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티아국제단편·산악영화제 2022] 코카서스 정상에서 즐기는 산악영화축제
[메스티아국제단편·산악영화제 2022] 코카서스 정상에서 즐기는 산악영화축제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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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경치를 배경으로 코카서스 산맥 중심에서 펼쳐지는 산악영화축제, 메스티아국제단편·산악영화제Mestia International Short And Mountain Film Festival(이하 메스티아영화제)가 조지아의 북부 도시 메스티아에서 8월 17일(수)부터 21일(일)까지 5일동안 열린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메스티아영화제는 메스티아문화예술센터NNLE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하투나 훈다제Khatuna Khundaze가 창립한 조지아 유일의 산악영화제 및 단편 영화제이다. 국내 영화제와 비교하면 매년 4월 울주에서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

2010년 이전까지는 러시아식으로 ‘그루지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조지아는 코카서스 산맥과 흑해로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메스티아는 스바네티Svaneti 지역의 중심도시이며 조지아에서 가장 험준하고 높은 산을 품고 있어 산악영화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Sandro Naveriani
ⓒSandro Naveriani

눈길을 끄는 신선한 프로그램

메스티아영화제의 프로그램은 국제단편부문, 국제장편산악부문, 조지아단편영화회고전, 특별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제단편부문과 국제장편산악부문은 경쟁으로 이루어지며, 국제장편산악부문의 수상자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산악인 미하일 헤르기아니Mikhail Khergiani의 이름을 딴 ‘미하일 헤르기아니상’을 수여한다. 올해 국제단편경쟁부문에서는 17편, 국제장편산악부문에서는 7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메스티아영화제만의 특별한 심사부문으로 ‘베스트 프로덕션디자인상’이 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는 영화제는 흔치 않은데, 메스티아영화제는 이 특별상을 만들어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이들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

특별섹션에는 매일 오후에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와 크리에이티브 에인절스Creative Angels의 전시 등이 준비되어 있다. 새시대의 산악영화인에게 현장의 경험을 전하는 마스터클래스에는 심사위원이기도 한 바바라 가세르Barbara Gasser와 에르베 쉬니드Hervé Schneid 등이 참여한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의 회원이자 골든글로브 심사위원인 바바라 가세르는 ‘골든글로브’를 주제로, 장피에르 죄네, 라스 폰 트리에, 마이크 피기스의 작품에 편집을 맡은 세계적인 편집감독 에르베 쉬니드는 ‘영화편집’을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특히 에르베 쉬니드의 마스터클래스는 그에게 세자르상 편집상을 안긴 프랑스 예술영화의 클래식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부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게 첫 칸영화제상을 안긴 〈유로파〉(1991),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에일리언4〉(1997), 최근의 넷플릭스 영화 〈빅버그〉(2022)까지 그의 전 영화 인생을 정리하여 젊은 영화인에게 경험을 전하는 시간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개막작 〈노 맨스 랜드〉 ©Büro Reinhold Messner/ 하투나 훈다제 집행위원장/ 바바라 가세르/ 에르베 쉬니드
개막작 〈노 맨스 랜드〉 ©Büro Reinhold Messner/ 하투나 훈다제 집행위원장/ 바바라 가세르/ 에르베 쉬니드

마르몰라다 남향으로 안내하는 개막작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

개막작은 ‘메스너리스트’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와 그의 아들인 사이먼 메스너 감독이 만든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이다.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가 또다른 전설적인 산악인 베아트리체 토마슨Beatrice Tomasson에게 헌정하는 작품으로, 베아트리체 토마슨이 그녀가 고용한 산악가이드 미켈레 베테가Michele Bettega, 보르톨로 자고넬Bortolo Zagonel과 함께 돌로미테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Marmolada 남향을 세계 최초로 등정하는 과정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시간, 폭풍, 우박, 낙석, 얼음 벽 등의 장애물을 이겨내고 토마슨은 마르몰라다 등반에 성공하는데, 법도 질서도 국적도 성별도 따지지 않는 ‘노 맨스 랜드’에 도달하자 당대의 가장 강력한 팀으로 불리던 이 로프팀의 우정과 신뢰가 무너진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성공과 아픔을 동시에 겪은 베아트리체 토마슨의 마르몰라다등정을 후배 산악인이자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가 생생하게 담아냈다. 〈노 맨스 랜드〉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5일간의 메스티아영화제에서 올해는 어떤 산악영화와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을 지 벌써부터 축제가 기대된다.

 


 

* 《쿨투라》 2022년 8월호(통권 9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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