르는 아티스트

Who is your favorite K-Pop artist and what is the reason?

  K-POP을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32.6%)과 블랙핑크(24.7%)가 한국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휩쓸은 싸이(19.1%) 또한 여전한 저력을 보였다.

7 ‘한국문학’하면 떠오르는 작가

Who is your favorite Korean author and what is the reason?

  문학 부문은 영화제에서 설문을 진행해서인지 가장 적은 답안이 들어왔는데, 그럼에도 눈 여겨 볼 부분이 있다. 소설가 한강(34.5%)과 김훈(20%), 조남주(14.5%)와 김영하(12.7%)가 10%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영국 《The Edge》의 저널리스트는 나혜석과 그녀의 단편 「경희」를 언급하며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8 한류콘텐츠의 성공 원인

Which element do you think is the reason for the K-Content(Hallyu)?

9 한류콘텐츠가 보완할 점

What element do you think needs improvement in K-Content?

  한류콘텐츠의 성공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과반이 넘는 57.5%의 인원이 작품성을 선택했다. 뒤를 이어 시의성(18.8%)과 재미(16.3%)가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기자 대부분은 한류콘텐츠의 완성도가 수준급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여기에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와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팬데믹과 OTT의 약진이 돋보이는 현 시점에 가장 핫한 콘텐츠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요약건대 완성도 측면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한류콘텐츠가 팬데믹 상황을 기회로 삼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류콘텐츠가 보완할 점으로는 번역(36.2%)과 문화적 차이(33.3%)가 가장 앞섰다. 특히 영어 이외의 언어로는 번역이 잘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이 보였고,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알면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1인치의 장벽'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요구는 한류콘텐츠가 세계 주류문화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놀랍게도 보완할 점이 없다는 의견도 무려 15.9%나 되었다.

  이제 한류열풍의 다음을 다시 또 준비해야 한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던 3년 전에도 한류는 존재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한류콘텐츠는 아직 서브컬쳐에 머물러 있었다. 허나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한류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직접 접해보지 못한 이들조차 적어도 존재 자체는 대부분이 알고 있다. 이제는 특정취향을 타게팅한 서브컬쳐로서의 한류가 아닌 더 대중적이면서도 다양한 계층을 섭렵하는 한류를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

  설문에서 드러났듯, 한류콘텐츠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번역과 문화적 차이이다. 한류 팬덤에 속하지 않는 절대 다수의 대중은 번역이나 문화적인 부분에서 거부감 내지는 의아함이 들면 쉽게 발걸음을 돌린다. 따라서 언어가 즐거움을 반감시키지 않도록 ‘살아 있는’ 번역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동시에 작품을 통해 자연스레 한국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조금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지금 한류는 한 발짝 더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맞았다. 한류콘텐츠는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두각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맞는 엔데믹은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장한 한류콘텐츠에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화룡점정이 될 수도 있다.
한류열풍은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쿨투라》 2022년 6월호(통권 9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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