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쌍방향 문화교류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쌍방향 문화교류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
  • 손정순(본지 발행인)
  • 승인 201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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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사진기자

한국과 북한 담당 기자로 오래 활약한 마이클 브린 영국 기자는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우리나라를 “인터넷, TV,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에서 최고인 나라, 음악 수준이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로 꼽았다. 그의 진단처럼 한국노래가 지구 반대쪽에서도 울려 퍼지고 지난 5월에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빌보트차트 1위를 기록했다. 샹송의 나라 프랑스의 젊은이가 한국 가수의 율동을 능숙하게 따라하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기도 한다. 아랍 국가 텔레비전에 한국 사극이 방영되고 드라마에서 한국 배우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전자제품이 중국에서 유행을 이끈다.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류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혹은 한류 드라마 촬영현장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처럼 한류는 엄청난 수익과 부가가치를 낳는 문화 산업으로 정체되어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견인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국위 선양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류 문화 자체가 한국을 대표할만한 문화가 아니어서 한류의 보급은 세계에 한국의 왜곡된 이미지를 알릴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류의 문화 산업적인 성격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문화를 문화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닌 경제적인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자행했다고 비판했던 문화 제국주의를 이제는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한류를 통해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지적처럼 한류를 마냥 경제나 민족주의의 관점으로 대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한류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에 마냥 이의를 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좋든 싫든 한류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이기 때문이다. 

10호만 발행하자던 쿨투라가 통권 50호를 넘겼고, 이제 통권 51호를 맞아 월간으로 발행한다. 한류와 함께 성장해온 쿨투라 첫 월간 9월호에는 문화와 산업의 경계 선상에서 우리 한류가 나아가야 할 길, 더불어 문화잡지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김용락 초대원장을 만났다.

본지 유성호 주간과 사진기자, 에디터와 함께 진흥원이 위치한 마포구 성암로 DMC 첨단산업센타 2층 엘리베이트에서 내렸을 때, 김원장은 영락없는 시인의 맑은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사상 유례없는 살인적인 폭염도 잠시 그의 환한 미소 속으로 숨었다.

첫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손정순(이하 손): 원장님, 안녕하세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님으로 이렇게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문화잡지 《쿨투라cultura》가 지난호로 통권 50호를 맞았고, 51호부터는 온·오프라인 월간지로 발행합니다. 첫 월간호에 한국문화와 또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시는 첫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시인, 교수로 활동하시다가 2018년 2월, 문광부 산하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간단한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김용락 (이하 김): 우선 문화잡지 《쿨투라》가 계간에서 월간지로 전환 발행되는 첫 호에 인터뷰를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더 좋은 잡지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진흥원에 온 것은 지난해 9월 5일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희 기관의 이름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었고 저는 사무국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의 직책으로 오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몇 달 업무를 익히다가 올 2018년 1월 9일자로 재단이 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게 됩니다. 문체부에서 ‘국제문화교류’의 중요성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키운 것이죠. 그러면서 제가 초대 원장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2월 7일 문체부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됐고 저는 2월 14일 취임식을 했지요.
소회라면 우선 제가 이 중요한 자리에 오게 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낍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요... 그리고 이 기관에 와서 무엇보다 제가 굉장히 바빠졌습니다. 진흥원 일도 만만찮게 많고, 또 정무적인 일로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요.
손 대표님과 유 교수님도 알다시피 저는 평생 시를 쓰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사람입니다. 그래서 행정적 절차나 예산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요. 그런데 이 자리는 그런 것을 확보하고 규정에 맞춰 집행하는 기관이니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지요. 지난 1년 간 공부 많이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한류, 쌍방향 국제문화교류를 통한 ‘공감’과 ‘상생’의 글로벌문화를 실현해내야 하니까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중앙 본원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일보다는 다른 기관과 네트워킹 해서 하는 일이 더 많으신가요?

: 기본적으로 우리 진흥원에서는 문체부의 국제문화과와 대중문화산업과라는 부서가 있는데요, 이 부서와 사업 아이템을 공유한 후에 일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주로 우리 진흥원이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타 기관과 네트워킹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 사업 가운데 필 코리아(Feel Korea)라는 사업이 있는데 예산 4억 규모로 해외에 나가 한국의 팝문화 공연, 아이돌 가수들 공연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 주재국 문화원과 협업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을 했는데 러시아문화원과 네트워킹하기도 했고, 또 민간 업체와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CJ ENM과 KCON이라고 역시 대중음악 공연을 일본 등지에서 함께 한 경우도 있고, 포스코 건설과는 남미 파나마에 가서 한류공연과 파나마 예술고등학교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한류 콘텐츠를 깔아준 적도 있습니다.

Ⓒ 박일호 사진기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하는 일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관련 프로젝트

: 네,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다양한 문화산업 국제교류를 통하여 각국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상호협력을 위한 민간교류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간 문화교류 및 협력기반 조성에 이바지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아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문화 예술인들도 아르코나 문화예술지원금은 잘 아는데, 한국국제교류진흥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곳 진흥원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일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관련 프로젝트가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 진흥원이 진짜 다양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좀 긴데, 들어보실래요? 진흥원은 우선 3부 6팀으로 구성돼 있어요. 운영관리부에 경영기획팀, 조사연구팀이 있고, 교류기획부에는 교류기획팀과 교류협력팀이, 교류사업팀에는 교류사업팀과 인력양성팀이 있어요.
자세히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경영기획팀에서는 말 그대로 진흥원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새로운 한류정책을 기획하는 곳이에요. 일종의 두뇌죠.
조사연구팀에서는 『한류백서』를 발간하고, 《한류 나우》를 비롯한 온, 오프 잡지를 내고, 한류의 경제적 효과와 같은 것을 조사·연구를 해요. 교류기획팀에서는 수교기념사업과 같은 계기성 사업, 얼마 전에는 남아공과 보츠와나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리나라가 수교한 몇 주년 행사를 하기도 했고 한국의 미술이나 공연과 같은 우수 프로그램을 세계에 순회하면서 공연하기도 합니다. 교류협력팀에서는 지역의 우수문화교류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도 하고 여러 가지 사회공헌사업을 해요. 지난해 인도네시아 청년들을 위한 자카르타 패션스쿨 같은 것을 해서 그 나라 젊은이들에게 패션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류사업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한국문화탐방인 ‘아우르기’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인사이트 영화기행이라고 외국 영화를 수입해서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보여주고 토크도 하는 거예요. 중국대학 학보사 기자들을 초청해서 한국문화를 알리기도 하고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업은 몽골이나 베트남 같은 저개발국에 ‘땡큐 스몰 라이브러리’라고 작은 도서관을 지어주고 책을 넣어주는 사업이 있어요. 이런 건 진짜 좋은 사업 같더라고요.
인력양성팀에서는 동반자사업이라고 해서 해외의 문화활동가를 초청해 6개월가량 한국의 문화를 알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올해도 몽골, 아프리카 등 23개국에서 60여 명을 초청해서 현재 하고있는 중이고,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문화활동가를 해외 문화단체나 문화원에 6개월가량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올해도 네덜란드, 멕시코 등 11개국에 11명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진짜 많지요? 이런 각종 사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또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워서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우정을 쌓고 인류의 휴머니즘과 연대의식을 키우는 것이지요.

 : 아 진흥원이 너무 훌륭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네요. 문화예술인들과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많이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잡지에서 지난 2016년도에 영국 런던 문화원 주최 한국영화제에 갔었어요. 이장호 감독님의 영화 <별들의 고향>, <어우동>,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 세편이 초대되어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는데, 거기 갔을 때 보니까, 거리에서 간혹 한국 대학생들이 꽹과리도 치고, 공연도 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더라고요. 그러한 것들이 혹시, 여기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인지요?

: 아마 손 대표님 목격하신 그 행사는 우리 진흥원이 직접 지원한 사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데, 직접 지원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좀 전에 진흥원 소개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의 우수문화교류콘텐츠 발굴이나,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 해외파견 같은 게 우리가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한국문학번역원 같은 문체부 유관기관에서는 공모사업을 많이 하는 걸로 아는 데 저희 진흥원은 문체부 지정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위탁사업이죠.
제가 겪어보니 이런 점은 우리 진흥원이 자체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진흥원이 된 지 7개월이 지났는데 앞으로 진흥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흥원 자체의 고유사업이나 자체 지원사업이 늘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일해 보니 모든 게 돈이에요. 결국 예산이 있어야 일을 하는데 기재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일이 무척 힘들어요. 내년 진흥원 예산 때문에 요즘 쫓아다니는 중인데 제가 많은 거 배웁니다.

유성호(이하 유): 그럼 아르코처럼 문화예술인들이 자기 영역을 가지고 뭔가 이렇게 선발해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아닌거군요.

: 그렇습니다. 아르코는 선정해서 돈을 직접 지원해주잖아요. 우리는 그런 경우가 앞서 말한 것처럼 몇 개 안 돼요. 대신 이런 경우는 있지요. 수교행사나 공연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경우 문체부의 업무소관 과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그런 제한된 영역에서 클래식이나 대중문화 공연팀, 전통문화팀을 선정해서 보내는 경우는 있는데 문학이나 영화와 관련된 사업은 없습니다.

한류문화의 번역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느껴

: 아 그렇군요. 저희도 2010년 여름에 미국에서 <쿨투라 뉴욕 러브페스티벌>을 2주간 진행했었어요. 그곳에서 한류문화를 진단하는 국제학술세미나도 열고,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시네콘서트도 하고 전시, 시낭송 등 공연도 했었어요. 이미 그 당시에도 한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그런데 한국문화에 대해 번역된 자료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안타까웠어요. 2016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학생들이 영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보고 질문을 하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연탄’이나 ‘사각지대’ 이런 용어를 잘 통역하지 못해서 외국인들에게 우리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그리고 오래된 영화다 보니 자막 번역이 엉망이어서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문학이나 문화예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한 사람들의 퀄리티 높은 번역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 그렇지요. 여기가 국제교류를 하다보니까 번역, 통역과 같은 언어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느껴져요. 기본적으로 문화는 언어를 매개로 해서 교류되고 전달되니까요. 퀄리티 높은 번역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진흥원 구성원이 현재 인턴 세 명을 포함해서 35명인데 다들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요.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는 기본이고 소수 언어라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어, 폴란드어도 잘하는 직원들이 있어요. 국제문화교류의 기본은 언어이긴 하지만, 문화교양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해요. 그래야 질 높은 번역이 가능한 건 상식이잖아요. 앞서 손 대표님이 말씀하신 ‘연탄’이나 ‘사각지대’가 번역이 잘 안 됐다고 했잖아요. 결국 문화의 전문성과 연결된 부분이라고 봐요. 저희 진흥원에서는 그런 점을 고려해서 자체적으로 팀별 독서토론모임을 통해 직원들의 문화 일반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있는 중이에요. 번역문제는 아무래도 한국문학번역원의 주 사업이다 보니 진흥원에서는 통번역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작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갔었어요. 총영사관 초청으로 거기서 <동주> 영화를 보고 GV와 함께 ‘문화콘텐츠로서의 한류’에 대한 특강을 했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많이 올 테니까 통역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왜 그런가 했더니 한인 2, 3세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모르는 거예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인데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한국어를 모르는 거예요.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곳이 영어권, 불어권이다 보니까 영어, 불어 통역을 함께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들은 한국말은 잘 못하지만 한국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높은 거예요. 제가 부끄러웠어요. 왜냐하면 저는 방탄소년단 노래도 잘 모르고, 잘나가는 한국 아이돌 가수 이름도 몰랐으니까요. 걔들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따라 추는데 저는 이방인처럼 시와 영화 이야기만 했거든요. 그러면서 다시 문화공부를 해야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이번에 딱 빌보드차트 1위를 한 거예요.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한류가 이제 주춤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 문화를 제대로 잘만 홍보하면 한류산업이 굉장히 경쟁력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문화가 아니라 산업인 것을 체감한 셈이죠. 산업으로서의 문화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솔직히 지원공모를 한다든가 네트워킹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앞으로 저희 잡지도 진흥원과 함께 네트워킹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그러면 저희 진흥원으로서는 영광이고,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쿨투라가 지난 50호까지 내면서 한국의 영화와 문학을 비롯한 한국의 대중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오신 거잖아요. 그런 축적된 노하우나 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저희 진흥원으로서는 고무적인 것이지요. 이 자리에 함께 계시는 조사연구팀장인 우리 남상현 박사가 전문가예요. 네트워킹이나 협업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따로 협의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사실 저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아이돌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방탄소년단이 뭔지, 엑소가 원지 몰랐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공부 많이 했어요. BTS 멤버 중 슈가라는 가수가 대구 출신이고, 레드벨벳의 아이린이라는 여가수가 대구 출신이고 어느 고교를 다녔는지까지 다 확인했어요. 그래서 대구 가서 이런 이야기 하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늙은 분이 먹고 살려고 애쓴다고 하면서... (하하).

Ⓒ 박일호 사진기자

드라마·영화산업에 대한 지원

: 네 원장님께서 애쓰시니 앞으로도 더욱 기대가 됩니다. 얼마 전 토지학회에서 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중국 길림대학교 국제학술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박경리 문학의 민족사적 의의와 세계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중국에서는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더라고요. 왜 그런가 했더니, 중국에서도 이제 한국드라마처럼 똑같이 찍어낸다는 거예요. <겨울연가>, <대장금>이 예전에는 굉장히 히트를 쳤었는데, 지금은 중국경제가 발전하다보니까 자기네들도 드라마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한국영화 쪽을 더 선호하고 교류하고 싶어한다고 했어요. 드라마가 아무래도 한류의 진원지이기 때문에. 진흥원도 드라마 쪽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계신 것 같은데...

: 사실 한류의 기원을 1997년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 길래>가 중국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2003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를 치면서 본격화됐다고 보더라고요. 우리 진흥원도 명칭은 다르지만 그때 2003년에 만들어진 거예요.
드라마 관련해서는 ‘아드컨’(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라는 게 있어요. 저희가 하는 사업이에요. 올해가 13회째인데 한, 중, 일을 비롯해 아시아 10여 개국의 TV 드라마 작가, 제작자들 200~300여 명이 모여 3박 4일 동안 컨퍼런스 하고, 아시아의 우수 남·여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행사예요. 이 컨퍼런스에서 TV 드라마의 협업, 유통, 기술발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지요. 그리고 마지막 날은 참가자 전원이 팸 투어를 통해 주최 지역을 돌아보고 나중에 드라마 로케이션 장소를 물색하기도 해요. 지난해는 인천시에서 했는데 올해는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대구시에서 합니다. 이번에는 아시아 13개 나라에서 온다고 해요. 쿨투라팀도 초대할게요.
진흥원에서 영화 관련 사업은 ‘인사이트 영화기행’이라고 해외의 우수 영화를 수입해 대중에게 무료로 상영하고 영화 배경에 대해 토크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올해는 아일랜드영화 <원스>를 경주 봉황대에서 상영하고 하림이라는 가수의 공연, 개그맨 김경식과 여행전문가 김남희 씨의 토크가 이어졌는데 참 좋더라고요. 관중들의 호응도 참 컸어요. 곧 전남 여수와 경남 삼천포에서 이 ‘인사이트 영화기행’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 민간 기획사 같은 데서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추진해서 하잖아요, 개별적인 자기 소속가수들, 좀 선정과정에서 차별점이 있겠네요.

: 아마 민간기업에서도 그런 사업을 하지요. 그쪽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모르겠는데, 우리는 사업 담당자가 직접 여러 과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해서 선정하는가 봐요. 얼마 전 CJ ENM과 중국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는데, CJ ENM이 SM 기획사 쪽의 협조를 받아서 가수 크리스탈을 섭외해서 함께 중국 쿤밍에 간 적이 있어요. 아마 그런 경우 그들끼리의 방식이나 무슨 네트워크가 있겠지요.
이런 사회공헌 사업의 경우 그런 민간기업에도 도움이 되니까 우리 진흥원 같은 국가관련 기관과 함께하자고 하는 것 같아요.

: 그쪽에서도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고, 역제안도 가능한...

: 민간업체와 협업할 때 보통 우리가 비율로 1 정도 쓰면 민간기업은 1.3 정도의 돈을 써요. 그러니 우리 예산이 100억이면 민간기업 130억 정도 합쳐서 230억 원어치의 사업을 진흥원이 한다고 보시면 돼요. 어떤 자료에 봤더니 한국이 1조의 공연을 하면 해외에서 한국 상품이 4.3조 어치 상품구매 유발효과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우리는 국고를 가지고 말하자면 표현이 그렇습니다만 밑밥을 까는 것이고 그 결과는 민간기업의 상품 판매로 이어지고 그게 결국 국부가 되는 것이지요.
민간기업도 일정 이상의 돈을 벌면 그중 몇 퍼센트를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비용을 쓰게 돼 있어요. 그런 비용을 가지고 우리와 민간기업이 함께 일을 합니다.

Ⓒ 박일호 사진기자

쌍방향 문화교류를 위한 마중물 역할

: 저희는 문화잡지다보니 영화제에도 많이 참석하게 돼요. 처음에는 문학 쪽에서 영화 얘기를 하니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잡지를 발행하며, 매해 <오늘의 영화> 단행본도 발행하고 작품이 우수한 영화감독 수상도 하며 영화산업에 기여를 하니까 거기서도 관심을 가지고 북 부스도 만들어 전시해줬어요. 혼자 하려면 과정들이 너무 힘이 드는데 거기서 조금만 도와주니까 편한 거예요. 쌍방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협업이 이 시대에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진흥원도 세계 문화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지향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임기 중 원장님께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 해주세요.

착한 한류, 상호 교감하고 공존하는 한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정책개발에도 신경써

: 그렇죠. 쿨투라가 영화 쪽에 많은 일을 한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화계의 일원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진흥원에서 하고 싶은 일은, 진흥원 발전의 초석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진흥원으로 첫 출발이고 규모도 커졌으니까 내부적으로 조직을 잘 정비하고, 외부적으로 진흥원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에요. AI 시대라 할 만큼 문화 환경이 많이 변했고 세계는 점점 더 글로벌화 되고 있습니다. 국제문화교류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이때 한류를 한 단계 더 진작시키고, 그게 외국에게는 수탈적, 제국주의적 문화침탈로 비치지 않고 착한 한류, 상호 교감하고 공존하는 한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정책개발에도 신경을 쓰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류는 K-Pop, K-Drama, K-Movie, K-Food 중심의 드라마, 공연 중심의 한류였다면 앞으로는 문학, 철학, 한국식 유교나 불교 같은 정신문화영역까지 한류의 영역을 확장하는 게 필요할 거 같습니다. 제 능력에 그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 네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초기 한류가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형성되었다면, 최근에는 K-Pop, K-Movie, K-Literature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비교적 유사한 문화 환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음악은 비교적 문화 할인율이 낮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이용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장님의 바람이 저희 문화잡지 <쿨투라>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현재 세계의 콘텐츠 산업 시장은 성장 일로를 거듭하며 급속도로 각국의 대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부존자원이나 제조업을 위한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문화적인 우수성으로 무한 가치를 창출하는 이 두 분야의 산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러므로 진흥원의 쌍방향 문화교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쿨투라》 2018년 9월호(통권 5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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