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태국 방콕국립박물관에서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만나는 한국 전통문화: 《새로운 만남, 실감콘텐츠 한국실A New Encounter, Immersive Gallery of Korean Art》
[Gallery] 태국 방콕국립박물관에서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만나는 한국 전통문화: 《새로운 만남, 실감콘텐츠 한국실A New Encounter, Immersive Gallery of Korean Art》
  • 박영민(본지 기자)
  • 승인 2023.01.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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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새로운 만남, 실감콘텐츠 한국실》은 한국의 문화재를 태국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태국 문화부와 협업하여 2022년 11월 19일(토) 태국 방콕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Bangkok에 실감콘텐츠 기반의 한국실을 새롭게 개관하여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최신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디지털 실감 영상 두 편을 상영하고 한국과 태국의 오랜 불교 전통을 상징하는 양국의 불교조각품을 한 점씩 전시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익숙한 태국 국민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K-Culture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유산을 접목한 실감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계기로 한국과 태국 두 나라의 풍부한 불교 전통을 이해하고, 디지털 영상이라는 익숙한 매체로 풀어낸 한국 전통문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쉽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멀티 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파노라마 스크린 / 상영 시간 11′38″
멀티 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파노라마 스크린 / 상영 시간 11′38″

한국 전통 문화유산을 디지털로 만나는 새로운 K-Culture
디지털 실감영상 〈영혼의 여정〉과 〈왕의 행차〉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작한 두 편의 디지털 실감영상 〈영혼의 여정〉과 〈왕의 행차〉이다. 두 영상은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불교회화와 유교 문화에 기초한 조선 왕실의 공식 행사 기록인 의궤를 소재로 만든 것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서 태국어 음성과 자막, 전시 공간에 맞는 현지화 작업을 거쳐서 새롭게 선보인다.

첫 번째 영상, 〈영혼의 여정〉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던 불교적 세계관과 사후세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지옥에서 인간들을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시왕도〉와 〈아미타불화〉와 같은 전통적인 불교회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즉 조선시대(1392-1910) 불교회화인 시왕도, 사자도, 아미타불 설법도 등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옛 사람들이 생각했던 삶 너머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열 명의 왕에게 3년 동안 심판을 받고, 생전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날지 결정된다고 믿는다. 영상에서는 명부, 저승을 다스리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시왕도〉를 통해 영혼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불교의 지옥은 악행을 하지 말고 선하게 살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행위의 선악에 대한 결과를 후에 받게 된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는, 아득하고 험난한 심판과 환생의 여정이다.

멀티 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파노라마 스크린 / 상영 시간 11′36″
멀티 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파노라마 스크린 / 상영 시간 11′36″

두 번째 영상, 〈왕의 행차〉는 유교적 가치관이 담긴 조선 왕실의 의례를 그린 것으로, 태국 국민들에게도 〈옷소매 붉은 끝동〉 등 한국 사극으로 잘 알려진 조선의 22대왕 정조(재위 1752-1800)의 화성 행차에 대한 기록에 기초해서 성대하고 화려한 왕실 의례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에 펼쳐지는 영상은 빛과 소리, 화려한 색채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해 보는 이들에게 원작의 감동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조의 『의궤』는 한국의 고유한 기록유산으로, 조선시대 500여 년 동안의 중요한 왕실 의례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디지털 실감 영상 〈왕의 행차〉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의궤를 비롯한 조선시대 왕실 의례 기록과 회화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왕이 행차하던 날의 성대함과 화려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상은 조선의 22대 왕, 정조의 1795년 화성 행차와 1796년의 화성의 완공을 축하하는 낙성연을 배경으로 하였다. 이 영상은 성대하면서도 흥겨운 왕의 행차,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잔치, 일사분란한 군사훈련을 축제의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200여 년 전 그날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관음보살 / 통일신라 9세기 / 화강암 / 경주 분황사 출토 /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한자리에서 만나는 한국·태국의 불교문화재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실감 영상이라는 최신의 콘텐츠와 더불어 한국과 태국의 관음보살상 두 점을 한 공간에 전시해서 두 나라가 가진 오랜 불교 전통과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관음보살은 어려움에 빠진 중생을 구원하는 존재로 불교가 전해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었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한국 통일신라시대 관음보살상과 태국 스리비자야 양식의 관음보살상은 한국과 태국에 뿌리내렸던 불교 신앙과 예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주 분황사에서 출토된 9세기 한국 관음보살상은 9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관음보살의 상징인 아미타불의 화불이 새겨진 보관을 쓰고 정병을 들고 있으며 화강암 특유의 거친 표면 질감이 돋보이는 상이다.

분황사는 신라의 대표적인 사찰로 왕실이 건립한 중요한 사원이었다. 이 상은 관음보살을 상징하는 아미타불이 새겨진 보관을 머리에 쓰고 왼손에는 정병을 들고 있으며, 화려한 장신구를 몸에 걸치고 있다. 이 상은 화강암으로 제작하여 거친 표면의 질감이 돋보인다. 입자가 굵어 조각이 쉽지 않지만 화강암은 한국 고대 불교조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석재로, 사암이나 석회암으로 만든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의 석조 불상들의 부드럽고 세밀한 표현과는 달리 대담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4세기 이래 관음보살은 한국불교도들에게 중요한 신앙의 대상으로 시대를 달리하며 다양한 모습과 재질로 제작되어 지금까지 전해온다.

관음보살 / 스리비자야 양식 7세기 / 사암 / 수라타니 차이야 주, 왓 살라 틍 출토/ 태국 방콕 국립박물관 소장
관음보살 / 스리비자야 양식 7세기 / 사암 / 수라타니 차이야 주, 왓 살라 틍 출토/ 태국 방콕 국립박물관 소장

태국의 관음보살상은 아미타불이 장식된 보관을 쓰고 왼쪽 어깨에 사슴 가죽을 걸친 모습의 관음보살상이다. 7세기경의 작품으로 역시 아미타불의 화불이 표현되었으며 한국의 관음보살상과는 달리 사암으로 조각되어 부드럽고 매끈한 신체 표현이 대조를 이룬다. 두 상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상을 바라보며 구원을 희구했던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태국의 관음보살상은 산스크리트어로 ‘모든 것을 내려다 보시는 지배자Avalokiteshvara’라는 의미처럼 관음보살의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두 팔과 발은 유실되었으나 왼손에 연꽃을 들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음신앙은 특히 7세기 대승불교에서 중요해졌다. 인도에서 도상이 확립된 이래, 관음신앙의 유행과 함께 도상적 혁신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태국 대표 문화기관의 협업 전시
문화 교류로 확대, 문화 교류의 상징되길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태국 문화부와의 오랜 협업의 결과로 지난 2019년 두 기관이 체결한 ‘학술 및 문화 교류에 관한 MOU’의 의미 있는 성과물로 볼 수 있다. 또한, 주태국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협력 역시 이번 전시가 실현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종료 이후에도 방콕국립박물관 아시아관 내 한국 코너 신설, 상호 교류 전시, 인적 교류 등 지속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한국과 태국이 오랫동안 이어온 우호 관계는 인적, 문화적 교류로 확대되고 있으며 양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이 뜻을 모아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그러한 문화 교류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 고 밝혔다.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가 태국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방콕국립박물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가 한국 전통문화라는 주제에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태국 수도 방콕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시설인 방콕국립박물관 마하수라싱하낫 빌딩 401호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만남, 실감콘텐츠 한국실A New Encounter, Immersive Gallery of Korean Art〉은 오는 5월 21일(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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