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
채수옥
너는 낙후된 분홍이고
나는 익명의 보라다
다른 이들은 시뻘건 착란 속에 꽂혀 있다
네게서 바람과 들판이 시드는 걸 보며
나는 흔들리는 밑줄로 서 있다
축하해
한 다발의 잘린 발목들을 안겨주며
너는 웃는다
고마워
안개처럼 살포되는 백색공포에
나는 둘러싸인다
- 채수옥 시집 『덮어놓고 웃었다』(여우난골) 중에서

채수옥 시인은 200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비대칭의 오후』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가 있다.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졸업, 동대학원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쿨투라》 2022년 6월호(통권 9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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