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회 영평상 시상식] 시상식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인: 영평상을 휩쓴 〈헤어질 결심〉과 〈헌트〉
[제 42회 영평상 시상식] 시상식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인: 영평상을 휩쓴 〈헤어질 결심〉과 〈헌트〉
  • 설재원(본지 에디터)
  • 승인 2022.12.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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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육정학)가 주관하는 제41회 영평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23일(수)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렸다. 장소 대관 직전까지 행사 규모를 두고 고민했던 이번 영평상 시상식은 지독했던 코로나 여파가 잦아들며 팬데믹 이후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다. 올해 영평상 시상식은 임호 배우와 강유정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사회 강유정 평론가 임호 배우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영화 비평을 선도하는 영화평론가 단체로 지난 1960년 창립 이래 전통과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영화평론가 단체로서 《영화평론》을 연간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매년 제작된 한국 영화 중 우수한 영화 및 영화인에게 ‘영평상’을 수여하고 있다. 평론가의 시선으로 수상자(작)를 선정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으며 덕분에 영화계에서 영평상 수상은 크나큰 영예로 꼽힌다. 육정학 회장의 개회사와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축사로 시작된 올해 영평상 시상식에서는 〈헤어질 결심〉과 〈헌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무려 6관왕을 기록하며 영평상 시상식을 휩쓸었다.

 

마침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헤어질 결심〉

올해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모호필름)은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주연을 맡은 탕웨이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정서경 작가·박찬욱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또한 압도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 김지용 촬영감독이 ‘촬영상’을, 조영욱 음악감독이 ‘음악상’을 받으며 〈헤어질 결심〉이 명실상부 올해를 빛낸 영화임을 입증했다.

감독상 박찬욱 감독

촬영 일정으로 영상으로 소감을 보낸 박찬욱 감독은 “영화 한 편을 만드는 일은 그 자체로 굉장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게 하는 또 하나의 드라마”이며 “성장과 붕괴 그리고 또 새로운 성장을 계속 경험”함을 언급했다. 또한, “여행을 함께해준 배우와 스태프 덕에 또 조금 성장”할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함께한 모두에게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우수작품상’을 시상한 육정학 평론가는”〈헤어질 결심〉은 강렬함 없는 원숙함으로 안개처럼 조용히 우리들 마음에 스며든다”며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절제된 감정의 미학이 스토리에 입혀져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고, ‘감독상’을 시상한 안숭범 평론가는 “영화는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분리와 접합을 보여주는 비가시적인 운동을 따라 흐른다”며 18년만에 처음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더 신비한 산해경을 써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각본상 정서경 작가

〈헤어질 결심〉을 정말 좋아한다는 ‘각본상’의 정서경 작가는 “시나리오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영상과 소리, 연기와 연출, 바람과 파도까지 다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각본이 더 좋아보여서 상을 받은 것”이라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특히 ‘서래’ 역할을 맡은 탕웨이 배우를 언급하며 “사실 이 영화는 제게 탕웨이 배우가 시작이었고 탕웨이 배우가 없었다면 ‘서래’라는 캐릭터를 쓸 수도 만들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 “탕웨이 배우님 서래가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다.

여우주연상 탕웨이 배우

이에 〈만추〉 이후 11년 만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탕웨이 배우는 “좋은 각본을 써준 정서경 작가님과 기회를 주신 박찬욱 감독님, 함께 해준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며 화답했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촬영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고 만족감을 느끼며 항상 행복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상을 한 장석용 평론가는 “탕웨이는 배우로서 삶의 경지에 가까이 와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있는 배우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3관왕에 빛나는 〈헌트〉

〈헤어질 결심〉과 함께 다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헌트〉팀에서는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정재 감독을 필두로 ‘남우주연상’의 정우성 배우, ‘여우조연상’의 전혜진 배우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신인 감독한테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은 개인적인 욕구가 이렇게 영평상으로 증명될 줄 몰랐다”는 ‘남우주연상’의 정우성 배우는 “김정도는 정우성 아니면 쓸 수도 없고 그릴 수도 없다고 떼쓰면서 매달린 신인 감독의 선구안을 인정”한다며 “신인 감독 이정재에게 감사를 받고 싶다”는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상을 받게 되면 자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매일 반항하는 식으로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 없이 앞으로 정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우조연상 전혜진 배우

〈불한당〉 이후 5년 만에 영평상 시상식을 찾은 ‘여우조연상’의 전혜진 배우는 “언제나 영평상은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며 “뭘해도 좋다고 칭찬해 주시던 이정재 감독님께 특히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해외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이정재 감독은 “〈헌트〉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관객분들과 소중한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영상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신인여우상 이지은 배우

영평상을 빛낸 영화인들

올해 시상식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는 〈브로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지은 배우였다. “앞서 많은 선배님들께 영평상의 의미를 전해 듣고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저에게 브로커라는 영화는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여러가지 생각할 만한 키워드를 던져준 작품”이고 “이별로부터 시작된 만남, 결핍과 치유, 가족의 의미 등 많은 것들을 그 많은 것들을 담아내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했지만 그 과정 자체를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 이 상이 저에게 아주 큰 격려가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승학 평론가는 “이지은 배우는 소영이라는 이름에게 다가서서 가족의 순수성을 성숙하게 보여주었다”며 “어쩌면 이지은 배우의 연기는 다른 이름에게 순수함을 되돌려주려는 의지에서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신인남우상 손석구 배우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2〉의 손석구 배우와 ‘남우조연상’을 받은 〈킹메이커〉의 조우진 배우는 촬영 일정으로 시상식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고 영상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손석구 배우는 “촬영할 때마다 늘 제 목표는 하나 ‘감독님을 만족시켜서 퇴근시켜드리자’ 그 마음으로 이렇게 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있어서 역시 감독님 덕”이라는 소감을 남겼고, 조우진 배우는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남우조연상 조우진 배우

‘공로영화인상’은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성기 배우가 수상했다.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김종원 평론가는 “안성기 배우는 올해에도 주·조연으로 세 작품이나 관객을 만난 ‘현역’ 배우이기에 ‘공로영화인상’을 시상을 반대”했다면서도 다섯 살 때 은막에 등장하여 70세에 이른 오늘날까지 60여 년 동안 130여 편에 출연한 안성기 배우는 “세계영화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기네스북감”이라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기술상’은 〈한산: 용의 출연〉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정성진, 정철민 슈퍼바이저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차지했으며, ‘신인평론상’은 영화의 종말, 기계, 인간, 영화철학, 희망을 키워드로 조셉 코신스키의 〈탑건: 매버릭〉과 조던 필의 〈놉〉, 그리고 레오 카락스를 다룬 김현승 평론가에게 돌아갔다. ‘독립영화지원상’은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의 김동령, 박경태 감독과 〈모어〉의 이일하 감독이 각각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올해부터 수상 범위를 확대하여 한국계 감독이 만든 작품까지 포함한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은 신연식 감독의 〈카시오페아〉,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 세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들이 ‘작품의 미학성’을 중심으로 매년 선정하는 ‘영화 10선’에는 〈범죄도시 2〉, 〈브로커〉, 〈비상선언〉, 〈소설가의 영화〉, 〈오마주〉,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킹메이커〉, 〈한산: 용의 출현〉, 〈헌트〉, 〈헤어질 결심〉(가나다 순)이 선정되었다.

이날 영평상 시상식은 팬데믹의 여파로 참석 인원을 대폭 줄인 예년과 달리 정상 규모로 개최되었으며, 유튜브 등을 통한 실시간 송출로 온·오프라인을 후끈 달궜다. 육정학 회장은 “영평인이 지향하는 영화의 가치와 비판으로 한국영화계의 진정한 발전을 이루었으면 한다”며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발전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최우수작품상 〈헤어질 결심〉 ((주)모호필름)
공로영화인상 배우 안성기
감독상 박찬욱 〈헤어질 결심〉
여우주연상 탕웨이 〈헤어질 결심〉
남우주연상 정우성 〈헌트〉
여우조연상 전혜진 〈헌트〉
남우조연상 조우진 〈킹메이커〉
신인감독상 이정재 〈헌트〉
신인여우상 이지은 〈브로커〉
신인남우상 손석구 〈범죄도시 2〉
기술상 정성진, 정철민 (시각효과) 〈한산: 용의 출현〉
각본상 정서경, 박찬욱 〈헤어질 결심〉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국내 부문_신연식 〈카시오페아〉
국외 부문_코고나다 〈애프터 양〉, 저스틴 전 〈푸른 호수〉
촬영상 김지용 〈헤어질 결심〉
음악상 조영욱 〈헤어질 결심〉
독립영화지원상 극영화 부문_〈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의 김동령 감독
박경태 감독/ 다큐멘터리 부문 〈모어〉의 이일하 감독
신인평론상 김현승

영평 10선 (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영평) 선정 10대 영화(가나다 순)
〈범죄도시 2〉
〈브로커〉
〈비상선언〉
〈소설가의 영화〉
〈오마주〉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킹메이커〉
〈한산: 용의 출현〉
〈헌트〉
〈헤어질 결심〉

 


 

 

* 《쿨투라》 2022년 12월호(통권 1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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