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제5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12.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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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영 화 평 론 부 문
「개들의 예감 - 〈황해〉(2010), 〈무산일기〉(2010), 〈풍산개〉(2011)에 관하여」 엄준석

심 사 위 원
전찬일(영화평론가), 홍용희(문학평론가), 이재복(문학평론가),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심사평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신인'과 조우하는 건 늘 가슴 설레는 '사건'이다. 최소한의 밥벌이조차 보장되지 않는 (영화) 평론 분야에서 그런 신예를 만난다면, 그 설렘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땅의 영화 평론이 현실적 영향력은커녕 생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아직 펼쳐지지 않은 그 신예의 미래가 워낙 처연히 그려져서다.

지난해와 달리 《쿨투라》는 올해 주목할 만한 잠재력의 좋은 신인 평론가를 발견해 세상에 내 놓는다. 세 후보가 막판까지 자웅을 겨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관객 정서와 비극적 미학"의 양준과, "피할 수 없는 책임과 애도하는 삶─이창동 주제론. 〈박하사탕〉, 〈밀양〉, 〈시〉를 중심으로"의 박홍근, "개들의 예감 - 〈황해〉(2010), 〈무산일기〉(2010), 〈풍산개〉(2011)에 관하여"의 엄준석이다. 수상의 영예는 별 다른 주저 · 고민 없이 엄준석에게 돌아갔다.

뮤지컬 평론이란 점 등에서 각별한 관심을 끈 양준의 글은 그 관심에 부응하지 못했다. 문장의 기본기도 문제였지만, 논지부터가 불분명했다. 논리 전개도 정교하지 못했다. 박홍근의 글은 양준에 비해 한결 정교한 논지를 펼쳤으나, 글의 완성도 등에서 아쉬웠다. 기대한 찰진 글맛이 우러나지 않았다. 나열적인 글 전개도 어딘가 허전했다.

엄준석의 평론은 확산적이며 거시적이다. "개와 카메라의 여정"을 통해, "국민국가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위기를 배회하는, 일종의 '유기견'의 생태학적 보고"로서 〈황해〉, 〈무산일기〉, 〈풍산개〉 세 편의 국산 문제작들을 심층 추적했다. 개들의 운명을 "한반도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위기"로 해석해나가는 과정이 정치하다. 글의 기본기나 완성도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월등하다. 그 사실은 바로 확인될 것이다.

엄준석의 글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 글은, 영화가 내러티브 및 의미 체계이면서도 동시에 시 · 청각(적) 매체란 사실에 다소 둔감한 편이다. 그 점에서 그는 이 땅의 대다수 기성 평론가들의 진부한 노선을 재연할 공산이 작지 않다. 보다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동료 및 후배들은 말할 것 없고 선배 평론가들에게도 크고 작은 자극을 안겨주는 좋은 평론가로 나아가길 소망해본다.

엄준석에게는 축하를. 양준, 박홍근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물론 모두에게 요청하고 싶은 건 분발이다. 분발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이며, 버티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평생 자신이 욕망하는 수준의 글을 단 한편도 남기지 못하고, 저 세상 사람이 될 것도 자명하다. 그 운명은 기성의 글쟁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글쓰기는 프로에게나 아마추어에게나 공히 가혹한 업보 아닌가.

- 심사위원을 대표해, 전찬일

 


당선소감

영화평론 부문 - 엄준석

누군가 내가 쓴 평론을 읽은 후 그 글에서 언급된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일이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론이 읽히고 난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내려갔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정작 성공해내지 못해 몇 번을 더 훈련해야 했었던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그 동안 평론을 썼던 영화 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한국 영화에 관심을 두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쓴 평론이 다시금 그 영화를 생각하게끔 하는 평론을 썼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더 좋은 글로 영화를 다시금 찾아보게 하는 평론을 쓰고 싶다. 물론 한국 영화라는 고정된 영역을 넘어서까지 말이다.

평론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나만의 영화론을 고민하게끔 해주신 김만석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많이 부족한데도 부산독립영화에 대한 비평 작업을 할 수 있게 힘을 보태준 '빛 평'의 구성원에게도 감사드린다. 언제나 내곁에서 나의 글과 마음을 읽어주는 다롱이, 영화와 공부에 대해 편하면서도 긴장된 얘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슬기, 세상에 대해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해주는 창작 공장 팀 원(최은순, 안종준, 김유진, 박수진, 최동호)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번 글에 관심을 두고 읽어주었던 류영아, 이성욱, 김수현, 한태식과 더불어 못난 선배에게 도움을 여청하는 경성대학교 용연문화 위원에게도 감사드린다. 좋은 스승과의 만남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평론가의 첫 발에 큰 힘이 되어주신 전찬일 선생님을 비롯해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영화와 세상을 생각한다는 얼핏 무모해 보이는 일을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가족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소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쿨투라》 2012년 봄호(통권 2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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