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추모시] 이재무 시인의 「문상: 김지하 선생님에게」
[김지하 추모시] 이재무 시인의 「문상: 김지하 선생님에게」
  • 이재무 (시인)
  • 승인 2022.07.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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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상
  - 김지하 선생님에게

 

  이재무

 

  오월은 연초록 광휘로 번뜩이고
  내 마음은 회색빛 우울로 가득하다
  야생마처럼 질주하다가
  사자처럼 울부짖다가
  기운 다해 쓰러져
  과거가 된 사람을,
  저항에서 생명으로
  전환한 시와 사상 때문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한국의 프리드리히 휠덜린
  시대의 불운한 사상가를,
  이제는 생전에 그가 남긴 음성과 글을 통해 만나야 하리
  바다는 벼랑에 부딪혀 깨어지는
  물의 파편에 대하여 아무런 감정이 없다
  실재 속 한 개체일 뿐인 인간은
  누구도 주어진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
  맨몸에 걸치는 비단조차
  아플 것처럼 눈부신 햇살이 불편하다
  오는 길 혼자였듯
  가는 길 혼자인 이를
  배웅하러 문상 간다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삶의 문학》 및 《실천문학》과 《문학과사회》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난고(김삿갓)문학상과 편운문학상, 제1회 윤동주시상과 한남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유심작품상, 풀꽃문학상, 송수권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주)천년의시작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쿨투라》 2022년 7월호(통권 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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