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평] 엔데믹 시대 첫 천만 돌파… 영화 〈범죄도시2〉가 가지는 의미
[영화 월평] 엔데믹 시대 첫 천만 돌파… 영화 〈범죄도시2〉가 가지는 의미
  • 이은주(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22.07.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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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액션 〈범죄도시2〉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영화계에서 〈범죄도시2〉 천만 돌파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극장 관객 수가 80% 가까이 감소하고 신작 투자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천만 관객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론을 보기 좋게 뒤집었기 때문이다. 또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콘텐츠 제작과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가운데 영화와 극장의 존재 이유를 다시한번 상기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범죄도시2〉는 개봉 전부터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2017년 첫 편 개봉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영화는 ‘한국형 히어로 무비’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금천경찰서 강력반의 정의로운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극악무도한 악당을 맨주먹으로 때려잡고 응징한다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전편과 비슷하다. 하지만 통쾌한 액션을 내세운 범죄 액션 영화로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오락 영화로 세계관을 대폭 확장했다.

  〈범죄도시2〉는 가리봉동 소탕 작전 4년 뒤 베트남에서 마석도가 현지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벌어진 무자비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강해상(손석구 분)을 뒤쫓는 이야기를 그렸다. 해외로 무대를 넓히며 범죄 스케일이 훨씬 커졌고, “진실의 방으로”라는 대사를 유행시키며 관객에게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 마석도의 캐릭터는 한층 완숙해졌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이터널스〉로 마블 히어로 군단에 합류한 마동석은 한국형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전편보다 더 덩치를 키운 그는 복싱, 유도, 각종 호신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액션 연기를 선보이면서 독보적인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더욱 공고히 했다. 마동석은 긴장이 고조된 순간 악당들에게 “형은 다 알 수가 있어”, “맞다가 죽을 것 같으면 벨 눌러” 등의 특유의 유머를 구사해 완급을 조절하는 장기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전편의 장첸(윤계상 분)에 이어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한 손석구는 야생적인 매력을 뽐내며 빌런의 또 다른 결을 보여 준다. 대사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섬뜩한 눈빛과 섬세한 표정으로 인간성을 상실한 잔혹한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구현했다. 본래 〈범죄도시〉의 팬이었다고 밝힌 손석구는 “무섭거나 웃기거나 중간이 없는 것이 〈범죄도시〉의 매력”이라며 “관객들이 마석도 등 뒤에 안전하게 있으면서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마석도에 빙의될 수 있도록 캐릭터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마동석과 함께 전 이수파 두목 장이수 역의 박지환이 코미디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그는 장첸의 명대사 “니 내 누군지 아니?”를 연변 사투리로 구사하는 등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강력반장 역의 최귀화를 비롯해 허동원, 하준 등 전편과 거의 동일한 출연진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초반에는 기존 형사 영화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후반부 화려한 카체이싱과 함께 마석도와 강해성의 대결이 펼쳐지면서 시원한 통쾌함으로 지루함을 확실하게 날려 버린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현지에서 배경만 찍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촬영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작품의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은 그는 “1부 보다 확장된 세계관에서 극악무도한 범인을 끝까지 잡아내는 마석도 형사의 액션, 지략 등이 특징”이라면서 “〈범죄도시〉를 마석도 중심의 액션물로 총 8편에 걸친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여러 형태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동석은 〈부산행〉(2016),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에 이어 이번 〈범죄도시2〉까지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범죄도시2〉의 이상용 감독은 흥행 이유에 대해 “8할은 마동석 배우 덕분”이라며 시리즈 기획부터 주연까지 도맡은 마동석에게 공을 돌렸다. 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범죄도시 2〉는 개봉 전 132개국에 선판매되면서 손익분기점을 대폭 낮췄다.

  〈범죄도시2〉가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인 것은 엔데믹과 맞물려 억눌렸던 영화 관람 심리가 폭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영화관 내 팝콘 등 음식물 취식이 가능해지고 좌석 간 띄어앉기, 상영 시간 제한 등이 풀리면서 극장에 발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범죄도시2〉는 악당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마동석표 통쾌한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를 잘 버무렸고 ‘나쁜 놈 때려 잡는’ 권선징악 스토리로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로 입소문을 탔다. 장기간 코로나에 지친 관객들은 보복 관람 심리로 극장을 찾았고 그간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복잡하지 않고 통쾌한 영화’를 원했다. 여기에 ‘시원한 액션의 끝판왕’이라는 〈범죄도시2〉의 영화적인 특성이 맞아떨어지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때문에 영화관의 주된 고객층인 20~30대 관객은 물론 중장층 고객인 40~50대 관객을 움직이면서 1,10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CJ CGV 황재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천만 영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층의 관객 유입이 중요한데, 권선징악이라는 소재에 친근한 ‘한국형 히어로 무비’로 다양한 세대의 관객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5세 관람가로 전작에 비해 낮아진 관람 가능 연령대도 흥행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강해상 역의 손석구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로 불린다. 손석구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남성적인 매력과 은근한 섹시미로 이른바 ‘구씨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의 추앙을 받고 있다. 필리핀에 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를 찍고 있던 그는 급거 귀국해 막판에 전국의 극장을 돌며 무대인사를 하면서 관객몰이를 톡톡히 했다. 이상용 감독은 “2019년 가을 제작사 대표 소개로 배우 손석구 배우를 처음 만났다. 그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보고 나서 손석구는 여러 가지 눈빛이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의 고리를 끊은 동시에 천만 영화 비관론을 불식시킨 〈범죄도시2〉의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를 비롯해 세 편의 천만 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코로나 장기화로 신작에 대한 투자가 연기되면서 국내 영화 시장이 위축되고 일터를 잃은 영화인들도 상당히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라면서 “천만 영화는 관객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상징적인 신호이기 때문에 영화계가 너나없이 한마음으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처럼 남의 영화가 잘되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라면서 “관객분들이 (극장으로)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범죄도시2〉가 그 역할을 잘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흥행이 올여름 개봉 예정인 대작 영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범죄도시〉 1편과 2편을 공동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작품은 무엇보다 오랜 불황을 뚫고 관객들이 영화를 극장에서 소비하는 문화 패턴을 되살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극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경험하는 집단적 정서 공유의 가치를 확인한 만큼 향후 국내 영화계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죄도시〉는 출연진 캐스팅을 마치는 등 시즌 3의 제작에 한창이다. 〈범죄도시3〉는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마석도가 한국에 넘어와 범죄를 저지르는 일본 야쿠자를 잡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마석도가 또한번 영화계에 빅펀치를 날릴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은주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연세대학교 불문과·동대학원 영상학 석사. 제44회, 제46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 진행.

 

 

 

 

* 《쿨투라》 2022년 7월호(통권 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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