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문정희 시인의 「눈송이 당신」
[새 시집 속의 詩] 문정희 시인의 「눈송이 당신」
  • 문정희(시인)
  • 승인 2022.11.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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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 당신

문정희

 

처음 만났는데
왜 이리 반갑지요
눈송이 당신
처음 만져보는데
무슨 사랑이 이리 추운가요
하지만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요
하늘이 쓴 위험한 경고문 같아요.
발자국도 없이 내 곁에 온
하늘의 숨결
눈송이 당신
슬며시 당신을 좀 먹고 싶어요
당신의 눈부심을
당신의 차가움을 혀로 핥고 싶어요
이윽고 당신의 눈물과 함께
깊은 땅속으로 녹아들고 싶어요

- 문정희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민음사) 중에

 


문정희 시인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이래, 특유의 시적 에너지와 삶에 대한 통찰로 문단과 독자 모두의 사랑을 받아 왔다. 저서로 『문정희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 『지금 장미를 따라』 『사랑의 기쁨』 『다산의 처녀』 『카르마의 바다』 『응』 『작가의 사랑 』 등의 시집이 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 포럼에서 올해의 시인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스웨덴 하뤼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

 

* 《쿨투라》 2022년 11월호(통권 10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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