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오빠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
[공연 리뷰] 오빠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
  • 김희정(성악가, 피아니스트)
  • 승인 2023.01.03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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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은 날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11월 26일, 27일과 12월 3일, 4일까지 나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이후 5년 만이었다.

12월 27일 일요일, 대구에서 올라와 지하철을 타고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렸다. 오늘 열리는 공연은 6시부터 시작이어서 우리는 5시에 올림픽공원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올림픽공원역은 이미 조용필콘서트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역 안에서부터 광장으로 나와 공연장으로 향하는 곳곳에서 콘서트를 알리는 현수막과 조용필, 용필 오빠가 새겨진 별, 알, 등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인 응원봉을 판매했다.

광장으로 나와 약속한 파리크라상으로 들어갔다. 이곳도 조용필 콘서트를 보러온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오늘 함께 공연을 관람할 일행은 고교시절 조용필 팬이라는 이유로 절친이 된 친구와 방민호 서울대 교수, 미국 LA에서 온 김준철 회장, 대구에서 올라온 나 이렇게 넷이다.

우리는 빵과 커피음료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이 가까워질수록 팬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용필 오빠가 그려진 대형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좌석은 무대 정중앙이 바라보이는 2층이었다. 무대가 한눈에 들어와 관람하기에도 좋고, 촬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로 중년 관객이 많이 보였지만 어린 아들 딸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관객도 많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모두 변함없는 그 시절의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팬클럽 연합 현수막을 보자 울컥했다. 드디어 낯익은 음악이 울려 퍼지고 이 40m, 무게 2t의 대형 플라잉 LED 무대를 배경으로 조용필이 등장하자 엄청난 함성이 울려 펴졌다.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한 〈꿈〉의 선율로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감격해서 눈물이 났다. 이어 〈단발머리〉, 〈바람의 노래〉, 〈친구여〉, 〈못 찾겠다 꾀꼬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추억 속의 재회〉, 〈모나리자〉 등 수많은 명곡이 연달아 이어졌다. 이들 노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삶에 깊게 자리한 명곡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전주만 들어도 알아차릴 수 있는 명곡들이다.

어려서부터 불렀던 조용필의 히트곡 행진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친구와 약속이라도 한 듯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그와의 변함없는 친밀감을 느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노래뿐만 아니라 신나는 무대도 많았다. 〈모나리자〉를 부를 때는 나도 친구도 벌떡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는 20곡이 넘는 곡을 쉼 없이 불렀고 관객들과 호흡했다. 레퍼토리에서 조용필은 강렬한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여러 세대의 기호에 맞게 대중적인 곡들을 중간 중간 배치했다.

72세에도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이 놀라웠다. 얼마나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까? 가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온 용필 오빠의 저 뜨거운 열정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나와 친구는 물론 조용필 콘서트에 목말라 있었던 전국의 팬들에게 아직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그는 현재 진행형이며, 진정한 아티스트임을 공연으로 확인시켰다.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면 언제나 젊은 마음으로 돌아간다. ‘오빠 사랑한다’고 소리지르는 팬들에게 나도 사랑한다고 답하는 용필 오빠… 그러니까 여기저기 아저씨들도 ‘형님 사랑한다’고 소리쳤다. 그 역시 오랜만에 팬들과 만남에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년이 40년 같았어요. 그립기도 하고 기쁩니다.” 관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총 2시간 공연하고 앙코르 타임, 그는 세 곡을 연달아 불렀다. 〈찰나〉, 〈헬로〉 그리고 조용필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그니처 〈여행을 떠나요〉까지 불러서 8시 15분경 끝났다. 그의 무대는 완벽했고 사운드는 강렬하고 풍성했다. 과거에도 그는 현재였고, 지금도 현재다. 늘 시간의 최전방에서 노래한다. 9년 만의 신곡 〈세렝게티처럼〉, 〈찰나〉는 가왕 조용필 특유의 트렌디한 감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가로, 세로로 길게 뻗어있는 6개의 LED 스크린, 그리고 레이저는 조용필의 음악을 공감각적인 공간으로 끌어올렸다.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스크린을 뒤덮었다. 특히 신곡 〈세렝게티처럼〉에 맞춰 주황빛 아프리카 초원이 그려질 때는 객석에서 경탄이 쏟아졌다. 시시각각 바뀌는 무대 장면은 거대한 퍼포먼스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객석의 팬들이 비추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아름다운 대미를 장식했다. 그의 음악이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공연을 보고 난 후에도 계속 여운이 남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중독성 있는 음악 때문일 것이다.

용필 오빠의 팬인 우리들은 젊고 건강한 음악을 하는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 공연장을 나와 친구와 그의 음반을 샀다.

내가 조용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노래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고음을 부르면서도 가사 전달력이 정확한 가수는 조용필이 거의 유일하다. 그는 진정한 음악인이다. 그의 멋진 공연을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사진 쿨투라

 

* 《쿨투라》 2023년 1월호(통권 10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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