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K-스타] 대중에게 항상 선인 배우 조승우
[안진용 기자의 K-스타] 대중에게 항상 선인 배우 조승우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18.11.01 0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디컴퍼니

"연기를 거인 같이 하더라."
지난 7월 열린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라이프>의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동욱이 동료 배우 조승우를 가리켜 한 말이다.  최근 들어 이처럼 조승우를 적확하게 표현한 이는 없었다. 실제 키는 170cm 남짓이지만 스크린에서, TV 속에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커 보인다. 굳이 한 사람의 물리적 키를 거론하는 것이 무례할 수 있다고? 조승우는 자신을 칭찬하는 이동욱에게 “너무 마음에 드는 훌륭한 배우다. 키가 너무 커서 고개가 아픈 거 말고는…”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아량 넓은 배우다. 

#경계를 지우다
조승우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까? 그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의 경계를 마구 넘나든다. ‘만능 엔터테이너’ 정도의 표현은 너무 가볍다. 몇몇 연예인들이 여러 영역에 ‘발을 걸치는’ 수준으로 경계를 오가는 반면, 조승우는 각 영역에서 장인이라 불릴 만큼 자신의 족적을 강하게 새겼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조승우의 연기를 즐기는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한 해였다. <라이프> 외에 영화 <명당>을 선보였고, 11월부터는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해 <지킬 앤 하이드>의 타이틀롤을 맡는다. 내년이면 40대에 접어드는 그는 마치 30대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불꽃놀이를 하듯 연기혼을 담뿍 담은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 주피터필름
Ⓒ 주피터필름

“확실한 기준이 있다. 작품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돼야 한다. 시대의 유행을 타는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겉보기에 화려하기만 한 작품은 피하는 편이다. 배우를 하면서 ‘나는 왜 배우를 하고 있지? 뭐 때문에 하고 있지? 어떤 의미를 두고 배우 생활을 해야 하나’를 고민한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조승우가 수시로 넘나드는 또 하나의 경계가 있다. 사극과 현대극이다. 시대적 배경부터 복식, 말투까지 다 달라야 하기 때문에 사극을 기피하는 배우들도 적잖다. 쉽게 달려들었다가 괜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외에도 드라마 <마의> 등을 통해 안정된 사극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에도 현대극이었던 <라이프>와 사극인 <명당> 등에 연달아 출현해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기는 다 어려운 것 같다. 사극에도 많이 출연해봐서 특유의 외적인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다 알고 있다. 근데 연기를 할수록 시대극이나 사극이 더 재미있더라. 요즘 영화나 드라마 소재가 많이 고갈되고 정형화돼 가고 있는데, 과거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되게 흥미롭다. ‘이런 배경이 있었다고? 이게 실제 역사라고?’ 등 알아가는 과정이 새롭고 재미있다.”
조승우는 11월부터는 4각의 프레임 밖으로 뛰어나온다.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에게 특별한 뮤지컬이다. 2004년 초연 당시 타이틀롤을 맡아 뮤지컬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일명 ‘조지킬’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이전까지는 대중문화보다는 순수문화 쪽으로 분류되던 뮤지컬이 조승우라는 인물을 만나 엄청난 대중성을 얻었다. 그의 복귀 소식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1차 예매 티켓은 발권 2분 만에 매진됐다. 팬들 사이에서 ‘피케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 확보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조승우가 뮤지컬 무대에 선다는 것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뮤지컬로 ‘외유’를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뮤지컬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티켓 파워를 지닌 대들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지킬 앤 하이드>는 출연 제안을 받고 세 번이나 도망쳤던 작품이다. 그 때 나이가 스물다섯 살이었다. 대본을 보고 음악도 들어보다가 ‘이걸 내가 어떻게 하냐. 난 못 한다’고 거절했다. 계속 도망갔는데 세 번을 쫓아오시더라. 결국 미친 척 하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은 작품이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 ‘조승우’라는 이름을 알리게 해줬다. 제게 모든 걸 한꺼번에 보따리로 안겨준 작품이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며 희열과 보람,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 JTBC 드라마 <라이프>

#선과 악을 지우다
조승우의 얼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소년 같이 해사하게 웃다가도 돌연 비릿한 웃음을 흘린다. 몇몇 스타들은 악역을 꺼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들의 가장 큰 돈벌이인 CF 시장에서 환영받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승우는 통 그런 계산을 하지 않는 배우다. 오로지 작품성과 자신의 캐릭터를 고민할 뿐, 출연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외의 상업적 고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의 대표작인 <타짜>를 보라. 아귀(김윤석 분)를 심판하는 고니(조승우 분)는 선일까? 아니다. 도박으로 가족의 전 재산을 날린 후에도 여전히 도박판을 전전하며 폭력을 서슴지 않는 고니는 악이고, 아귀는 더 큰 악일 뿐이다. 하지만 대중은 고니를 지지한다. 고니의 행위에 동조한다기 보다는 조승우가 연기하는 고니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라 분석하는 것이 옳다.
최근작인 <라이프>에서도 그는 악의 영역에 가깝다. 조승우가 극 중 맡은 대학병원 총괄사장 구승효는 ‘사람’보다 ‘숫자’가 먼저인 인물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대학병원에서도 그는 ‘생과 사’보다는 ‘적자와 흑자’를 먼저 떠올린다. 특히 지방 의료원 파견 사업에 반대하는 의료진의 주장을 빈틈없는 논리로 처참하게 깨부수는 구승효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조승우는 <라이프>의 제작발표회에서 “완전히 나쁜 놈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룹과 병원을 동시에 살리려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악역일지언정 대중은 조승우를 지지한다. 시류를 타기 보다는 작품 자체에 초점을 맞춰 출연작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연기를 끄집어내는 조승우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배우에게 최고의 선은 좋은 연기다. 그런 의미에서 천생 배우인 조승우는 대중에게 항상 선이다.

“그런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칭찬 받고 안 좋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데 다음 행보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크다. <말아톤>(2005) 이후 <도마뱀>(2006)에 출연했을 때도, <말아톤> 캐릭터는 세고 강했는데 <도마뱀>에선 내추럴한 연기를 하니까 관객들의 성에 안 찼던 것 같다. 최근에는 <비밀의 숲>과 <라이프>가 그랬다. 하지만 저는 배우이고, 어떤 역이든 마음에 들고 끌리면 출연한다. 굳이 튀려는 생각은 없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원하는 작품이면 얼마든지 출연할 용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