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국문학의 미래를 만나다- 장르와 언어의 경계 너머: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INTERVIEW] 한국문학의 미래를 만나다- 장르와 언어의 경계 너머: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 김민정(소설가, 드라마평론가, 중앙대 교수)
  • 승인 2022.08.01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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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_2022년 7월 12일 14시
곳_한국문학번역원
인터뷰어_김민정(소설가, 드라마평론가, 중앙대 교수)
사진 촬영_김한솔 기자
사진 제공_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는 것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한 한국문학번역원이 2021년으로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홈페이지에 있는 곽효환 원장님의 인사말은 위의 첫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존재 의의를 이보다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은데요.

2021년 작년 한 해 한국 문학작품이 해외 문학상을 받거나후보에 오른 횟수가 17차례에 이른다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리고 BTS의 세계적인 성공과 더불어 한류 열풍이 K-문학으로 확장되고 있다고들 하는데요. 저 역시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세계, 한국문학과 세계인을 연결하는 메신저로서 한국문학번역원에 대한 한국작가들의 관심과 사랑이 매우 뜨겁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시인’ 곽효환과 ‘문학번역원장’ 곽효환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문학과 한국문학번역원은 같은 듯 다를 것 같습니다.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알고 계시듯이 저는 한국문학번역원에 부임하기 전에 대산문화재단에서 30년을 근무하며 비슷한 일을 오랫동안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밖에서 한국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일원으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번역원의 새로운 비전을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의 장을 여는 중추기관’으로 정립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과거 한국문학은 우리도 문학이 있다 그러니 봐달라는 ‘한국문학 해외소개’의 단계에서 출발하여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함께 읽자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 정책적인 한국문학 번역 출판 지원 사업을 시행한 지 40여 년이 넘어선 지금 나아갈 방향은 세계문학의 일원으로 한국문학이 당당히 자리 잡고 중심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문학의 위상이 달라졌고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앞으로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시가 스케일이 크고 보편적인 지점을 지향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 자연스럽게 몸에 체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시를 쓰며 독자의 폭을 경계를 넘어서 넓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번역출판지원사업이 벌써 40년이 넘었군요. 저와 나이가 비슷합니다. (웃음) 나라별 혹은 문화권별로 한국작품과 한국작가에 대한 관심도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가령, 제가 듣기로는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세계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권에서 관심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문화권 혹은나라별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다른가요. 이 답변을 아마 한국 작가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990년대 이문열과 이청준,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이승우, 황석영 등의 작가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사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널리 읽혔습니다. 이후 한국문학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알려지며 한국문학을 향유하는 층이 점점 넓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북미부터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영미권과 유럽권에서는 대체로 범죄·추리소설의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서미애 작가, 김영하 작가, 김언수 작가의 소설이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것도 이러한 선호도가 반영되었을 테고요. 또 그래픽노블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으로 확인되는데, 최근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이 널리 읽히고 인기를 얻은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번역문학 중 한국문학의 점유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편인데요.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다룬 도서나 힐링 에세이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도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 여성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최근에는 한국 에세이의 인기도 상당합니다.

물론 나라별 장르 선호도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경향을 파악하여 효과적인 홍보와 진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한국문학 해외 홍보 전담기관으로서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별 해외 수용도 조사를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언어권별 또는 국가별 맞춤형 진출 전략을 세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추가로 안 드릴 수가 없는데요. 시인 곽효환으로서 어떤 나라 혹은 어떤 문화권에서 자신의 시세계가 조금 더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을 잠시 쉬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그 첫 타자가 바로 제이홉이라고 합니다. 제이홉의 밝고 건강한 이미지 덕분에 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에서 개인 팬덤이 막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이홉의 별명이 ‘남미의 왕자’라는데, 시인 곽효환의 왕국은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모든 시인, 소설가의 꿈은 자신의 작품이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폭넓게 그리고 오랫동안 읽히는 것일 겁니다. 사실 다른 선배나 동료 및 후배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 많은 관심을 쏟아 왔지만 정작 저 자신에 대해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시가 지향하는 북방의식, 경계를 넘어선 보편성, 근원적인 민중성 그리고 우리 시대와 사회에 대한 통찰 등이 다른 나라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저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시집이 2017년 몽골 СОЁМБО(영문명 Soyombo)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당시 번역자가 제 시의 북방의식과 정서가 몽골 독자들에게 아주 잘 읽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는 앤솔로지나 문예지에 여러 편이 소개되었는데요. 중국 문예지 《作家》를 비롯해 여러 문예지에 시가 소개되어 반응이 좋았습니다. 번역자 말로는 제 시의 북방정서와 대륙을 아우르는 보편성은 매력적인 데 반해 몇몇 시편은 동북공정을 진행하는 중국당국의 관점과는 다른 것들이어서 조심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그 번역자는 서사와 서정의 접점이 잘 보이는 제 시집이 소개되었을 때 반응이 기대된다며 중국어 번역, 출간을 현재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로는 2012년 프랑스 시 전문 계간지 《PO&SIE 포에지》 한국 시 특집호에 「지도에 없는 집」 등 10편이 수록되어 이를 기념하여 프랑스와 스위스 등지에서 열린 낭독회에 황지우, 김혜순, 정과리, 강정 등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로 몇몇 프랑스 잡지에 제 시편들이 소개되었고 지난해에는 저를 포함하여 정끝별에서 박준 시인에 이르는 한국시인 11인 시선집 『C’est l’heure où le monde s’agrandit 지금은 세계가 확장되는 시간』이 프랑스 부르노 두세 Bruno Doucey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지금은 제 네 번째 시집 『너는』이 불어로 번역되고 있는데 내년 봄 프랑스 ‘세계 시의 날’에 맞추어 출간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번역시집의 서문 겸 해설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 작가가 A4용지 5장 분량으로 보내왔다고 합니다. 번역자의 말로는르 클레지오 선생이 한국 작가의 작품집에 해설을 이렇게 길게 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해설의 주요 내용은 ‘곽효환 시집을 읽으면 한국 현대사회와 역사를 알 수 있다’고 했다는데 저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르 클레지오 작가, 제가 참 좋아하는데, 그 해설을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르 클레지오, 하니까 또 한 명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떠오르는데요. 좀 전에 드린 질문을 살짝 바꿔서 다시 여쭙겠습니다. 나라별로 좋아하는 가수와 작가가 다르다는 말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출간된다면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더 크게 받을 작가와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이 가능한데요. 가령, 소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 어떤 나라보다 한국,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로 굉장히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번역원장님이 생각하기에 이 작품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주목을 받을 것 같은 한국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번역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이미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작품이 되기 쉬운데, 원장님의 원픽이, 지금 이 순간에 해주시는 말씀이 고독한 예술가의 숙명을 어깨에 지고 우직하게 자기만의 길을 걷는 골방의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한국문학은 세계의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 번역원에서 조사하여 올해 초 발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에 대한 판매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구체적으로 확인할수 있습니다. 일역판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20만부 이상 그리고 다른 10개 언어권에서 출간, 판매된 것까지 합하면 3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 이상, 2019년 일본에서 출간된 손원평의 『아몬드』는 일역판이 9만부 이상, 그리고 9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정유정의 『종의 기원』 포르투갈어판(브라질)은 2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여러 작품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또 프랑스에서 출간된 서미애의 『잘 자요 엄마』, 김언수의 『뜨거운 피』, 중국에서 출간된 이창동의 『소지』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1만5천 부 이상 판매 되었고 해를 더 할수록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년 한 해 동안 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작품이 186종으로 대산문화재단의 지원 건을 합하면 200종에 달합니다. 이는 한국의 단일 예술장르의 해외 진출량으로는 기념비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밖에 해외 출간량의 증가추세, 현지에서의 반응, 국제문학상 수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문학한류 도입기에는 이미 들어섰고 이제 문학한류 성장기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문학한류 또는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으로 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 작가와 작품들이 보이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면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해외에서 사랑받는 한국작품들의 공통점은 보편적이면서 한국적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것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토대 위에 한국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 2021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식 / 2021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2022 정규과정 13기 수료식 /2022 콜롬비아출판협회 및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재단 업무협약식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 2021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식 / 2021 한국문학번역상 시상식2022 정규과정 13기 수료식 /2022 콜롬비아출판협회 및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재단 업무협약식

역시 공부 잘하는 전교 1등의 비결은 교과서 중심이었네요. 기본에 충실하라. 보편성과 특수성의 적절한 균형이 바로 문학의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웃음) 좋은 작품이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독자가 한국이 아닌 한국 밖에 있다면 작품성뿐만 아니라 번역 또한 세계 독자들을 만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원작자뿐 아니라 번역자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져서 작품 번역에 대한 뒷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혹시 알고 계시는 문학 번역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있다면…

문학은 한 시대와 집단의 삶과 정신의 지형도이자 결정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학교류를 통해 한 공동체의 문화가 다른 공동체로 가장 온전하게 그리고 가장 수평적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삶의 양식과 문화에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문학교류는 사람과 사람, 언어와 언어, 국가와 국가 간 평등한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다만 한 언어문화권에서 다른 언어문화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번역은 단순히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의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나아가 하나의 인식론적 공간에서 다른 인식론적인 공간으로 옮겨가는 핵심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프란츠 카프카가 말하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이어야 한다”라는 도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번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번역가를 주목하고 사회적으로 포상하기도 하는 일들을 반갑게 여기고 있습니다. 번역가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입장에서, 번역가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작품 번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번역원 영문 계간지 《KLN Korean Literature Now》 웹진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데 번역가의 세계를 이해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https://kln.or.kr/strings/doodleList.do). 또 하반기에는 현장에서 활동 중인 한국문학 번역가 10인의 소개 영상을 제작하여, 다양한 번역 에피소드와 교류 경험, 예비 번역가를 위한 정보들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한국문학 번역가 10인이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어린이 동요가 떠오릅니다. 좋은 번역가가 있었기에 지금 세계 속 한국문학이 있을 수 있었다는 데 적극 동의합니다.

한국문학 번역자의 변천사를 소개하자면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번역자 중심의 번역(~1990년대 초)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번역자와 한국어(문화)에 밝은 외국인 번역자 공동번역(~2010년대) ▲한국어에 능통한 원어민 번역자 중심의 번역(2010년대~현재)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온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외국문학을 제대로 된 번역으로 접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와 문학을 전공한 한국인 번역자의 작품을 읽듯이 한국문학 번역도 도착어를 모국어로 한 번역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문판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김지영, 영역판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저주 토끼』를 번역한 허정범, 김혜순 시집을 번역한 최돈미 같은 번역가들이 바로 대표적인 3세대 원어민 번역자들입니다.

월간 《쿨투라》는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음악을 포함한 문화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 유일무이唯一無二의 문화전문 잡지입니다. 《쿨투라》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 같아 제가 대신 질문하겠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장님은 어떤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인상 깊게 본 한국영화, 드라마 등 한국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단에서 저를 ‘한 몸으로 여러 사람을 사는’ 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꼼꼼히 따라 보지는 못합니다만 중요한 작품들은 가능한 한 따라 보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디아스포라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화 〈미나리〉, 드라마 〈파친코〉를 주의 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정주행 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압축판으로 보면서 지금의 우리 모습을 섬세하고 새로운 감수성과 언어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방이라는 어감이 80년대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재미있게 본 유튜브 영상이 있습니다. 김근 시인의 〈시켜서 하는 TV〉인데요. 힙합 음악을 듣고 그 가사를 시인의 눈으로 해석해주는 유튜브 콘텐츠입니다. 래퍼 정상수의 노래를 다룬 동영상은 업로드 6개월만에 11만뷰를 기록할 만큼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동영상 댓글을 보면 재미난 게 많은데요. ‘김근 시인이 진짜 시인이냐. 시인 처음 본다’부터 ‘덕분에 노래를 깊게이해하게 되었다’까지…

한국문학과 한국문화가 서로 한층 가까워진 느낌, 그래서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데요. 예전부터 힙합은 래퍼가 직접 가사를 쓰는 창작적 특성 때문에 문학 장르인 시와 콜라보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문학과 한국문화가 콜라보한 콘텐츠 중에서 인상적으로 보신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문학과 문화콘텐츠가 만나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뮤직비디오도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판소리와 현대무용의 콜라보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판소리에 전혀 관심이 없던 국내외 대중들도 판소리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지요. 개인적으로는 2018년 동아시아문학포럼 문학의 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공연 때 저와 중국 시인 레이핑양의 작품을 판소리와 짧은 연극으로 꾸미면서 시 낭독을 겸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했던 중국작가들이 놀라워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번역원에서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왔습니다. 특히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문학작품과 연극, 노래, 춤, 비디오아트까지 다른 예술장르들과 협업 무대를 진행하곤 했습니다. 2021년에는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 황정은 「낙하하다」, 김경욱 「빅 브라더」, 김애란 「벌레들」까지 작가축제 참가 작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단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또 문화예술위원회와 협업하여 ‘춤과 영화로 만나는 한국소설’이라는 공동 기획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성란 작가의 「여름의 맛」을 단편영화로 제작하고, 김숨 작가의 「떠도는 땅」을 발레극 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콘텐츠의 홍수 시대라고 합니다만 저는 원천콘텐츠로서 문학의 역할은 변함없고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문학과 문화예술 각 장르들이 경계를 넘어 다양한 협업을 시도함으로써, 다양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류 팬들이 한국문학의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심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한국문학 해외 소개 콘텐츠 제작입니다. 이 소개 콘텐츠가 단순히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콘텐츠의 매력적인 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성공적인 알고리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월간 《쿨투라》도 지난 일 년 동안 ‘해외수출 번역지원 잡지’로 선정되어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콘텐츠 비평을 수록하였는데, 국내외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번역원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무엇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말씀대로 한국문학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용이 편리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번역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한국문학 영문 계간지 《KLN》을 꾸준히 발행해왔습니다. 한국문학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고, 관련 담론과 리뷰도 수록하고 있는데요. 2008년 발간 당시(발간 시 제호 ‘list’)에는 저작권 수출을 위한 책 소개와
출판계 뉴스를 주로 수록했다면, 2014년부터는 한국문학 중심으로 개편하였고 2016년 제호를 ‘KLN’으로 바꾸면서 점차 지금의 한국문학 문예지로서의 정체성을 다져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지금의 한국문학 담론들을 보다 충실히 소개하는 방향으로 지면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KLN》 웹진 콘텐츠로 작가 인터뷰와 낭독 영상도 꾸준히 제작해 왔는데, 이 콘텐츠들이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국제도서전 등 문학행사에서 한국문학을 홍보하거나, 특정 작가에 대한 해외 관심이 쏠릴 때 신뢰도 있는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올해부터는 KLN 웹 콘텐츠를 더 다양화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한국문학 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한국문학 기초정보 콘텐츠 확충이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2년에는 해외에서 작품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으나 아직 공식 소개 영상이 제작되지 않은 작가 10인의 인터뷰 영상, 국제 수상이나 해외 인지도가 있는 문학 전문 번역가 10인의 소개 영상을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특정 작가가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공식 작가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해외 출판 시장의 관심도를 보다 시의적절하게 반영하여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고전문학 시리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한 대표 작품과 외국인들이 읽기 쉬운 고전작품 30선을 시리즈 콘텐츠로 기획하여 올해는 10선의 목록이 공개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작품들은 전자책으로 개방하여 해외 한국학 전공자들과 독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문학 서지 정보, 작가와 번역가 정보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여 유기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번역원에서 올해 10월 말 KLWAVE Korean Literature Wave라는 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작가를 검색하면 작가의 인적 사항과 작품세계에 관한 정보와 함께 번역 출간 서지정보, 리뷰, 인터뷰 자료들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만약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검색한다면, 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사업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플랫폼 내에서 저작권 계약 안내와 지원 신청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B2B 관점에서는 한국문학 저작권 거래를 활성화와 다양한 온라인 교류 등을 하고, B2C 관점에서는 국내외 독자들이 한국문학 콘텐츠를 더 쉽고 유용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있습니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서울을 무대로 쌍방향 교류하는 글로벌 문학축제로서 매년 문학을 사랑하는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9월23일부터 30일까지 어떤 황홀한 프로그램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번역원에서는 매년 가을 국내외 작가가 교류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축제 대주제는 ‘월담: 이야기 너머 Beyond Narrative’입니다. 장르와 언어의 경계를 넘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만큼, 보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식을 다루는 문학축제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오랜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오랜만에 오프라인 국제작가축제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지난 2년 동안 비대면 축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도 큰 의의가 있지만, 아무래도 대면행사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밀한 소통이 그리웠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특히나 올해 부커상 입후보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대면 축제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가작가도 독자도 대면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욱 풍성한 축제를 준비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번역원에서 축제를 운영하면서 나름의 프로그램 구성을 만들어 왔습니다. 개막·폐막 강연, 비슷한 장르나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두 국내외 작가의 대담 프로그램, 여러 작가가 참여하여 환경, 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프로그램, 참여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거나 다른 장르의 예술로 재창작해 선보이는 공연 프로그램 등이 그것입니다. 올해도 큰 틀은 유지하되 프로그램별 특성이 가장 잘 돋보일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23명, 해외에서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인데요, 국내에 번역서가 출간된 바 있는 해외 작가들 위주로 초청하여 국내 독자들도 축제를 한층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포레스트 갠더 작가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 등 세계 각국의 저명한 작가들을 한 자리에서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혜순 시인과 최돈미 시인의 만남도 고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김혜순 시인은 시카다상, 그리핀 시 문학상, 미국 루시엔스 트릭 번역상 등을 수상하면서 한국 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고, 최돈미 시인은 오랫동안 김혜순 시인의 시를 번역하며 함께해 왔기 때문에 두 분의 만남을 보는 것도 묘미일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축제가 문학을 사랑하는 국내 독자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자부합니다. 국내외 작가를 한 자리에서 접하고, 한국문학이 단지 ‘한국’의 문학이 아닌, 세계문학으로서 어떤 보편성과 특수성을 지니는지 직접 느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일 테니까요. 매년 더 새로워지고 더 다채로워지는 작가축제에 올해도 많은 독자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문학과 한국문학번역원을 조금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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