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지하의 빈자리…49재 이후 잡지서 추모 열기 이어져
[한겨레] 김지하의 빈자리…49재 이후 잡지서 추모 열기 이어져
  • 최재봉 기자
  • 승인 2022.07.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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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 전문지 ‘쿨투라’
좌담·추모시·시인론 등 실어
계간지 가을호들도 기획 준비
김지하 시인.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지하 시인.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5월8일 별세한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고인의 49재이던 6월25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린 데 이어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 7월호는 추모 특집을 마련해 고인을 기렸다. 다음달 말에 나오는 계간지 가을호들 역시 추모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쿨투라〉의 김지하 추모 특집은 좌담과 추모시, 시와 시인론 및 생명사상론, 김지하의 글씨와 그림을 평한 글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쁘기만 했겠습니까./ 심술궂고 미운 데도 적지 않은 사람입니다./ 제 잘난 것 감당 못해 삼동네가 떠나가도록 주리틀다 간 사람입니다./ 그릇이 크니 소리도 컸겠지요.”

49재 추모 문화제에서 낭독된 후배 시인 김사인의 추모시 ‘지하 형님 환원(還元) 49일에’의 한 대목이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에게 올리는 축원문 형태를 띤 이 시에서 김사인 시인은 김지하의 공과를 두루 챙기면서 그럼에도 온몸으로 한 시대를 건너온 고인을 잘 거두어 주실 것을 당부한다.

“나라 잃고 나라 갈리고 겨레끼리 죽이고 죽는/ 한반도 백오십년의 기우는 운수를/ 제 몸 갈아넣어 받치고자 했습니다./ (…) / 그의 소신공양으로 우리는 한 시대를 건넜습니다.”(‘지하 형님 환원 49일에’ 부분)

〈쿨투라〉에는 이 시와 함께 역시 후배 시인들인 홍일선·이재무의 추모시가 실렸다.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과 임진택 명창, 정성헌 한국디엠제트(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김형수 시인이 참여했다. 이 좌담에서 홍 교수는 “김지하의 시와 삶을 저항과 생명으로 나누어 보곤 하는데, 이 둘은 표면적으로는 변화의 극단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일원론적인 연속성 속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생명 지키기라는 방어적인 국면에서 생명의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본질적이고 주체적인 차원으로 나아간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수 시인은 1991년 〈조선일보〉 기고문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로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과 불화를 빚었던 김지하 시인이 2001년 박정희 기념관 반대 1인시위를 벌인 뒤 작가회의 사무실을 찾아 후배 문인들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위대한 역사적 인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것이 우리 문학사에서 거장이 자기 발언을 사죄한 최초일 겁니다.”

임진택 명창은 김지하 시인이 1970년대 초에 농촌계몽극 ‘진오귀’와 ‘소리굿 아구’ 등의 작품을 쓰거나 지도하는 등 “마당극이라는 새로운 연극 양식을 창출”한 것을 고인의 빼놓을 수 없는 업적 중 하나로 꼽았다. 임 명창은 “김지하 시인의 판소리에 대한 이해는 완벽한 수준이고, 그러한 수준에서 구사한 일련의 담시들은 우리 문학사에 있어 대단한 걸작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쿨투라〉 특집에는 이밖에도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와 임동확 시인, 주요섭 ㈔밝은마을_생명사상연구소 대표 등의 글이 실렸고, 49재 추모 문화제에서 낭독된 미야타 마리에 전 〈중앙공론〉(주오코론) 편집자의 추모사도 일본어와 한국어로 아울러 전재되었다.

〈쿨투라〉에 이어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문학평론가 염무웅 전 한국문학관장이 추모 산문을 쓰고 시 전문지 〈천년의 시작〉 역시 추모 특집을 마련하는 등 김지하 시인을 기리는 문단 안팎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본문 링크: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51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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