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제25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영화제] 제25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 해나(본지 에디터)
  • 승인 2019.03.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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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애호가들에게 한국영화를 알리는 창구 역할 배창호 감독이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
 

 

  2월 5일 화요일 아침, 눈을 뜨니 햇살 사이로 에펠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맑은 날씨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거리여서 에펠탑까지 걸었다. 어젯밤, 조명을 받아 찬란한 빛의 예술을 창조해내던 에펠탑은 화장끼 없는 말간 얼굴을 드러냈다. 파리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상 징답게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걷다보니 개선문이 있는 샤를드골 에투알 광장에서 콩코르드광장까지 걸었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도시의 표정은 많이 바뀌었다. 정오 무렵 리옹역으로 부랴부랴 향했다. 오늘 개막하는 제 25회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참석자를 위한 미팅이 2시인데도 불구하고 참석자들과 관계자들이 일찍부터 나와 있었다.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배창호 감독님도 보였다. 파리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우리는 브장송행 기차 떼제베TGV를 탔다. 기차에서 바라보이는 풍경들은 평화로웠다.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떼루안느 부부의 열정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는 오늘부터 12일(화)까지 프랑스 중동부의 작은 도시브줄에서 열리게 된다.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아시아 영화제로 꼽힌다. 브줄영화제는 현재까지 60만 명의 프랑스 관객에게 한국영화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올해는 배창호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

 1995년 출범한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의 공동창 설자이자 집행위원장인 장-마크 떼루안느 부부는 지난 2018년 10월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는 등,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공로를 치하받기도 하였다.  

 장-마크 떼루안느 부부는 아시아영화가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 프랑스 브줄에서 아시아영화에 특화된 영화제를 일궈냈다. 떼루안느 부부는 매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하여 새로운 한국영화를 발굴, 프랑스에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임권택, 이두용, 배창호,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등 한국의 대표 감독들의 작품에서부터, 이수진, 이광국, 이용승 등 한국의 독립영화 및 신진 감독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한국영화를 초청했고 2011년과 2016년에는 한국영화 특별전을 개최하며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브줄국 제아시아영화제에서 이명세 감독과 임상수 감독은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었고, 이두용(2005년), 김동호(2011년), 그리고 임상수(2016년) 모두 황금수레바퀴명예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장률의 <망종>(05), 오멸의 <지슬>(12)과 이용승의 <10분>(14)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인에게 각인됐다.

가든 오프닝 세레모니와 영화제 개막식, 리셉션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리는 브장송역에서 내려 브줄영화제 측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달려서 브줄역에 도착했다. 브줄역에는 브줄영화제의 창설자이자 집행위원장인 장-마크 테루안을 비롯한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마중나와서 반겨주었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오프닝 세레모니 장소로 갔다.

 떼루안느 집행위원장의 가든에서 열리는 오프닝 파티다. 작은 공간에서 세계 각지에서 초대받아 온 영화관계자들이 서로 와인잔을 부딪히며 따뜻하게 축하 인사 나누는 자리는 정말 이색적이고 좋았다. 오프닝 세레모니 후에 우리는 개막식장으로 갔다. 전석을 꽉 메운 극장은 그동안의 브줄영화제가 걸어온 역사를 일축했다.

 떼루안느 공동집행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브줄 국제영화제가 시작되었다. 개막식에는 프랑스문화 부장관까지 참석해서 축하메시지를 보내주었으며,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되었다. 예년보다 많은 수의 한국영화가 다양한 부문에서 소개되었다.

 경쟁 부문에는 김유리 감독의 <영하의 바람 (2018)>이 국외 첫 상영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통해 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씨클로 도르Cyclo d’dr’ 후보로 선정이 되었으며, 올해의 테마인 ‘아시아의 연인들’ 부문에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2001)>가 처음으로 프랑스 관객에게 선보인다. 또한 특별 부문인 ‘카르트 블랑슈’를 통해 한국영화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배우 강수연에게 아시아 여배우 최초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 연상’을 안겨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7)> 등 한국 컬트영화사의 걸작 두 편을 선보인다. 한국 영화 소개 자막과 스틸이 스크린에 오를 때면 내가 수상자가 된 듯 가슴이 뛰었다. 더군다나 배창호 감독께서 심사위원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감격적이었다. 그는 영화제 기간동안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해외의 영화인들과 영화의 꽃을 피웠다.

 개막작 상영을 마친 후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 어진 리셉션이 흥미로웠다. 신선한 향의 와인과 바로 만든 음식들은 축제의 장을 한층 더 달구며, 세계영화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튿날, 평화롭고 아름다운 동네 한바퀴를 느릿 느릿 산책하고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여기 참석한 사람들은 잠을 잊은 것일까? 지난밤의 피곤과 과음에도 불구하고 첫 상영작부터 매표소는 관객들로 붐볐다. 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영화를 보러 오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브줄영화제만의 문화풍경이라고 했다. 부러웠다.

 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베를린영화제로 향하게 되어 아쉬웠다. 초대해준 떼루안느 집행위원장님을 비롯한 베스티앙Bastian Meiresonne 프로그래머 프로그래머와 세심한 곳까지 챙겨준 마리안느AudeMarine와 드라이버로 봉사해준 피에르, 오드마리 드라이버 등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준 브줄영화제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는 앞으로 프랑스의 영화 애호가들은 물론 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리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 《쿨투라》 2019년 3월호(통권 5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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