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쿨투라 AWARDS] “차근차근 작은 것들로 쌓아가는 그런 발전이 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인터뷰
[2023 쿨투라 AWARDS] “차근차근 작은 것들로 쌓아가는 그런 발전이 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인터뷰
  • 강유정(영화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23.02.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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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가 해마다 문화예술인 100명의 설문 추천을 통해 선정하는 〈쿨투라 어워즈〉 오늘의 영화 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 선정되었다. 촬영 등의 일정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박찬욱 감독과 미국 서부시간으로 1월 25일 저녁 8시, 한국 시간 1월 26일 오후 1시에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편집자 주

강유정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주 신인 때 한 15~6년 전에 오동진 선생님, 전찬일 선생님 이렇게 같이 한 번 뵀던 적이 있어서 저한테는 굉장히 영광이었던. (웃음) 2005년에 박찬욱 감독님 〈올드보이〉로 제가 데뷔를 했기 때문에 ….
박찬욱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강유정 2023년에 올해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최고 작품으로 〈헤어질 결심〉이 선정이 되었고요. 그래서 올해 감독님이 쿨투라 어워즈 영화 부문에 수상자가 되셔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박찬욱 네 고맙습니다.

강유정 지금 한창 캠페인 중이라서….
박찬욱 거의 끝난 거죠 이제.

강유정 거의 끝나가고 있나요? 사실은 지금 한국에서는 조금 시끄럽습니다. 후보 불발된 것에 대해서. 예 그래서 여쭤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네 제가 이거 질문지 작성할 때만 하더라도 약간은 당연히 노미네이트는 되지 않을까, 라는 전제로 했던 거기도 하기때문에 여쭤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박찬욱 여기서도 말이 많긴 하던데 뭐 그거야 언제나 어떤 영화제든지 간에 후보 선정이나 수상작 선정에서 ‘나라면 다르게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아왔고 누구나 그렇지 않겠습니까? 사람마다 다 각각의 후보가 있고 후보작이 있고 수상작이 다 있겠죠. 그러니까 그런 선택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지금 현재 촬영 중인데, 한국인 스태프들은 발표가 난 다음에 눈도 안 마주치고 언급을 안 하고 쓱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는데 미국인 스태프들은 와서 이 상에서 후보 떨어진 거 정말 안 됐다는 표현을 해요.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하니까 속으로 ‘그냥 그런 말 하지 말아줘’ 이렇게 생각하고는 합니다. (웃음)

강유정 그렇군요. 혹시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은 안 가세요?
박찬욱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촬영도 해야 되고 또 <동조자> 각본도 아직 덜 끝났어요. 일곱 개 에피소드 중에 마지막 한 개를 아직 만지고 있어요.

“나는 붕괴되었어요” 이후의 해준의 삶


강유정 그러시군요. 그건 조금 천천히 좀 더 얘기를 해보고요 그래서 서래랑 해준과는 이제 좀 헤어지고 있는 중이신가요 아니면 좀 헤어졌나요?
박찬욱 이제 다음 작품을 찍고 있는 상태라서 완전히 헤어져 있어야 맞는데 그동안 어워즈 시즌에 발목이 잡혀가지고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살아왔어요. 어쨌든 이제 슬슬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그래서 찍고 있는 작품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 사실 좀 기쁘기도 해요. 제가 평일에는 신작을 찍고 주말에는 전작의 홍보를 하는 상태로 몇 달을 살았는데 이게 인간의 체력으로 할 일이 못 돼요. 그래서 후보가 안 됐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는데 차마 그런 생각을 눌렀던 것은 이 일에 관계된 사람들이 워낙 많고 또 우리 〈헤어질 결심〉의 배우와 스태프들 바람도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혼자서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다 정리가 된거고.

강유정 워낙에 좀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게 또 감독의 일이기도 하죠.
박찬욱 그렇죠. 제가 무슨 파티에서 이냐리투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감독을 만났는데 자기가 〈버드맨Birdman〉 준비하면서 〈레버넌트The Revenant〉 홍보를 해본 적이 있다고.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 처지인지 자기가 잘 안다고, 겪어보지 않았으면 모른다고 그렇게 위로를 하더라고요.

강유정 맞아요. 캠페인이라는 표현이 보통 선거 때 쓰는데, 맞는 것 같아요. 그 캠페인 과정 참 힘드실 것 같은데…. 〈헤어질 결심〉은 제가 오늘 인터뷰하기 전에 한 번 더 봐서 결국 다섯 번 봤어요.
박찬욱 어이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웃음)

강유정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갑자기 이게 궁금해진 거예요. 서래를 믿었다가 결국 속았음을 깨달았던 순간 “나는 붕괴되었어요”라는 어마어마한 한국어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해준의 마지막 모습은 파도치는 바닷가를 헤매는 모습이었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가 매우 궁금해졌어요. 서래가 완전히 실종된 이후의 삶은 과연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박찬욱 글쎄요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제가 각본을 쓰는 단계에서는 서경 작가와 함께 이런저런 에필로그 같은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남겨진 사람으로서 해준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경찰 내 감찰반 뭐 그런 데 자기가 스스로 가서 자기가 범죄를 은폐하고 범인을 놓아준 것에 대해서 고백을 하고 거기에 대한 조사를 받는 그런 장면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생각나는 건 그 정도인데 이런저런 대화는 나눴었죠. 근데 이제 결국은 그런 거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안 했지만. 해준이 어떻게 됐을 지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 둔 건 없어요. 결정해 놓은 건 없습니다.

강유정 사실상 감독님 작품을 보면 〈올드보이〉조차도 이후의 삶이 좀 그려졌거든요.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이후의 삶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박찬욱 어쨌든 서래가 죽었다는 흔적을 못 찾았으니까. 계속 희망을 갖고 살고 있을 것 같고, 서래가 바란 대로 밤에 잠도 못 자고 벽에 사진 붙여놓고 그녀 생각만 하고 그렇게 살았겠죠. 그러면 찾아 헤맸겠죠.

사진제공: CJ ENM

박찬욱 영화를 관통하는 불통의 세계

강유정 그래서 어쩌면 진짜 어른스러운 사랑 이야기는 그다음에 한 편 더 만들어 주시면 그 남자 이야기가, 어른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저 나름 기대도 한번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언어의 문제가 저는 굉장히 중요하게 들렸고 감독님 작품 세계에서 뭔가 이렇게 불통의 세계가 자주 목격되었던 듯해요.
그러니까 〈복수는 나의 것〉도 아이러니는 이렇게 들리는 자와 들리지 않는 자의 사이 그리고 〈박쥐〉에서도 종이 달랐죠. 두 종. 제가 이걸 다른 두 인간이라 썼다가 한쪽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을 지웠어요. 〈아가씨〉에서도 서로 신뢰할 수 없는 두 화자는 또 약간 소통이 안 됐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서로를 다른 종이라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헤어질 결심〉도 결국은 불통이었는데 이 불통이 오히려 잘 통하는 약간 역설적 촉매제가 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좀 달랐어요. 그래서 불통을 다루긴 다루되 그 불통이 전혀 다른 촉매제가 되고 있길래 기존과 좀 다른 계기가 있었을까요?
박찬욱 저는 〈아가씨〉도 신분과 국적이 다른 두 여성이 결국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니까. 그런 장벽을 넘어서는 것에 관한 영화이죠. 그런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갔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인 건 맞죠. 근데 그것이 장벽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을 더 가깝게 만드는, 이 둘을 끌어당기고 그것을 넘어섰을 때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 같긴 해요.

사진제공: CJ ENM

 

본 기사의 전문은 추후 공개됩니다.

 


강유정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2005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 저서로는 『영화 글쓰기 강의』 『타인을 앓다』 등이 있다.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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