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ICON] ‘MZ 워너비 아이콘’ 아이브의 멋진 1년
[2022 ICON] ‘MZ 워너비 아이콘’ 아이브의 멋진 1년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2.12.06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팝 걸그룹 시장은 어느덧 4세대에 접어들었다. 포문을 연 SES와 핑클로 대표되는 1세대, 소녀시대와 카라가 이끌던 2세대, 블랙핑크와 트와이스가 돋보였던 3세대를 거쳐 이제 또다시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거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 JYP엔터테인먼트의 ITZY 등이 빠르게 배턴을 이어받은 가운데 지난 1년 간 유독 눈에 띄게 성장한 걸그룹이 있다. 씨스타, 우주소녀 등을 배출하며 ‘걸그룹의 명가’라 불리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6인조 다국적 걸그룹 아이브IVE다.

아이브는 지난해 12월 1일 데뷔했다. 이제 막 첫 돌을 맞았다. 이들은 ‘무명이 없던’ 걸그룹으로 불린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세 번째 시리즈인 〈프로듀스 48〉을 통해 결성돼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큰 인기를 누린 걸그룹 아이즈원의 멤버인 안유진, 장원영이 속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프로듀스 48〉에서 각각 5위, 1위에 올랐다. 소속사는 프로젝트 걸그룹인 아이즈원의 활동 기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쳤고, 계약 기간 종료와 동시에 아이브를 출범시키며 아이즈원의 팬덤을 빠르게 흡수했다.

소속사는 아이브를 소개하며 주야장천 ‘MZ 워너비 아이콘’ 임을 강조한다. 철저하게 스마트폰과 SNS 사용에 익숙하고, 현재의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그들은 기존 걸그룹과는 다소 다른 문법을 보여준다. 소속사가 앞서 선보였던 씨스타의 경우 ‘여름 걸그룹’을 화두로 삼으며 섹시함을 강조했고, 우주소녀의 모토는 청순함이었다.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두 가지 이미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섹시와 청순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여성을 향한 성역할을 강조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짐에 따라, 아이브는 이런 구분을 완전히 탈피했다. 그들은 중성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무대와 퍼포먼스로 남녀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이브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음악적 성공 덕분이다. 아이브는 지난 1년간 발표한 3곡의 싱글 모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데뷔곡 〈일레븐ELEVEN〉과 두 번째 싱글 타이틀곡 〈러브 다이브LOVE DIVE〉에 이어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이 발매 80일 만에 이 고지를 넘어섰다.

〈일레븐〉은 국내 지상파 3사 트리플 크라운 포함 13관왕 기록했고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는 1억 6,000만 뷰를 넘어섰다. 〈러브 다이브〉 역시 음악방송 10관왕에 등극,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 6,000만 뷰를 돌파했다. 아울러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9주 연속 ‘차트인’에 성공해 2022년 발표된 K-팝 걸그룹의 노래 중 최장기간 차트인 기록을 세웠다.

〈애프터 라이크〉는 발매 일주일 만에 국내 각종 주요 음원 차트에서 모두 1위에 등극,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송’ 일간 차트를 비롯해 주간 차트에 진입했고, 미국 스포티파이 일간 차트에도 86위로 진입했다. 이는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중 첫 진입이자 가장 높은 순위의 성적이다. 더불어 미국의 주요 신곡 플레이리스트인 스포티파이 ‘뉴 뮤직 프라이데이New Music Friday’에도 국내 가수 중 처음 선정됐다.

아이브가 MZ세대를 사로잡는 또 다른 요인은 가사다. 요즘 K-팝 시장의 ‘대세 작사가’라 불리는 서지음이 참여한 세 곡 모두 MZ세대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레븐〉의 하이라이트인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긴 꿈을 꾸게 해 이 방은 작은 heaven/춤을 추곤 해 실컷 어지러울 만큼”에는 자신만의 공간과 개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속내가 담겼다. “숨 참고 love dive/마음은 이렇게 알다가도 모르지/사랑이라는 건 한순간에 필 테니/직접 들어와 두 눈으로 확인해/내 맘 가장 깊은 데로 오면 돼”는 앞뒤 재지 말고 사랑love을 확인하기 위해 숨 참고 뛰어들라는dive는 당돌한 메시지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애프터 라이크〉는 또 어떤가? “두 번 세 번 피곤하게 자꾸 질문하지 마/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 마/그냥 좋다는 게 아냐 What‘s after ’LIKE‘?”라는 가사 역시 빙빙 돌려 말하지 않는 MZ세대의 솔직한 감정 표현에 방점을 찍는다.

누구나 인생을 살며 노래에 빚을 진다. 가장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찬란하거나 초라할 때 유독 귀에 들어오던 노래가 있다. 노래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그 시절 내 감정을 자극하며 공감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요즘 MZ세대에게 아이브는 그런 존재가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브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유효하다. 이들은 일본 공영 방송인 NHK가 주최하는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에 출연 예정이다. 〈홍백가합전〉은 매년 12월 31일에 열리는 한 해 동안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가수들이 총출동해 홍팀과 백팀으로 나눠 공연을 선보이고 대항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브는 지난 10월 19일 일본에서 공식 데뷔한 신임임에도 그들은 〈일레븐(일본어 버전 ELEVEN -Japanese ver.-)〉이 폭발적 인기를 끌며 러브콜을 받았다. K-팝 가수들의 인기는 이제 국경을 넘고 있으며, 아이브의 경우 안유진과 장원영이 속했던 아이즈원이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던 터라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무명 시기 없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이브는 데뷔 후 1년 동안 통산 37관왕(〈일레븐〉 13관왕·〈러브 다이브〉 10관왕·〈애프터 라이크〉 14관왕)을 기록했다”면서 “이런 수상 못지않게 의미 있는 것은 아이브가 또래인 MZ세대들의 지지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진용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저서로 『방송연예산업경영론』(공저) 『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공저)이 있음.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