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가수 겸 배우 수지] 화로에 던질지라도
[시로 만난 별 Ⅱ 가수 겸 배우 수지] 화로에 던질지라도
  • 장재선(시인)
  • 승인 2022.08.02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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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스틸 사진
〈안나〉 스틸 사진

화로에 던질지라도
- 가수 겸 배우 수지

장재선(시인)


여름 나무는 그늘이 깊어
바위에 그림자가 어리는 걸
봄날의 그가 봤을 리 없으나
독한 단련의 시간들은
그의 얼굴에
참 많은 표정을 어른거리게 했다
앞으로 걸어갈 길에
가을이 올수록
단풍의 환호만큼이나
외로움도 동행하는 것
사람들은 첫사랑을 놓지 않은 채
빛이 다른 만남을 원하고 또 원한다
일기장에도 거짓을 적는 사람들에게
진짜처럼 보이지 않으면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없이 훔쳐야 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겨울의 끝에서
타오르는 화로에 던지고 말지라도
기어이 안고 가야 하는 장작일 것이다.

 


시작노트

“정말 예쁘네.”

그룹 ‘미쓰에이’ 멤버들이 새 앨범 홍보를 위해 우리 회사에 방문했을 때, 동료들 중 누군가 중얼거렸다. 수지의 미모에 대해서다.

1994년생인 수지는 2010년 ‘미쓰에이’로 데뷔했고, 2011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연기활동에도 뛰어들었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했는데, 극 중 캐릭터가 상큼한 외모에 어울려 ‘국민 첫사랑’으로 불렸다. 2017년 ‘미쓰에이’가 해체한 이후에는 가수보다는 연기자로 더 활동을 많이 했다. 노래를 부르든, 연기를 하든 그의 실력이 외모에 가려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방영된 6부작 드라마 〈안나〉에서는 달랐다. 사소한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을 낳아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된 여성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연기력이 찬사를 받았다.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공력의 결실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꿨다는 그는 10대 초반에 음악 그룹을 찾아가 합류를 청하고 밤낮없이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고 한다.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시절에 그가 쓴 노트를 보면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쓰러져서 병원 갈 정도로 연습하기. 내가 쉬고 있으면 그들은 무언가 배우며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쟁의식을 부추기며 담금질을 했던 그는 또 이렇게 썼다. ‘겸손 인사 신경 쓰기.’ 그가 각종 인터뷰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서그럽게 웃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신을 단련시킨 결과인 것이다.

“진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갖고 있고,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면 좋겠다.” 삼십대를 앞둔 그의 진실한 소망을 응원한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서정주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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