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Theme] Romance - 현망진창이어도 좋아라. 피어라 꽃.
[4월 Theme] Romance - 현망진창이어도 좋아라. 피어라 꽃.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19.03.27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꽃이 한창이다. 대개 봄꽃은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앞서 핀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도 꽃을 먼저 피웠다. 왜 잎도 내놓지 않고 서둘러 꽃을 피운 것 일까? ‘다른 꽃보다 먼저 피자! 그래야 빨리 수정할 수 있다!’ 이 종족보존본능으로 여러 봄꽃들은 겨우 내 꽃눈을 만들어 두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곧 바로 꽃부터 피운다. 무심코 지나친 봄꽃조차 치열하게 사랑을 완성하고 있는 새봄, 대한민국 청춘들은 사랑과 연애 대신 취업과 아르바이트 전선에 내몰려 있다.

 춥고 팍팍한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듯 지난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정통 로맨스 드라마 장르를 이끈 소재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혼녀들의 새로운 사랑 찾기였다. <남자친구>(2018.11.28.~2019.01.24. tvN)와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01.26.~2019.3.17. tvN)이 그 대표작이다.

 결혼 후 첫 안방극장 나들이에 나선 송혜교와 이나영의 등장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들은 여전히 젊고 예쁘고 매혹적이었다. 상대역은 대세 박보검과 이종석.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평균시청률 한 자릿수로 종영되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두 드라마보다 더 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뉴스가 연일 보도된 것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이혼 소송 중인 두 재벌 총수의 딸, 그녀들의 이야기는 기존 멜로드라마 이상의 충격파를 갖추고 있었다. 흔한 재벌가의 정략결혼이 아닌 로맨틱한 만남과 결혼, 한진가의 조현아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과 삼성가의 이부진은 경호원과 결혼했다. 잘 짜인 로맨틱 드라마처럼 사회적 관습과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 얻은 그녀들의 사랑과 결혼은 이제 봄날 보도블록에 떨어져 밟힌 목련보다 더 지저분하고 처참하다. 조현아의 남편은 아내를 폭행으로 형사고소 했고, 마무리된 듯싶던 이부진의 이혼소송은 남편의 항소로 이달 16일 2차 공판이 열린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회색의 도시마저 환하게 밝힐 벚꽃이 북상하고 있는 사월, 청춘들의 로맨스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오는 10일 첫 방송될 tvN의 새 수목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연출 홍종찬 극본 김혜영)은 한창 연애하고 결혼 할 나이에 여전히 아이돌 ‘덕질’로 아까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미술관 큐레이터 성덕미(박민영 분)와 그녀를 덕질하게 된 미술관 관장 라이언(김재욱 분)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 연애관이 담길 예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18일 <킹덤>에 이어 두 번째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연출 오진석 극본 김란)를 공개한다. 8부작으로 신인배 우들이 라인업 됐다. 배우 지수와 가수 겸 배우 정채연이 각각 20년 지기 친구 태오와 송이 역을 맡 고, 가수 겸 배우 진영이 태오의 친구이자 송이의 남자친구 도현을 연기한다. 최리와 강태오도 합류했다. 오랜만에 풋풋한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우정이고 어디까지가 썸인건지. 첫인생이라서 어렵고, 첫사랑이라서 서툰 생초보들의 본격 인생 1회차 5인의 현망진창 로맨스 드라마” 제작진이 밝힌 드라마의 요약이다.

 “현망진창”이란 ‘현실 생활이 엉망진창’이란 뜻의 신조어이다. 봄이면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속 질문을 던져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올 사월에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야겠다. “현망진창 되지 않고, 어찌 사랑 했다고 말할 수 있으랴” 

 

 

* 《쿨투라》 2019년 4월호(통권 58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