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라는 도서관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 송경동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창비) 중에서

송경동 시인은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등을 출간했다. 천상병시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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