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영화보다 인생을 더 아껴라... 희망은 신화일 뿐”
[조선일보] “영화보다 인생을 더 아껴라... 희망은 신화일 뿐”
  • 박돈규 기자
  • 승인 2022.08.10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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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래사냥‘의 배창호 감독 데뷔 40년 맞아 대담집 출간
배창호 감독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는 생수 같은 본질을 간직하면서 해롭지 않은 첨가물을 더해 동시대 관객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요즘 감독들은 추진력과 상상력, 현장을 지휘하고 형상화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안타깝다. 그렇게 실력 있는 감독들이 자본과 흥행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후배 감독들이 재능을 엉뚱한 곳에 소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영화감독 배창호(69)가 말했다. 데뷔 40년을 맞아 저서 ‘배창호의 영화의 길’을 출간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출발한 그는 1982년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부터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으로 기억되는 1980년대 최고의 흥행 감독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50년, 60년 된 선배 감독들도 많은데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이렇게 대담집을 펴내게 됐다. 제 영화를 사랑해준 분들께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잘못된 팩트(사실)는 바로잡고 제가 가진 영화에 대한 생각과 체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는 연세대 재학 중 연극반 활동을 했다. 현대종합상사 케냐 지사에서 근무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의 조감독으로 충무로에 들어갔다. 이 책은 배 감독의 영화 18편과 인생에 대한 기록이다.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그의 영화를 한두 편 이상 보았다. 안성기, 강수연 등 당대의 스타들과 작업한 배 감독은 이날 필모그래피 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였다.

“영화 ‘정’은 극장에서는 1만명이 봤는데 유튜브로 12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러브 스토리’는 집사람과 결혼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저는 부분가발을 살짝 했다(웃음). ‘젊은 남자’는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의 데뷔작이다. (안성기·이미숙이 나온) ‘고래사냥’은 음악을 맡긴다는 조건으로 가수 김수철이 출연했다.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은 엄혹하던 시절에 검열위원들이 감동해 무수정 통과됐다.”

배창호 감독은 1980년대 들국화의 노래가 그랬듯이 체제 저항 메시지 하나 없이 답답했던 한국 청년들의 숨통을 틔워줬다. 참패도 경험했다. “성공의 독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 배웠다”고 했다. 최근 ‘기생충’ 등 한국 영화의 세계화에 대해서 배 감독은 “일본보다 많이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고 더 다양하게 소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40년을 맞아 8월 하순에 미주문인협회 초청으로 미국에서 북투어를 한다. 9월에는 CGV에서 40주년 기획전을 연다. 배창호는 건국대 강단을 떠날 때 마지막 강의에서 “영화보다 인생을 더 아껴라. 노력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은, 신화일 뿐이다. 그 신화를 너무 맹신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그 뜻을 캐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작가가 한 편의 뛰어난 소설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명작을 여러 편 지을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후배 영화인들이 자본과 흥행 압박 없이 오랫동안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

감독 데뷔 40년을 기념하는 책 '배창호의 영화의 길' /작가
감독 데뷔 40년을 기념하는 책 '배창호의 영화의 길' /작가

본문 링크: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2/08/10/Q7LEWOLN25CCNNB7OQLN7N5H7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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