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손정순 발행인 쿨투라 100호의 길을 함께 걷다
[INTERVIEW] 손정순 발행인 쿨투라 100호의 길을 함께 걷다
  • 강태규(편집위원)
  • 승인 2022.10.1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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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손정순 발행인 + 강태규 편집위원
사진 이승식 Work studio 대표
정리 쿨투라 편집부

문화전문지 《쿨투라》가 통권 100호를 맞았다. 2006년 봄, 계간지로 창간하여 50호를 발행한 후 2018년 9월부터 월간지로 전환하여 다시 50호를 발행하였다. 16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본지는 창간부터 한 호의 결호도 없이 통권 100호 발행의 시간을 함께 걸어온 손정순 발행인과 그의 벗이자 동료인 강태규 편집위원의 대담을 진행했다.

강태규(이하 강) 손 작가, 대구에서 이렇게 만나니 반갑다. 옛날 생각이 절로 나네.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수성구 범어동 독서실에서 만났으니 벌써 35년 지기야. 세월이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갔어. 문화잡지 창간하겠다며 남산으로 불러내 만난 것도 엊그제 같은데 《쿨투라cultura》가 100호라니… 이건 ‘기적’이야. 광고도 아무런 공적 지원도 없이 어떻게 100호를! 내 친구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어. 존경스럽다.

손정순(이하 손) 그러게 강 작가 벌써 통권 100호가 됐어. 10호만 내자고 했는데…모두 함께 도와준 덕분이지. 특히 든든한 친구인 강 작가가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 정말 고맙게 생각해. 우리가 10대 땐 서로 이름을 부르다, 성인이 되어서는 형이라 불렀고,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가라고 존대해 줬어. 그댄 정말 20대에 시집을 낸 작가였지만 나는 문청이었는데도 손 작가라고 깍듯이 불러줬어. 나는 지금도 태규 형이라고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호호호 나도 그래 친구. 이렇게 글을 쓰며, 예술 언저리에서 동행하며 지켜보는 벗이 있다는 게 감사하지. 오늘은 호칭을 어떻게 할까. 그대도 100호 기념으로 만났으니 손 발행인으로 부르는 게 좋겠지.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보는 것도 필요하니 대담에서는 존대 하자고. (웃음)

아무렴 어때. 친구인 우리가 이렇게 또 편집위원으로 만나 함께 100호를 내며, 16년 반의 길을 동행해왔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축복이지. (웃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루지 못할 큰 그림
- 《쿨투라》 창간호와 100호에 대한 소회

100호라니 정말 감회가 남다르네요 그럼 창간호 시절부터 얘기해 볼까요. 2005년 여름, 손정순 시인이 찾아와 문화계간지를 창간하자고 했지요. 시중에 읽을 만한 문화잡지가 없으니 어렵더라도 한번 시작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나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친구이자 동료로서 가시밭길을 가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창간하더라도 몇 권 발행하다 말겠지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완벽한 기우였습니다. 16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동시대의 담론과 화제를 모아 격론을 벌였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루지 못할 큰 그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되면 진정성과 맷집은 온전히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을 해냈고, 또 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다시 한 번 손발행인을 비롯한 그간의 편집위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먼저 100호를 맞는 지금 기분이 어떤지 소회를 한번 들어볼까요?

10호만 내자던 문화잡지 《쿨투라cultura》가 통권 100호를 내게 되었으니 고맙고 또 고맙지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창간호의 기획을 잡으며, 동참해준 삼십 대의 편집위원 강유정(문학·영화평론가), 강수미(미술평론가), 김서영(영화학박사·정신분석학자),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 음반기획자) 선생님이지요. 문화가 21세기 대중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가던 2000년대 중반, 정확히 2006년 3월이었죠. 동시대적인 사명감을 안고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편집진들이 모여 문화계간 《쿨투라》를 창간했습니다. 편집위원들이 발행인인 저를 비롯해 모두 30대 초·중반이었죠. 그러다보니 톡톡 튀고, 발랄했으며, 의기왕성했던 것도 한몫을 했던 것 같아요. 편집위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한호의 결호 없이 잡지를 발행해왔습니다. 그동안 《쿨투라》 발행을 위해 애써주시고 사랑해주신 전·현 편집위원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쿨투라를 사랑해준 독자들에게도 고개숙여 감사합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여기까지 못 왔을 거에요.

《쿨투라》는 ‘문화의 시대’, ‘한류’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2000년대를 가로질러왔습니다. 사회 현상으로서 문화예술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정작 이를 한자리에서 종합적,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그 의미, 가치, 미적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한 잡지는 없었지요. 아마 쿨투라가 유일했을 겁니다. 매호마다 대표적인 문화현상을 특집으로 기획하여 전문 필진들의 글을 실어온 발자취는 분명 우리시대 문화예술의 산증언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해주니 정말 고맙네요. 창간 당시에도 ‘문화의 시대’였지만 지금도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겠지요. 그때에도 지금도 그 문화현상을 담론의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온 매체는 많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쿨투라》는 일종의 동시대 문화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지게 되었는데 만일 이 소명 의식이 없었다면 《쿨투라》 역시 여느 문화잡지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한두 호를 내고 사라지고 말았을 겁니다. 《쿨투라》 편집위원과 기획위원 선생님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소명의식, 인문학적 소양이 동시대의 문화현상을 기획하고 조명하고 실천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소설, 영화〉에 대한 평가

잡지 창간과 함께 2006년부터 《쿨투라》는 도서출판 작가와 함께 매년 시, 소설, 영화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문화예술가를 발굴하여, 〈오늘의 시, 소설, 영화〉 시상을 함으로써 좋은 문학과 영상예술을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들에게 격려의 장을 만들어왔으며, 언론에도 큰 주목을 받았지요? 이 기획이 실제 출판사에 물질적인 보탬이 되었나요?

네 동료 문인들과 출판인, 평론가들의 설문 추천을 통해 선정한 엔솔로지였는데요. 2003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가 문단에 큰 호응을 얻게 되자 2004년부터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을 발행하게 되었고, 언론과 문단 안팍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출판사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긴 성공적인 기획이었죠.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는 2006년 《쿨투라》 창간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오늘의 영화’ 최고작으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선정되었는데, 시작부터 호응도가 대단했습니다. 출판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점점 수요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마니아층이 두텁게 존재해서 2020년까지 계속 발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함께 들이닥친 팬데믹과 저작권의 강화로 엔솔로지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아 2021과 2022년 두 해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쿨투라 어워즈’로 선정 작업은 계속 해왔습니다. 작년과 올해 두 해 동안 ‘오늘의 시, 소설, 영화’ 시리즈를 내지 못한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꼭 다시 발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안타깝네요. 꼭 다시 부활시켜야 해요. 18년을 한결 같이 오늘의 시, 소설, 영화는 독자들엑게 사랑받아왔습니다. 그해 가장 주목받고 사랑받은 작품들을 엄선해 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도 상당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음악’이 없다는 점은 섭섭하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시, 소설, 영화보다도 음악은 대중적으로 접하기 더 쉬운 장르에다가 그 파급효과도 상당히 큽니다. 특히 한류의 날개는 K-POP이라는 폭발적인 콘텐츠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욕심을 부려봅니다. 내년에 『오늘의 시, 소설, 영화』를 발행하면서 『오늘의 음악』이 새롭게 발간된다면 시, 소설,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간 편집위원의 예견을 믿고 한번 진행해 볼까요? 『오늘의 시』는 당대의 주요 시인, 평론가들에게 설문을 받아서 그해의 좋은 시를 선정하고 시집과 작품을 함께 수록하여 발간해왔습니다. 다소 무명이었던 시인이 『오늘의 시』를 계기로 높은 반열로 올라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신예 시인이 이제는 시단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늘의 시’ 좌담은 한해의 시단의 풍경에 대한 총체적 정리의 가치를 지녀왔습니다.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이천년 대 시사를 묻는다면 저는 『오늘의 시』 시리즈를 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겠다”고 할 정도로 문단에서 시사하는 바가 높았습니다. 『오늘의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작으로 뽑힌 박완서, 김연수, 은희경, 이장욱 등 실제 한국소설을 움직이는 현장의 좋은 작가들이 수록됨으로써 문학창작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시, 소설, 영화’에 뽑힌 대표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여 년의 문단과 영화사의 가장 빛나는 발자국의 기록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시, 소설 영화에 대한 의미는 기획위원으로 참여해온 전찬일, 유성호 선생님께서 이번 호 〈100호 100인〉 테마글에서도 언급하고 있으니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쿨투라 신인들의 빛나는 활약

네 일독해야 겠네요, 그리고 2008년부터는 쿨투라는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신인상 공모를 통해 문화평론과 창작에서 신인을 발굴해오며, 적극적인 활동 지원을 통해 우리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16회 신인을 배출했죠? 《쿨투라》의 정체성과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방법으로 우수한 신인 발굴이 중요한 항목일 것입니다. 신인 발굴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창작 부분은 문예지들이 신인상 공모를 통해 배출하고 있는데 문화평론가들을 배출하는 지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문화전문지인 《쿨투라》에 다양한 문화평론들이 공모되고 빛나는 신예 문화평론가를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1회 수상자인 임정식 영화평론가를 비롯하여 이지아(이현정) 시인, 김민정 드라마평론가, 서영호 음악평론가 김세연 미디어비평가, 김쿠만 소설가 등 수상한 작가, 평론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주고 있는 것에 고맙고 기쁨을 느낍니다. 꾸준히 새로운 평자들을 찾고, 지원해온 쿨투라 신인상 공모는 이제 나름의 목표와 함께 문화예술계에 몸 담그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당선자들에게는 지면과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쿨투라》에서 주관한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쿨투라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다양한 융복합 포럼과 문화예술 행사를 해왔습니다. 〈뉴욕 쿨투라 러브 페스티벌〉을 비롯한 상해, 북경에서 펼쳐진 시, 소설, 영화 세미나와 문화예술탐방,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주요 국제영화제 참여와 씨네토크, 미술전시, 국내외 도서전 참여와 북콘서트 등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행사들이 있었는데요. 국내외에서 이런 많은 기획들을 감당하려면 비용도 물론이거니와 적은 인력으로 힘들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2011년 〈뉴욕 쿨투라 러브 페스티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류 좌담을 하고, 미술전시를 하고, 씨네콘서트를 뉴욕 현장에서 진행했다는 자체가 지금 생각해도 참 용기 있는 추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땐 젊었나 봅니다. 호호호. 그리고 《쿨투라》는 잡지 안에서만이 아니라 잡지 밖의 현실 세계에서도 적지 않은 문화행사를 추진해 왔습니다. 이것이 《쿨투라》의 기본 성격이고 지향성이라고 생각됩니다. 문화예술은 생성하고 활동하고 실천하고 공유하는 현상이기 때문이지요. 뉴욕에서 기차를 타고 홍용희 교수님과 뉴저지주립대 한국문화에 대한 특강을 했던 기억이 새삼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뉴저지주립대 이정한 교수님의 도움 속에 진행된 특강에서 홍교수님은 ‘한국 시의 특성을 불교적 상상’과 연관지어 소개했고 저는 ‘K-문학과 K-문화‘를 강의했었지요. 뉴저지주립대 학생들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적 소양을 느낄수 있었던 많은 질문들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기억납니다. 전 세계 문화예술의 보편성, 한류는 아시아를 벗어나서 세계문화의 심장으로 진입해 가야한다는 생각을 체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북경과 상해에서의 ‘오늘의 시’ 세미나, 2017년 벤쿠버 UBC에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했던 두 달간의 문화교류와 〈동주〉 시사와 함께 진행했던 몬트리올 총영사관의 초청 특강,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2019 칸영화제, 그리고 칸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쓴 2022 올해의 칸영화제,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과 쿠바문화예술기행 등 《쿨투라》와 함께 취재와 여행이 어우러졌던 순간 순간들이 지나갑니다. 그 현장의 감동과 추억의 힘으로 100호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쿨투라》에서 진행한 특집 기획과 꼭지들

그동안 《쿨투라》는 우리 문화예술의 중핵을 짚어보는 다양한 특집들을 진행해왔는데요, 〈오늘의 한류를 진단한다〉,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루키즘〉, 〈중동의 역사와 문화〉, 〈한류 문화예술, 세계를 매혹시키다〉, 〈배우 조승우〉, 〈봉준호〉, 〈가수 조영필〉, 〈아티스트 윤여정〉, 〈K-콘텐츠〉 등 테마를 비롯한 좌담과 세미나, 인터뷰, 월평과 연재물 등은 국내외의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100호까지 달려온 종합문화예술지 《쿨투라》의 다른 여타의 문화 잡지와의 변별성, 당대적 가치, 위상 등을 듣고 싶네요.

100호 100개의 특집, 테마를 진행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꽤 유의미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특집들이 따로 한권의 단행본으로 묶어낸다면 100권의 좋은 문화현상 가이드가 되겠지요. (웃음) 이처럼 《쿨투라》는 매호 나름 매혹적인 주제어로 당대의 문화현상을 주목하는 특집을 기획해왔습니다.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한 호, 한 호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한 호를 마감하고 나면 또 마감이 시작되니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요? 여행이 제 삶을 지탱시킬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데 월간지로 전환하면서 한두 달씩의 긴 여행은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 슬프기도 했죠. 처음 창간할 땐 10호만 내자고 결의했는데 50호를 냈고, 월간지로 전환하면서 100호만 내고 어디든 도망가야지 했는데 여기 앉아 있네요.

한류열풍과 쿨투라가 나아갈 K-콘텐츠

이제 《쿨투라》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 한정된 문화전문지가 아닌 전 세계와 소통하는 위상을 지니게 됐습니다. 실시간으로 한국의 문화가 지구촌 곳곳에 퍼져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입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류는 어떤가요?

네 해외에 나가보면 한류열풍으로 한국문화는 이제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그 중심에는 K-콘텐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쿨투라》는 제75회 칸영화제 기간 동안 칸 프레스센터에서 25개국 100명의 기자를 만나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한류와 K-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성심성의껏 설문에 답했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영화를 접한 기자부터 최근 방탄소년단과 K-POP,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몰이로 한류를 떠올리는 기자까지 한류와 K-콘텐츠에 대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답변이 모였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공통 답변은 지난 98호 한류토크에서도 밝혔듯이 한류와 K-콘텐츠는 더 이상 세계문화의 변방이 아닌 세계 주류문화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류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깊숙이 번져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저는 지난 2021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참석하여 《쿨투라》 BTS 특집호와 한류도서들을 전시했는데 개막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BTS를 좋아하는 아미들은 물론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한국문화에 흠뻑 빠진 한류 팬들이 부스를 찾아왔으며, 전시 마지막 날 도서 판매를 시작 하자마자 순식간에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올 4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한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도 한류열풍은 한국에서 체감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문화를 좋아하다보니 한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깊어서 연예인이 아닌 한국인에게도 사진 촬영 요구가 쇄도했습니다. 이 한류열풍은 비수교국인 사회주의 체제의 쿠바에서도 비껴갈 수 없었으며, 올 칸영화제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지난 8월 미주문인협회 초청으로 미국 LA에서 ‘문학영화 콘서트’에 참여했을 때도 뜨겁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LA CGV에서 〈탑건〉과 함께 〈한산〉이나 〈비상선언〉이 상영되고 있었고, 한국음식점, 한국스토어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바야흐로 K-콘텐츠의 시대입니다.

네 지금은 K-콘텐츠의 시대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가장 한국적이고 또한 세계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만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쿨투라가 문화가 다른 지구촌 모든 사람이 설명하지 않아도 감동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공급처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주시지요.

아낌없이 《쿨투라》를 사랑해주신 분들의 덕분으로 문화잡지 《쿨투라cultura》가 통권 100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쿨투라》는 K-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류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경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지향해 왔습니다. 거창한 담론을 내세우기 보다는 현재의 살아 움직이는 문화를 읽어내고, 전망을 모색함과 동시에 독자대중의 문화적 기호를 이끌 수 있는 문화전문지로서의 자세를 견지해왔습니다.
이제 《쿨투라》는 한류열풍의 다음을 다시 또 준비해야 합니다. 《쿨투라》를 창간했던 2006년에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던 3년 전에도 한류는 존재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한류콘텐츠는 아직 서브컬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한류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직접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한류의 존재 자체는 대부분이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특정취향을 타게팅한 서브컬쳐로서의 한류가 아닌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다양한 계층을 섭렵하는 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 한류는 한 발짝 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벗이자 동료로 쿨투라 100호 발행의 길을 함께 동행해온 강 편집위원과의 대담은 《쿨투라》의 또다른 100호의 방향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토크는 앞으로 다시 걸어갈 더 나은 한류의 풍토와 K-콘텐츠의 저변확대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오늘의 K-콘텐츠가 나아갈 《쿨투라》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보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미정형 상태의 문화 지형도를 발굴해내며 사각지대가 없는 따뜻한 문화세상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통섭의 미학과 동시대 문화의 흐름을 제시하는 중핵으로써 또다시 100호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쿨투라》 2022년 10월호(통권 10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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