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Theme] 확률적 카멜레온과 가챠가 된 창작: 콘텐츠 창작에 있어 인공지능 뮤즈의 가능성
[8월 Theme] 확률적 카멜레온과 가챠가 된 창작: 콘텐츠 창작에 있어 인공지능 뮤즈의 가능성
  • 최승준(미디어 아티스트)
  • 승인 2022.08.01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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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밤마다 허물을 벗고 우화羽化하는 계절이다. 탈바꿈metamorphosis에 관한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탈바꿈에 관한 짧은 시를 쓴다면, 어떤 제목이 좋을까? 일단 다섯 가지 제목을 인공지능과 함께 발상해 봤다.

1.  탈바꿈
2.  변화의 여정
3.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
4.  변화의 과정
5.  출현

세번째 제목으로 ‘밤’이란 표현을 넣어 시를 써보자.

그을음 색보다 짙은 밤하늘
어둠은 날 깊이 삼키나
두렵지 않아, 잠깐일 뿐이야
탈바꿈의 과정은, 변화의 여정은,
시간과 인내는 결국 되갚아지지
빛으로 인도할 어둠을 껴안자

왜 일개 곤충의 탈바꿈 과정을 목도하는 것은 문학적 영감을 주곤 하는 것일까?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첫째, 탈바꿈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의 변화다. 이런 변화는 대개 외형, 행위, 사는 곳의 극적 변화를 수반한다. 둘째, 탈바꿈은 때때로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한 비유로 작용한다. 탈바꿈 과정은 우리 모두가 겪었던 어린시절의 순수함이 성인의 경험으로 물들어가는 여정에 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셋째, 탈바꿈은 변화가 가능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현재 상황에서 궁지에 몰렸다고 느끼더라도 탈바꿈이란 현상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새로운 무언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낡은 허물을 계속 입고 있을지, 벗을지에 대한 선택의 무게를 껴안아야 한다.

바로 위 문단까지의 글은 다음 그림처럼 인공지능(OpenAI GPT-3 2)과 함께 쓴 글을 윤문한 것이다. 색이 있는 부분이 인공지능의 생성이다.

물론 한번에 이루어진 과정은 아니다. 문장이 생성될 때 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생성을 얻기까지 20개 정도의 후보가 있었다. 그 중 두 후보를 살펴보자.

“왜 일개 곤충의 탈바꿈 과정을 목도하는 것은 문학적 영감을 주곤 하는 것일까?”에 이어진 생성을 살펴보면, 앞의 맥락에 들어있는 어휘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뉘앙스의 다른 전개가 이루어진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계속 조정하며 생성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20개의 후보를 세부적으로 보면 137회의 ‘프롬프트’ 입력과 생성으로 구성되며 $1.87로 요즘의 환율로 2,450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이 시행착오를 겪는 조정의 과정에 걸린 시간도 두 시간 정도가 들었다.

뽑기 운이 필요한 ‘가챠’와 닮아있는 부분이다. ‘가챠’와 다른 점은 그래도 사용자가 확률을 통제하는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때 인공지능의 입력으로줄 ‘맥락’을 어떻게 어떤 어휘로 채울지가 무척 중요하다. 인공지능은 그 맥락이 자아내는 풍경에 카멜레온처럼 녹아들며 생성의 양태를 바꾼다. (당분간은) 탁월한 입력에 탁월한 생성이 따를 예정이다.

이미지 생성의 경우도 유사하다. “becoming some thing new, cicada, metamorphosis, digital art”를 프롬프트로 DALL·E3에서 생성한 이미지 (한 생성마다 $0.13, 약 170원)

하나의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프롬프트의 맥락과 어휘를 다듬어 가며 “생성 → 생성 증폭 → 큐레이션 ↲”의 반복 과정을 가져야 한다. 일정 품질 이상의 결과를 많이 생성할 수록 그 안에 좋은 것이 들어갈 확률도 올라간다. 흥미로운 가능성의 흥미로움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복잡한 딜레마도 있다.

위 ‘가챠’에 빗대는 이야기를 입력으로 가상의 미디어 아티스트 ‘준’과 철학자 ‘훈’의 대화를 생성하고 윤문해 봤다.

토론을 나눠주길 바란 화두는 아니지만 생성 결과가 나름 흥미롭다. 물론 여기까지 얻는 데 42회의 생성, 약 40분의 고민이 더 추가됐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좀 더 지난한 과정을 펼쳐내야할 것 같다. 문득 그냥 혼자 써내려 갈까란 생각도 스친다. 새로운 무언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낡은 허물을 계속 입고 있을지, 벗을지에 대한 선택의 무게를 껴안아야 한다.

 

 


1 Moving Beyond Mimicry in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nautil.us/movingbeyond-mimicry-in-artificial-intelligence-21015
2 Open AI GPT-3: https://beta.openai.com
3 DALL•E 2: https://openai.com/dall-e-2


최승준 미디어아티스트. AI를 활용한 프롬프트 프로그래밍으로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서 배우는 기계의 학습과 기계의 학습에서 성찰하는 인간의 배움에 관심이 많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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