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유종호 시인의 「나 있음의 둥지」
[새 시집 속의 詩] 유종호 시인의 「나 있음의 둥지」
  • 유종호(시인)
  • 승인 2023.02.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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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음의 둥지


유종호


양지 아닌 응달에
둥실 떠 있는 까치집
나 있음의 둥지
바람 잘 날 없는 흔들 요람

눈에 뜨이는 것이라야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저 높이 떨고 있는
잔별과 초승달이 있을 뿐

거푸거푸 호호 입김을 불며
마음의 군불 지피며 지피며
어설픈 둥지에서
나 또한 흔들리며 기다리리니

 

- 유종호 시집 『충북선』(서정시학) 중에서

 


유종호 시인은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영문과와 뉴욕 주립대(버팔로) 대학원 수학했으며, 공주사대,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첫 책 『비순수의 선언』에서 최근의 『그 이름 안티고네』에 이르는 비평적 에세이 20여 권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며,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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