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제대로 쓰기’ 교육은 어디 없을까
[청년문화비평] ‘제대로 쓰기’ 교육은 어디 없을까
  • 박소진(문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위원)
  • 승인 2022.11.08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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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심심한 사과’라는 말이 논란이 됐다. 모 콘텐츠 전문 카페가 올린 공지글에서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부분을 두고 1020 트위터리안들이 ‘심심해서 사과하느냐’며 집단으로 분개한 것이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하여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룹 러블리즈의 미주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과 주고받은 대화도 화제가 됐다. ‘시장이 반찬이다’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유재석의 물음에 “시장이랑 반찬 많이 팔지 않냐”고 대답한 대목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벌어진 두 해프닝에 누리꾼들은 경악스런 반응을 보였다. 쏟아지는 기사들은 MZ세대의 어휘력 부족 문제,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해 우려하며 젊은이들의 문해력 교육이 시급하다고 입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어휘력 부족과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비판적 문해력 저하 현상에 있어 한국의 젊은 세대는 우려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두 논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정말로 우리 사회의 문해력 저하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먼저 기사들의 말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자료, ‘OECD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이 75%나 된다’는 내용부터 문제가 있다. 이에 따르면 4명 중 3명꼴로 실질 문맹이라는 것인데, 숱하게 인용되어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적 있을 이 수치는 사실 최근이 아니라 2001년, 다시 말해 20여 년 전의 조사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실시한 2018년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문해력은 OECD 평균보다 높은 273점 이었으며, 1020이 속해 있는 그룹은 그중에서도 5등 안에드는 상위권 점수를 얻었다. 오히려 문해력이 걱정되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고령층이다. 지난 10월 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은 ‘심심한 사과’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의 말미에 “30대로 가면 (국어 능력이) OECD 평균이 된다. 50대와 60대 후반으로 가면 아주 많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이며, “고령층으로 갈수록 책을 읽는 정도도 아주 낮고 글을 쓰는 경험을 할 기회도 아주 적기 때문에 국어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허황된 데이터를 근거로 꺼내놓는 책임감 없는 우려는 공포감 조성일 뿐이다. 청소년 세대와 MZ 세대의 비판적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부적절한 데이터로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특정인의 실수에 지나치게 갑론을박하거나 ‘요즘 젊은 것들’의 무지함에 대하여 멀찍이 물러나 혀 차는 것이 아니다. 문해력 저하 현상을 비판하는 기사들로 인해 되려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니 우스운 일이다. 본질을 호도하지 않고 진실을 오도하지 않는, 똑바로 쓴 글을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더 잘 ‘읽기’를 바라는 한편, 우리 사회 또한 이 같은 아이러니에서 벗어나 바르게 ‘쓰는’ 성숙함을 기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쿨투라》 2022년 11월호(통권 10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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