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전원
[새 시집 속의 詩] 전원
  • 박상천(시인)
  • 승인 2022.08.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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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박상천

 

자꾸 저전력 모드로 들어가는 날이 많아지고서야
그가 나의 전원이었음을 깨닫는다.
그의 웃음만이 아니라
도란거리는 일상의 말소리나
술 적게 마시라는 잔소리까지도
나를 충전시키는 전원이었음을,
내가 그곳에 선을 대고 있었음을.

그 전원이 끊긴 후,
빨간색의 저전력 모드 경고가 들어 오고야
그와의 일상이 바로 전원이었음을 깨닫는다.

- 박상천 시집 『그녀를 그리다』(나무발전소) 중에서

 

 


박상천 시인은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낮술 한잔을 권하다』 『한일 대역 박상천 시집』 등이 있으며, 1998년 한국시협상과 2005년 한국시문학상등을 수상했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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