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노량해전을 통해 살펴보는 이영남장군의 불꽃같은 28년
[새전북신문] 노량해전을 통해 살펴보는 이영남장군의 불꽃같은 28년
  • 이종근 기자
  • 승인 2022.08.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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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시인이 노량해전에 참가했다 전사한 청년 장수 이영남을 소재로 펴낸 역사소설.
이병초 시인이 노량해전에 참가했다 전사한 청년 장수 이영남을 소재로 펴낸 역사소설.

'노량의 바다(이병초 시인·웅지세무대 교수, 출판 도서출판 작가)'는 노량해전을 통해 살펴보는 이영남장군의 불꽃같은 28년을 담아낸 소설이다. 그는 전주 예수병원에 지인을 문병하러 갔다가 그 옆에 있는 선충사(宣忠祠)를 우연히 찾게 되었는데 거기서 전의인(全義人) 이영남을 만났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마지막 전투를 치른 청년 장수 이영남(李英男, 1571-1598),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교롭게도 당시 흔한 이름이 영남(英男)이었기 때문에 임진왜란 7년 동안 이영남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여러 명이다. '난중일기'에 이영남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관직이 60회 이상 나타났어도 그가 어떤 집안의 이영남인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글은 한 사람의 성씨(姓氏)를 찾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다. 임진왜란이라는 불행 속에서 전사했거나 전쟁에 참여했다는 점만으로도 동명(同名)의 이영남들은 충신이기 때문이다. 이병초는 글머리에서 “이영남에 대한 내 관심은 유생의 글줄에 있었다. 그가 순절한 지 무려 200년이 넘는 순조 6년(1806)에 송상열 등 전라도 유생 75명이 조정에 상언(上言)한 지점, 초야에 머물지언정 조선 역사의 생명체로 움직이고자 했던 선비들이 이영남의 불꽃 같았던 28년의 삶이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붓끝을 벼린 지점”에서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500여 년 전의 일인 데다 이영남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노량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축으로 잡고 사건의 앞과 뒤를 촘촘히 짚어갔다. 소설 속에는 이영남의 고향인 전주의 풍광이 유려하게 펼쳐지고 그가 무예를 닦았던 모악산도 정답게 다가온다. 반면에 전주 사람들에게 피바람으로 들이닥쳤던 기축옥사(己丑獄事)가 가슴 아프게 형상화되어 있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한양에 압송된 정여립을 보고 사람답게 다가섰던, 전주부 구이면 출신인 통천김씨 김빙(金憑)의 모습도 절절하다. 총알과 화살이 빗발치는 최전선에서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산화(散華)했던 병사들의 대부분이 백성의 아들이었다는 점도 소설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잘난 적도 없고 잘나지도 않은 백성의 삶을 정답게 설명해주리라. 양반이나 상민 따위, 지배층이나 피지배층 이따위가 없는 세상,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세상, 붓쟁이도 땜쟁이도 농사꾼도 선비도 장사꾼도 벼슬아치도 너나들이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두고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하는 것임을 가르치리라. 이것이 정치사 그리고 전쟁사의 요약에 불과한 역사를 넘어서는 진짜 살아 있는 역사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조선 역사의 주체는 만백성이었음을, 생지옥 같은 최전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견뎌낸, 전투 병력의 핵심 또한 백성의 아들이었다는 점도 명백하게 가르칠 것이었다.(본문 155-156쪽)'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던 이영남,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함선에서 그와 맞짱 떴던 이영남은 열혈남아였다. 찬란한 불꽃이었다. 공중에 튀어 올라서 일격에 적을 베고 찌르는 검법은 피의 굶주림 너머에서 반짝이는 황홀경이었다. 아니다, 그의 칼춤은 백성의 원혼을 모시는 피의 제문(祭文)이었다. 잘못된 욕망을 가진 자들이 써 내려간 거짓의 역사를 깡그리 베어버리고 싶은 저주의 춤사위였다. 전쟁이 끝나면 칼에 묻은 피 냄새를 바닷물로 씻어내고 전주로 돌아가서 농사짓고 싶던 사나이. 이영남은 사람다운 세상을 그리워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가 존중받는 세상, 붓을 매는 사람도 땜쟁이도 농사꾼도 선비도 장사꾼도 벼슬아치도 평등하게- 너나들이로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 이 소설은 전의이씨(全義李氏) 이영남이 용장(勇將)이었음을 드러냄과 아울러 지식인 이영남의 치열한 내면, 자연인(自然人) 이영남의 인간적 면모에 가깝게 다가간 게 특징이다./이종근기자

 

본문 링크: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5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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