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산책] ‘라틴음악’이란 무엇인가?
[클래식 산책] ‘라틴음악’이란 무엇인가?
  • 한정원(클래식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0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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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음악’이란 라틴아메리카의 음악문화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지리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하며 라틴어 영향권에 있던 로망어를 사용하는 지역 전체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중남미라고도 하며 대표 언어로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를 쓴다. 그러나 이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를 지리적 공통점만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일례로 아메리카 대륙 중부에 위치한 자메이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므로 중앙아메리카라고 불린다. 반면 프랑스어권인 캐나다의 퀘벡과 미국 루이지아나주는 문화적 측면으로 볼 때 훨씬 라틴아메리카에 더 가까운 속성을 지닌다. 루이지아나주 뉴올리언스는 일반적으로 ‘재즈의 발생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미국 안의 프랑스’라고도 불리고 있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아프리카 등의 치열한 영토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가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문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낯선 라틴음악에 대한 관심의 진작

그렇다면 ‘라틴음악’ 이전 그들의 음악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을까? 우리는 중남미 지역의 문화적 자부심이며 정체성의 뿌리로서 안데스 지역의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안데스음악’이란 스페인이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음악을 말한다. 그 가운데서도 1,200년경 페루 쿠스코 지역에서 발생하여 자신들의 왕을 태양의 아들로 받들었던 잉카문명의 음악문화가 전통의 뼈대를 이룬다. 이 전통은 지금의 에콰도르, 페루, 칠레의 북동부, 아르헨티나 북서부 등지의 음악문화에 뿌리를 내렸고, 각 지역의 음악은 기본 특징들은 공유하면서 나라별로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원주민들의 가장 오래된 전통 악기는 ‘시쿠’라고 불리는 팬파이프이다. 이는 목관악기로서 그들의 광활한 땅을 우수에 가득 찬 음색으로 채운다. 목관악기와 타악기가 전부였던 안데스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새로운 악기를 접하게 된다. 기타, 만돌린, 바이올린 등 현악기의 화려하면서도 짱짱한 소리는 팬파이프의 가냘픈 음색을 넘어 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잉카와 유럽의 음악은 서로 만나고 더해지면서 새로운 전통문화를 이루어갔다. 한편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려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음악문화의 전통을 이어가기도 했는데, 이런 문화의 재창조 과정에서 ‘차랑고’라는 민속 현악기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낯설기만 한 안데스 음악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멜로디가 하나 있다. ‘콘도르는 날아가고’라는 뜻의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는 페루의 클래식 작곡가 다니엘 알로미아 로블레스가 1913년에 잉카 전통 선율을 이용하여 작곡한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주제 음악이다. 이 곡은 1780년 스페인 통치 하에 일어난 대규모 농민반란의 중심인물인 콘도르칸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잉카제국 최후의 황제 투팍 아마루의 후손으로도 알려져 있는 그는 비록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처형당했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영원한 해방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사후에 잉카제국의 상징인 안데스의 독수리 콘도르가 되어 원주민 인디오들을 보호한다는 전설과 함께 남미문화에서 상징하는 바가 큰 존재이다. 1970년대 후반에 듀엣 ‘사이먼 앤 가펑클’이 〈엘 콘도르 파사〉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노래하여 대히트하였으며, 그로 인해 남미 전통 민속음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진작되는 계기가 생겨났다.

역동적이고 애잔한 라틴음악의 잔상殘像

라틴음악은 혼혈 음악문화다. 당시 대부분 스페인령이던 중남미 지역은 콜럼버스 탐험 이후 미 대륙으로 건너온 유럽인과 원주민들이 공존하며 살았다. 유럽 가톨릭교회가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게 되면서 대다수 원주민은 가톨릭으로 개종해야만 했다. 혼혈 인구가 증가하고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중세음악과 원주민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메스티조 음악’이 탄생하였다. 이는 새로운 혼혈문화로서 가톨릭 신앙에 뿌리 깊은 토속 신앙의 요소가 녹아들어 그들의 신앙은 더욱 원초적인 느낌과 함께 깊어지게 된다.

또한 라틴음악은 아프리카에서 온 ‘아프로-라틴’ 음악이기도 히다.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 노예들로부터 생겨난 음악이 재즈와 블루스라면, 라틴아메리카의 흑인음악은 감각적 리듬으로 하나가 되는 흥겨운 춤으로 발현되었다. 대개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춤은 화려하고 관능적인 인상을 준다. 그들의 춤은 카니발의 현란하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클래식처럼 차분한 분위기도 있고 대중음악과 같은 편안함도 있다. 페루 흑인음악인 ‘란도’는 사탕수수밭에서의 힘들고 고된 노동에 지친 흑인들의 모습을 노래로 엮었으며, 브라질의 ‘보사노바’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젊은 지식인들이 사회를 향해 내놓는 비판의식을 잘 담아 표현하였다. 이 시기에는 마림바류의 타악기가 발달되었으며 대표 장르로는 브라질의 삼바, 쿠바의 룸바가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아프리카에서 미국보다 열 배가 넘는 노예를 들여왔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흑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남미음악이라고 하면 탱고, 살사, 삼바 등이 저절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춤에 대한 붐이 일어 삼바, 룸바, 살사, 보사노바, 탱고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판소리나 사물놀이처럼 이것 또한 그들의 고유한 민속음악이다. 저 바다 건너 지구 반대쪽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자니 한동안 명동거리에서 만났던, 큰 모자에 라틴 전통의상 폰쵸를 걸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이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한편으로 역동적이고 한편으로 애잔한 잔상殘像으로 라틴음악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정원 피아니스트.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에서 독주와 실내악을 전공하고,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을 마쳤다. 이태리 디노치아니 국제콩쿨 특별대상을 받았고, 유럽을 중심으로 연주활동을 하던 중 귀국하여 십여 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일송출판사에서 악보해설집 출간하였으며, 현재 국내외로 많은 연주 활동 중이다.

 

* 《쿨투라》 2022년 9월호(통권 9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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