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데뷔 40주년 배창호 감독 "'예수 그리스도' 3부작 만들 것"
[중앙일보] 데뷔 40주년 배창호 감독 "'예수 그리스도' 3부작 만들 것"
  • 나원정 기자
  • 승인 2022.08.10 0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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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7년 전 그 시나리오 초고를 마무리할 무렵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있는 것인가’ 막연한 두려움에 얽매이며 강박적 자책감 속에 고통스러웠고, 힘든 일도 겪었고요. 이후 믿음으로 돌아오면서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또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데뷔 40주년 기념 대담집 『배창호의 영화의 길』(작가)을 펴낸 배창호(69) 감독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5년 간 준비해온 대작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밝혔다.

그는 2015년 지하철 승강장 추락 사고에 대해 이듬해 한국영상자료원 주최 행사에서 ‘추락’이 아닌 ‘투신’이었다고 밝히며, 2007년부터 써온 예수 일대기에 대한 시나리오 집필을 마무리한 뒤 부담감이 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 ‘황진이’(1986)를 하면서 ‘내 창작의 뿌리는 종교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제 (영화들) 테마가 인간의 사랑인데 이 세상에서 높고 위대한 사랑의 이야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것을 꿈처럼, 마음속 소망으로 갖고 있었다”고 했다.

신약성서 시대 배경 '예수 그리스도' 3부작 만들 것

대담집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2시간 짜리 영화 총 3부작으로 구성된다. 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간다면 8부작으로 나눠 방영할 만 한 분량이라고 한다. 한국적으로 번안한 내용이 아니라 신약성서의 4복음서를 원전으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해외 로케이션과 대규모 시대극 세트, 다국적 출연진이 필요한 대작 규모가 예상된다.

그는 “한국 영화 스케일이 커지고 해외 합작이 많아지고 제작비가 높아져서 이 영화를 실현할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든 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영화 100선. 영화 '고래사냥'.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한국영화 100선. 영화 '고래사냥'.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번 책은 배 감독이 1980~90년대를 풍미한 대표작부터 최근작 ‘여행’(2010)까지 18편에 얽힌 고민과 인생 여정을 함께 엮었다. 그의 단독 저술서로 자서전 『창호야 인나 그만 인나』(2003) 이후 19년 만이다. 대담자로는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2016)를 연출한 안재석 감독이 참여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현대종합상사 케냐 주재원을 지낸 배 감독은 폭력성 탓에 10여년 후에야 국내 개봉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등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외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웠다.

안성기표 아메리칸 드림 영화…英매체 "한국의 스필버그"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달동네 서민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린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은 그가 서울 뚝섬에서 보낸 유년기 추억을 녹여낸 작품이다. 소외된 청춘의 로드무비 ‘고래사냥’(1984),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린 ‘깊고 푸른 밤’(1985)은 각각 서울 관객 40만‧60만을 동원하며 청년 감독 배창호를 흥행 보증수표로 만들었다. 미국에도 배급된 ‘깊고 푸른 밤’을 보고 인터뷰를 하러 한국까지 찾아온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기사 제목에 그를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표현했다. 대표작마다 배우 안성기가 함께했다.

 

영화 '깊고푸른밤'에서 주연 배우 장미희와 안성기. [사진 동아수출공사]
영화 '깊고푸른밤'에서 주연 배우 장미희와 안성기. [사진 동아수출공사]

1994년 배창호 프러덕션을 설립한 뒤 첫 작품은 ‘오징어 게임’ 스타 이정재가 X세대의 욕망과 방황을 그린 스크린 데뷔작 ‘젊은남자’.

이후 자전적 영화 ‘러브 스토리’(1996), ‘정’(1999)과 대기업 자본을 투입한 대작 시대극 ‘흑수선’(2001)이 흥행에 실패한 후에도 그는 ‘길’(2004) ‘여행’(2009) 등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를 기독교로 이끈 어머니가 2003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20년 간 뇌출혈로 인한 반신불수로 지냈고, 오랫동안 어머니를 보살피던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등 힘들었던 가정사도 '인생의 의미', '아름다운 사랑'이란 그의 주제 의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요즘 영화계 자본에 매여 감독 능력 옥죄" 

책에서도 “영화가 사회 구조를 변혁시키는 목적성을 지니는 것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상처를 깊이 껴안는 보편성을 지니기를 바랐다”고 적은 그는 요즘 영화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지금은 감독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자본에 너무 매여 있어 능력을 옥죄는 게 아닌가 안타깝다”면서 “편집권도 100% 마음대로 주면 또 다른 영화가 나올 텐데 흥행에 대한 압박감, 투자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재능과 에너지가 너무 소진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배창호 감독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창호의 영화의 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본문 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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