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쿨투라 AWARDS] 2023 오늘의 한국문화 지형도 - 오늘의 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음악과 미술, 기타 문화
[2023 쿨투라 AWARDS] 2023 오늘의 한국문화 지형도 - 오늘의 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음악과 미술, 기타 문화
  • 유성호, 강유정, 강수미, 강태규, 김민정, 손정순
  • 승인 2023.02.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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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_2023년 1월 17일(화)
장소 _예술극장 필름포럼
사진 및 정리 _《쿨투라》 편집부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본지 주간) 강유정(문학·영화평론가, 강남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강수미(미술평론가, 동덕여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음반기획자, 본지 편집위원)
김민정(드라마평론가, 중앙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손정순(시인, 문화기획자, 본지 발행인)

1. 2023 최근 문화 이슈와 동향動向

손정순 새해에 이렇게 편집위원님들을 한 자리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쿨투라 어워즈 좌담은 지난 한 해 동안 펼쳐졌던 우리 문화의 동향을 개괄적으로 점검하고, 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큰 틀에서 검토함으로써, 현재 우리 문화를 성찰해보는 자리입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한국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한류 붐을 일으키며 많은 성취가 있었다고 봅니다. 《쿨투라》가 올해도 설문을 통해 살펴본 ‘오늘의 시, 소설,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등의 목록을 살펴보면, 오늘의 한국문화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분씩 각자 활동 분야의 이슈나 동향을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형상적 성취로 성큼 나아간 한국문학 장편소설 창작 늘어나고 웹서사 같은 파생 장르 주류화

유성호 이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전혀 새로운 경험을 가진 작가와 시인의 등장과 주류화를 경험한 때이고, 사회적으로는 페미니즘의 성세와 함께 소수자들의 존재방식에 대한 탐구와 형상화 의지가 강하게 대두하였습니다. 이 소수자 담론은 일국 차원의 노동, 성, 종교, 언어, 육체 등에서 갈라지는 범주 외에도 국경을 넘어서는 탈북자, 난민,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 여성 등 다양한 인적 구성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은 이러한 경계를 넘어서는 범주의 형상적 성취로 성큼 나아간 것이지요. 시에서는 2000년대의 ‘미래파’와는 또 다른 의미의 미학적 전위들이 새로운 신서정을 개척해 갔고, 소설에서는 장편소설 창작이 크게 늘어났고, 웹서사 같은 파생 장르가 주류화되었습니다.

2023년은 할리우드가 성공했던 속편의 길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속편과 비교하는 한 해가 될 것

강유정 글로벌 OTT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가 2023년 올해에는 작년 25편보다 9편이 많은 34편을 한국 오리지널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체 넷플릭스 회원 60% 이상이 한국 타이틀을 시청한다고 하며, 90여 개국에서 정기적으로 한국 타이틀이 글로벌 탑 10을 기록했습니다. OTT로 볼 영화와 극장에 가서 스크린으로 볼 영화에 대한 소비자의 이분법이 더 명확해질 2023년이 될 듯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능 있는 서사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또 어떤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한국은 여전히 가장 빠르게 유행을 창조하고, 선도하고, 퍼뜨리는 콘텐츠 강국입니다. 2023년은, 2022년 할리우드가 성공했던 속편의 길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속편과 비교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옥〉, 〈D.P.〉,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 글로벌한 성공을 거뒀던 오리지널 시리즈가 2023년에 두 번째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한편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 스크린 영화가 과연 팬데믹 동안의 부진을 씻고 과거 상업적 성공의 기준을 명실상부하게 되찾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감독과 시나리오작가 참여 드라마제작 많아지고 소재의 다양화를 보여주는 것이 최근 드라마의 특징

김민정 최근 드라마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들이 드라마 제작에 많이 참여했다는 점이에요.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쓴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후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어요. 대표적으로 2022년 올해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수리남〉과 정서경 작가가 집필한 〈작은 아씨들〉이 큰 화제를 모았어요. 2021년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OTT 시리즈를 위한 온스크린 섹션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제에서 OTT 시리즈를 상영한다는 건요. 해를 품은 달이랄까요.

두 번째 특징은 소재의 다양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국내외 OTT가 많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그만큼 구독자를 유인하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는데요.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역시나 새로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들을 열거해보면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다채로운 드라마를 즐겼었는지 알 수 있어요.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환혼〉, 〈슈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의 해방일지〉, 〈스물다섯 스물 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재벌집 막내아들〉….

4세대 걸그룹 아이브와 뉴진스의 혁혁한 성과 무궁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기적과 같은 오늘의 음악

강태규 4세대 걸그룹으로 명명되는 아이브와 뉴진스의 혁혁한 성과가 눈에 띄는 지난 2022년이었습니다. 데뷔와 함께 밀러언셀러로 등극하는 일은 기적과 같은 드라마인데요, 데뷔 앨범 《ELEVEN》으로 지난해 초부터 가요계 파장을 일으킨 아이브는 두 번째 싱글 앨범 《LOVE DIVE》를 발매하면서 데뷔 6개월 만에 누적 판매고 100만 장이라는 위업을 쏘아 올렸습니다. 두 장의 앨범으로 랑데뷰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K-팝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버린 아이브는 세 번째 싱글 《After LIKE》로 단일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을 훌쩍 넘어서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세계가 주목하는 걸그룹으로 안착한 것은 물론, 4세대 걸그룹 전성기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8월에 발매된 뉴진스의 첫 번째 EP이자 데뷔 음반은 5개월 만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형 신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팬덤을 다진 뉴진스는 음악적 확장성을 보여주며 데뷔곡 〈Attention〉, 〈Hype boy〉, 〈Cookie〉 등 수록곡들을 모두 주목시켰어요. 국내는 물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글로벌 걸그룹으로 진화했고, 데뷔와 동시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입성하기도 했습니다. 18주 연속 차트인 하면서 가파르게 승승장구했고, 전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는 〈Attention〉과 〈Hype boy〉로 재생수 1억 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데뷔 5개월 만에 쏘아올린 승전보는 그 마지막 출구가 어디까지일지 무궁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됩니다.

대중에게 추종하고 싶은 애티튜드로 받아지는 메커니즘! 오늘의 미술은 MZ세대에 의해 확산된 ‘취향의 문화정치’가 현대미술 작품과 아트 페어를 통해 작동하는 현상

강수미 한국의 근현대 문화 예술 현장에서 ‘미술’이 오늘만큼 폭넓게 각광받고 사랑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 이제 미술은 한국 사회에서 노골적이지 않게 계층을 구별 짓는 유효 수단입니다. 연예인 등의 관심으로 유행에 민감해졌는데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고, 경제규모가 꽤 크되 천민자본주의는 아닌 듯하며, 시각적으로 쉽게 공유(SNS)할 수 있지만 실제 소유는 독점적이기 때문이죠. 이는 순수미술fine art로서 이 분야만이 가진 엘리트주의, 폐쇄성, 배타성, 은밀한 향유가 오히려 대중에게 추종하고 싶은 애티튜드로 받아지는 메커니즘입니다. 팬데믹이 이러한 경향을 부추겼죠. 즉 공연예술처럼 집단적 즐김 대신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상이 가능하고, 꽤 오랜 기간의 학습과 미적 경험이 있어야 향유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쉽죠. 그만큼 우월감을 표하기도 좋고요. 오늘의 미술 동향을 알기 위해서는, 이처럼 미술 감상과 경제적 순환의 맥락에서 미술 창작(작품에서 전시와 비평까지)의 경향성을 분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는 그 역으로 분석해왔지만, 사실상 동시대는 미술 생산과 미적 수용이 후자를 통해 전자가 주조/재주조 되는 현실이니까요. 특히 최근 3년 사이에 한국 미술계를 향해 쏟아진 다양한 사회 분야 및 주체들의 관심과 긴밀해진 이해관계가 ‘미술시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동시에 MZ세대에 의해 자연스럽게 확산된 ‘취향의 문화정치’가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과 아트 페어 등 이벤트를 통해 작동하는 현상을 분석해 오늘의 미술 핵심을 읽어야죠.

기타 오늘의 주요 문화 동향과 K-매거진으로 나아가는 쿨투라

손정순 각 분야 한국문화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시는 편집위원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다보니 장르와 경계를 허물고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문화의 현장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2021년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이어 지난 해 2022년 4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한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에 참여했습니다. 한류 열풍은 한국에서 체감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폭발적이었습니다. 주빈국 한국관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든 콜롬비아 독자들과 한복을 입고, 한글로 이름을 쓰며, “한국이 너무 좋아요”를 연신 내뱉으며, 한국인에게 쇄도하는 플래시 세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한국문화를 좋아하다보니 한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깊어서 한마디의 말과 손짓에도 깊은 호응을 보였습니다. 분명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보고타도서전에서의 한류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보고타도서전의 한류열풍이 K-북콘텐츠의 열풍으로 이어지고, 프랑크푸르트도서박람회를 비롯한 세계무대에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희망적인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 한류 열풍은 비수교국인 사회주의 체제의 쿠바서도 비껴갈 수 없었으며, 올 칸영화제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잘 알다시피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작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야말로 칸을 휩쓴 K-Movie의 열풍이었죠? 《쿨투라》는 제75회 칸영화제 기간 동안 칸 프레스센터에서 25개국 100명의 기자를 만나 ‘한류열풍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한류와 K-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들의 공통 답변은 한류와 K-콘텐츠는 더 이상 세계문화의 변방이 아닌 세계 주류문화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10월호로 《쿨투라》는 통권 100호를 맞았고, 전세계적인 한류 붐에 힘입어 《쿨투라》의 위상도 국내외적으로 많이 높아졌습니다. 파리 시테에도 한국관이 지어졌으며, 세계의 주요 문화예술행사에 한국문화가 빠지면 행사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이제 한국문화는 세계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2022년 8월, 미주 한미문화예술인회에서 《쿨투라》를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K-콘텐츠들을 세계에 알린 한류문화산업의 주역”으로 평가하여 제1회 한류예술상 출판잡지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22년 8월에 개최된 메스티아국제단편·산악영화제에 한국 대표 매체로 공식 초청을 받는 등 《쿨투라》도 K-매거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와 북페어에서 세계인들이 한국문화와 문화전문지 《쿨투라》에 대해 보여준 관심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동시대 문화의 중핵을 짚어내기 위해 애쓰시는 여기 계신 모든 편집위원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의 전문은 추후 공개됩니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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