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을 꿈꾸다
[꿈]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을 꿈꾸다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22.12.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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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시청률(26.9%)로 지난해 12월 25일 종영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6회에서 진도준(송중기 분)은 “세계 시장이 우리 가요나 영화,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미래를 전한다. 오세현(박혁권 분)이 “너 혹시 제일 존경하는 인물이 김구 선생인가?”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진도준은 군말 없이 “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백범 일지』”라고 인정했다.

오세현은 “문화강국 같은 걸 꿈꾸나본데 뭐 꿈은 자유니까”라며 진도준의 예언을 코웃음으로 무시하며, 믿지 않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과연 어떤 꿈을 꾸었는가? 그의 꿈을 한번 따라가 보자.

2011년 1월, 본지 편집기획위원들은 김구의 꿈을 좇아 1926년부터 1932년까지 항일운동의 대표기구 역할을 한 중국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탐방하였다.

백범일지 초판본

밤새 눈이 내려 상해의 아침은 더욱 새하얗고 맑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로 입장하여 잠시 묵상을 하고 홍보영상을 보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3일에 상해에 세워졌으며, 몇 차례 이전을 거쳐 1926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임시정부청사 안으로 들어가 그때의 회의실과 화장실,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한국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자국이 아닌 타국의 땅에서 힘들게 펼쳐나갔을 그날의 노고와 희생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졌다. 바로 이곳이 김구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항일의사들이 일본의 수배를 피해 숨어지냈던 곳이려니 생각하니 생면부지의 땅이 살갑게 느껴지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오,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 『백범 일지 - 민족국가』 중

1919년 3·1운동 이후 4반세기 동안 중국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으며 해외독립운동의 본산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고, 1945년 8·15 해방 이후 혼란의 좌우대립 속에서 민족자존과 독립사상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분투하였던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나라는 바로 민족이 하나 되어 문화로 융성하는 나라였다. 그러기에 선생은 “몸이 반으로 갈라질지언정 허리 끊어진 조국은 차마 볼 수 없노라”고 절규했고, “한없이 갖길 원하는 것은 경제력도 군사력도 아닌 오직 높은 문화의 힘”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충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백범 일지 - 나의 소원』 중

당시에도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고 계셨다. 백범의 꿈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문화를 이룩하는 것이었다.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자본으로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오직 문화로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는 나라였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부강한 나라보다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기에 백범은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남에게도 행복을 준다고 굳게 믿었다.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연이은 빌보드 차트 정복, 그리고 영화 〈기생충〉, 〈미나리〉, 〈헤어질 결심〉, OTT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해외 유수 영화제 수상 등 K-컬쳐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문화는 현재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21세기, 더욱 빠르게 진전되는 세계화 과정에서 그 민족이 갖고 있는 문화의 수준과 지식의 양이 한 나라의 국력과 미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 된 우리 민족이 문화의 힘으로 우뚝 서길 바랐던 백범의 꿈이야말로 참으로 오늘 이 시대를 예견한 혜안이요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한류의 확산은 연관 산업의 성장은 물론 국가 브랜드 가치도 드높이고 있다.

쿨투라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탐방(2011.1.23.)

현재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K-팝과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대표주자인 K-팝 가수들은 이제 한국 전통 소재를 발려와 뮤직비디오를 찍고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한국 전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처럼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소원은 실현되고 있는 중이다.

백범의 꿈은, 《쿨투라》가 가슴 깊이 새기고, 이뤄내야 할 명제가 아닐 수 없다. 한류잡지를 표방해온 《쿨투라》는 다름이 한데 어우러지고,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문화혁명’을 지향해왔다. 대립과 충돌의 카오스적 현상이 상존하는 오늘의 우리사회를 직시하면서, 문화를 통해 그 새로운 출구를 찾아 나섰다.

백범김구동상

창간사에서는 “문화 밖의 문화, 사유 밖의 사유를 통해 인간의 인간다운 꿈과 미래를 찾아 나섬은 물론 그 모든 갈등을 조정, 통합할 문화시장 안팎의 새로운 가치 중심과 푯대를 내세우면서, ‘비주류’의 문화가 ‘주류’의 문화로 떠오르게 되고, ‘중심’과 ‘변방’이 상호교체 되는 등 ‘안녕’이라는 형식을 뒤엎는 새로운 ‘문화혁명’을 시작할 것이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문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우리를 저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영원의 세계를 열어갈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류의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기 때문이다.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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