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배창호 "영화는 인간의 고통과 상처 껴안는 보편성 있어야"
[연합뉴스] 배창호 "영화는 인간의 고통과 상처 껴안는 보편성 있어야"
  • 송광호 기자
  • 승인 2022.08.10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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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뷔 40주년 기념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예수의 삶 다룬 영화 찍는 게 숙원…"두려움 사라지고 준비됐어요"
배창호 감독의 영화의 길(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8.10 jin90@yna.co.kr
배창호 감독의 영화의 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8.1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화가 사회구조를 변혁시키는 목적성을 지니는 것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상처를 깊이 껴안는 보편성을 지니기를 바랐습니다."

배창호 감독이 최근 선보인 대담집 '배창호의 영화의 길'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은 배 감독이 영화를 만들며 고민했던 생각과 느낀 점을 엮은 대담집이다. 유년 시절부터 18번째 작품 '여행'(2010)까지 시간순으로 엮었다. '마차 타고 고래고래'(2016)를 연출한 안재석 감독이 대담자로 나섰다.

배 감독은 1980~199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달동네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리얼리즘 수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 청춘의 꿈과 희망을 그린 '고래사냥'(1984). 아메리칸드림의 실체를 다룬 '깊고 푸른 밤'(1985)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40주년을 그냥 지나가려다 그간 미처 못한 얘기, 팩트가 어긋나는 얘기, 이 시대에 제가 가진 영화에 대한 생각 등을 담고자 책을 냈다"고 했다.

40년 영화 인생에서 만든 작품은 무려 18개. 돌이켜보면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젊은 혈기에 오버한 구석도 있고, 불필요한 장면도 있었다. 그는 리마스터링 작업을 할 때 "잘라내고 싶은 장면이 있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미숙하더라도 당대의 사회적 공기와 정서를 훼손하고 싶지 않아서다.

"당시 실력대로, 수준대로 최선을 다해 찍었으니까 아쉬움은 없어요. 그때는 그 시대로서 존중하고 싶어요. 돌아가서 다시 찍고 싶은 작품은 특별히 없습니다."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한 배창호 감독(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10 jin90@yna.co.kr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한 배창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10 jin90@yna.co.kr

그의 말처럼 영화는 그 시대의 숨결을 담기 마련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OTT가 등장했고, 영화의 호흡도 빨라졌다. "추진력, 상상력, 상상을 형상화하는 능력, 기술을 통제하는 능력" 등에서 요즘 젊은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수준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영화 현장이 지나치게 자본 논리에 함몰돼 있다고 배 감독은 우려했다. 제작사 입김이 세지면서 "편집권을 100% 가지는 것"도 소수 감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감독들은 다음 작품을 찍기 위해 지금 만드는 작품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차기작에 쏟을 에너지가 고갈되는 이유다.

"제가 좋아하는 서머싯 모음의 말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 편의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지만 여러 편의 소설을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사람은 적다'는 말이죠. 지금은 자본에 매여있는 영화계 상황이 안타까워요. (자본 논리가) 감독의 능력을 옥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숙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다룬 영화를 찍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라는 거대한 인물을 그리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수년 동안 만들고 싶다는 욕망과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한 건 7년 전. 이제 그는 준비가 됐다고 한다.

"고통스러웠지만, 믿음이 돌아오면서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다시 준비하고 있어요. 때를 기다리고 있죠. 언제든 준비돼 있습니다."

도서출판 작가. 352쪽. 2만원.

책 표지 이미지[도서출판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 표지 이미지 [도서출판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본문 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0093100005?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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